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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맞대결·日 2차보복..한일관계 한달간 태풍 몰아친다

정욱,임성현,최희석 입력 2019.07.19. 17:51 수정 2019.07.19. 21:27
"文정권 계속되는 한 규제"
日 경제보복 장기전 예고
韓은 "기업 피해때 맞대응"
9월~11월 국제회의 잇따라
10월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
한일정상 외교적 해결 기회
8월초 외교장관 만남도 주목

◆ 한일 정면충돌 ◆

정부는 1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맨 오른쪽) 주재로 `일본 수출 규제 대응 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주 52시간 근무제 적용 예외 방안 등 대책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이호승 청와대 경제수석, 노형욱 국무조정실장, 최종구 금융위원장, 홍 부총리. [사진출처 =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가 시행된 지 10여 일이 지났지만 양국 간 사태 해결의 실마리는커녕 공방만 거세지면서 장기전으로 접어들고 있다. 특히 일본이 2차 무역 보복 조치로 예고한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이르면 다음달 1일 공포 후 22일께부터 시행될 것으로 전망되는 데다 24일은 정부가 맞대응 카드로 검토 중인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의 연장 시한이어서 앞으로 한 달간 한일 관계는 험난한 가시밭길을 걷게 될 것으로 예고된다.

19일 아사히신문은 "경제산업성 간부가 (일본의) 수출 관리보다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한국 쪽 대응이 수십 배 지독한 행위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문재인 정권이 계속되는 이상 (규제를) 계속할 수밖에 없다"며 장기전을 예고했다.

그동안 이번 무역 보복 조치가 외교적 사안 때문이 아닌 수출 관리 체계의 변경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던 일본이 이젠 아예 드러내놓고 전면전에 나선 것이다.

당장 강제징용 판결에 대해 일본이 요청한 제3국 중재위원회 구성에 대해 정부가 18일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일본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 외 추가 보복 조치에 대해서도 일본은 연일 그 가능성을 흘리며 한국을 압박하고 있다.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는 조치에 대한 의견 수렴 시한은 24일이다.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반대의견서를 제출하며 맞대응에 나서고 있다. 일본이 2차 보복 조치의 근거로 내세우는 것은 국내 비전략물자 캐치올(상황허가) 제도가 미비하다는 것이다. 한일 양국은 같은 사안을 두고 연일 상대를 겨냥해 공세를 펴고 있다.

이날 이호현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정책관은 브리핑에서 "우리 측의 명확한 설명에도 불구하고 일본에서 사실과 다른 주장이 반복되고 있다"면서 "국장급 협의 요청에 대한 일본 측 답변을 재차 촉구한다"고 밝혔다. 특히 비전략물자 허가 제도인 캐치올 제도에 대해 이미 2015년 일본 측에 충분히 답변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일본을 압박했다. 이 정책관은 정부의 전략물자 수출 통제 관리가 미흡하다는 일본의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는 110명의 전담인력이 있어 100여 명을 보유한 일본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국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해결의 실마리는 갈수록 요원해지고 있다. 다자간 국제회의 때마다 양측은 날 선 공방을 벌이며 국제 여론전에 총력을 펴고 있다. 23~24일 열리는 세계무역기구(WTO) 일반이사회는 164개 회원국이 참여하는 WTO 최고위급 기구인 만큼 한일 양국 간 물러설 수 없는 공방전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산업부 관계자는 "일본 조치의 근거가 부족하다는 게 드러나고 있기 때문에 전 세계를 상대로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재차 알릴 것"이라고 전했다. 앞서 한일 양국은 17일 태국 방콕에서 개최된 동아시아정상회의(EAS) 고위경제관리회의에선 양국 국장급 당국자들이 설전을 벌이며 대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아직까지 직접 중재에 나서기보다는 거리를 두면서 양국의 여론전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다만 양측의 여론전에도 일본의 수출 규제가 철회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결국 한일 양자 간 담판이 절실하지만 서로 대립각만 키우고 있다. 산업부는 카운터파트인 일본 경제산업성에 연일 국장급 협의 개최를 촉구했다. 하지만 일본 경제산업성은 19일 한국 측이 요구한 국장급 협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음달 초 태국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한일 외교장관이 모두 참석하는 만큼 전격적인 회담 가능성이 있다.

사태가 갈수록 파국으로 치달으면서 한일 양국 정상의 결단 외에 해결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높아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날 "엉클어진 관계를 정리할 수 있는 것은 한일 정상회담뿐"이라며 "양국 정부가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올해 남은 다자간 정상회의는 9월 말 유엔 총회, 10월 말 아세안 정상회의, 11월 중순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등이 예정돼 있다. 하지만 정상회담은 실패 시 양국 간 전면전에 따른 파국으로 치달을 위험성 때문에 섣부르게 나설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일본 정부에서는 자국 기업의 실질적 피해가 발생할 경우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10월 22일로 예정된 나루히토 일왕의 공식 즉위식이 한일 갈등의 분기점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재 대법원의 배상 판결까지 내려진 일본제철(옛 신일본제철)과 미쓰비시중공업 강제징용 피해자 측은 한국 내 강제 자산 매각을 신청한 상황이다. 이미 5월 자산 매각 절차가 시작된 일본제철의 경우 남아 있는 회사 측 변론(60일 이내) 등의 절차를 고려하면 올 연말께 실제 집행이 진행될 수 있다.

정부 역시 기업 피해가 현실화되면 맞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4일 시행된 반도체 3개 소재 수출 통제 조치 이후 15일간 수출 허가를 받은 사례는 단 한 건도 없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임성현 기자 /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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