법무부 "HIV 비감염자 인권도 생각해야..인권위 권고 못 받아들인다"

정진호 입력 2019. 7. 19. 15:33 수정 2019. 7. 19.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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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HIV 감염자도 교도소 같은 방 써야"
교도소 특수성 때문에 난색 표한 법무부
국가인권위원회가 법무부에 'HIV 감염자 교도소 내 분리 수용은 인권 침해'라며 관련 지침 마련을 권고했으나 법무부는 난색을 표했다. [중앙포토]
법무부가 교도소에서 HIV 감염자만 따로 방을 쓰게 하면 안 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방침인 것으로 확인됐다. 인권위는 지난 17일 “HIV에 감염된 교도소 수용자들이 공동체 생활에서 배제되는 등 인권 침해를 받고 있다”며 법무부 장관과 대구교도소장 등에 시정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한 바 있다. HIV는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을 일으키는 바이러스다.

19일 법무부와 교정 당국에 따르면 법무부는 내부 논의를 거쳐 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 인권위 권고는 강제력이 없기 때문에 법무부가 이를 따라야 할 의무는 없다. 법무부는 교도소 등 교정기관에서 HIV 감염자의 인권이 침해되고 있다는 인권위 보도자료에 대해 반박 자료를 내는 것도 검토 중이다.

교정 당국 관계자들은 수용자들이 좁은 공간에서 24시간 가까이 함께 생활해야 하는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HIV는 공기나 단순한 신체 접촉을 통해서는 전파되지 않지만 밀폐된 공간에서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는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이다. HIV는 낮은 확률로 혈액을 통해 옮는다고 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HIV 비감염 수용자들에게 HIV 감염자와 같은 공간에서 함께 생활하면서 음식 등도 함께 먹으라고 한다면 이를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며 “소수자 인권의 중요성을 알지만 교도소에 수용된 다수의 비감염자 인권도 존중해 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대구교도소는 HIV에 감염된 수용자들이 다른 수용자들과 별도의 시간에 따로 운동하거나 운동할 때 선을 그어놓고 넘어가지 못하게 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 관계자는 “교도소에서는 다른 수용자들과 다툼이 생길 수 있는 상황을 막기 위해 방별로 따로 운동을 시킨다”며 “HIV 감염자들이 방을 따로 써야 한다고 보기 때문에 운동을 함께 하라는 인권위 요구도 들어주기 힘들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도 인권위 권고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단체생활을 하는 경우 HIV 감염자를 식별해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고 비감염자가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을 거라고 보장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직업환경의학 전문의이기도 한 박성민 변호사는 “HIV는 인간에게는 치명적이지만 그 자체로는 약한 바이러스기 때문에 전염될 확률이 매우 낮다”면서도 “밤에도 한 공간에 붙어있는 교도소의 특성상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관리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구속이 결정돼 교정시설에 들어온 수용자는 1주일 이내에 전염병 유무 등을 알아보기 위해 혈액검사를 받는다. HIV 감염자나 결핵 환자들이 스스로 감염 사실을 말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채혈한다. 주삿바늘을 통해 HIV가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필로폰 등의 마약사범 중 HIV 환자가 일부 있다고 한다.

법조계 관계자는 “개인정보 문제로 감염자 수가 공개되진 않지만 최근 마약이나 성범죄로 구속되는 사람 중 HIV 환자가 느는 추세다”고 설명했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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