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중개업소의 민낯..돈주고 사온 내 베트남 신부

류인하 기자 입력 2019.07.20. 10:20 수정 2019.07.2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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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중개업소 통한 국제결혼의 매매혼 ‘예고된 파경’

예쁘게 차려입은 베트남 여성이 카메라 앞에 섰다. 언뜻 봐도 갓 성인이 된 듯한 그는 “몇 년 생이냐”는 질문에 “1996년생”이라고 답했다. 한국 나이로 24살. 만 23살이다. 다섯 남매 중 막내라는 그는 “남편으로 한국 사람 나이 몇 살까지 가능해요”라는 질문에 “50살”이라고 했다. 앞서 그가 알려준 아버지의 나이는 51살. 어머니의 나이도 51살이었다. 이 여성의 영상은 유튜브를 통해 누구나 시청할 수 있었다. 영상 밑에는 ‘들이대고 싶다’ ‘내가 50살이면 이 여성에게 줄을 서고 싶다’는 댓글이 달렸다.

자신을 열아홉이라고 소개한 베트남 여성은 “요리를 잘한다”고 말했다. 친구 소개로 국제결혼 중개업소를 찾았다는 그는 서울에 살고 싶다고 했다. 남편의 나이는 몇 살까지 가능하냐는 질문에 그는 “우리 부모님보다는 적었으면 좋겠다”고 답했다. 그의 아버지는 42살, 어머니는 43살이었다. 촬영 진행자는 이 여성의 얼굴을 화면에 고정시킨 뒤 “키 160㎝, 몸무게 45㎏. 예쁘게 생긴 아가씨입니다”라고 소개했다.

최근 ‘베트남 부인 폭행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맞고 사는 이주민 여성의 현실에 대한 보도가 연일 이어졌다. 언론은 잇달아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내놓은 국제결혼 실태조사를 인용, 이주여성의 42.1%가 가정폭력을 경험했다고 보도했다.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한국으로 온 이주여성 10명 중 4명꼴로 가정폭력에 노출돼 있다는 말이다. 이 정도라면 자국민 보호를 위해서라도 동남아 국가를 중심으로 국제결혼을 금지해야 할 수준이다. 물론 금지법은 존재한다. 동남아 대다수 국가는 이윤을 목적으로 한 혼인중개업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무늬만 ‘금지’다. 중국은 1994년부터 국제결혼 중개를 금지하는 법을 시행하고 있다. 실상은 법조문만 존재할 뿐 브로커를 통한 활발한 중개가 이뤄지고 있다. 베트남조차 ‘혼인 및 가족법 일부 조항의 시행령 제68호 명령’을 통해 이윤을 목적으로 한 국제결혼 중개를 금지하고 있지만 국제결혼 중개업소를 통해 국내에 가장 많이 유입되는 이주여성의 국적이 베트남이다. 결국 금지법은 있으나 중개업소를 통한 국제결혼을 실질적으로 막고 있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는 셈이다.

베트남인 아내를 폭행한 혐의로 구속기소된 한국인 남편(36)이 지난 7월 8일 광주지법 목포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돌아가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여성 42%가 가정폭력 경험

“노골적으로 말해 우리나라 전후세대들이 독일 광부, 간호사로 갔던 상황과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우리가 노동을 팔았다면 동남아 여성들은 자신을 파는 것이다. 결혼이라고 이름 붙이지만 실상은 ‘매매혼’인 결합을 통해 좀 더 잘사는 나라에서 살려는 것이 동남아 지역 국제결혼의 본질이다. 남편이 아무리 늙었어도 일단 결혼해 한국에 가면 부모님께 돈을 부쳐드릴 수 있고, 잘만 하면 부모님까지 초청해 한국에서 살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기대 하나만으로 결혼하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사회학자의 말이다.

결국 중개업소를 통한 국제결혼의 본질적 문제는 남성에 의한 무차별적 폭행이 아닌, 하나의 인신매매 산업으로 발전한 국제결혼 중개업 그 자체에 있다는 지적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애초에 사랑이 싹틀 시간적 여유도 없이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이’ 치르는 국제결혼은 ‘돈’과 ‘성욕·결혼욕구’의 등가교환으로 봐야 한다는 얘기다.

이 시스템 속에서 결혼중개업소를 통해 한국 남성과 결혼하려는 동남아 여성들은 하나의 ‘상품’으로 전락한다. 어리고, 예쁘고, 몸매가 좋을수록 잘 팔리는 물건 취급을 받는 것이다. 대전의 한 국제결혼 중개업소는 “우리는 뚱뚱한 여자는 처음부터 취급하지 않는다. 피부도 검은 여자는 안 데려온다. 한국 사람만큼 희고, 들어갈 데 들어가고, 나올 데 나온 아가씨만 보여준다”고 말했다. 결혼 상대자와 가치관, 관심사 등을 공유할 시간적 여유도 없는 상황에서 국제결혼 중개업소가 한국 남성을 호객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젊고 예쁜 동남아 여성을 많이 보여주는 것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베트남 전문 국제결혼 중개소는 ▲‘남편이 내준 돈이 아닌 자기 돈을 들여 기숙사 합숙생활을 하는 여성을 피하라’ ▲‘아이를 빨리 갖겠다는 여성과 결혼하라’ ▲‘맞선 후 첫날밤을 거부하는 여성과는 절대 결혼하지 마라’ ▲‘호적부가 새로 발급된 여성은 재혼일 수 있으니 피하라’ ▲‘미혼증(결혼하지 않았다는 증명서)을 즉시 발급받지 못하는 신부는 피하라’ ▲‘나이차는 상관없다. 남자관계가 없는 20대 초반 여성을 택하라. 20대 후반만 돼도 하자가 있을 수 있다’ 등의 내용을 필독사항으로 버젓이 올려놓기도 했다. 짧은 일정 속에서 ‘성혼’을 하기 위한 일종의 ‘팁’으로 제시하고 있는 셈이다.(중개업체는 결혼이라는 단어 대신 ‘성혼’이라는 단어를 주로 사용했다)

실제 대부분의 ‘결혼 원정 여행’은 4박5일로 진행된다. 현지에 도착해 휴식을 취한 뒤 이튿날 중개업소 현지 사무소 관계자가 ‘골라 온’ 여성을 일대 일로 만나는 방식으로 맞선을 진행한다. 처음부터 중개업소 홈페이지에 공개된 여성을 선택해 현지에서 직접 만날 수도 있지만 “누가 봐도 조회수가 높은 아가씨는 이미 결혼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중개업자의 말이다. “아가씨가 우리한테만 사진을 내놓는 게 아니라 적어도 서너 군데 업체에 내놓는다. 우리를 통해 결혼을 하지 않았더라도 다른 곳을 통해 결혼을 했을 수 있다. 우리가 결혼정보를 다 알 순 없고, 현지에 가봐야 안다”고 했다. 중개업자는 말하지 않았지만 일부 국제결혼을 시도한 남성들은 “연예인급 여성은 ‘미끼상품’”이라고도 했다.

업체들은 공통적으로 “99.9% 성혼해서 돌아오게 해드리겠다”고 자신했다. 될 때까지 만나게 해줄 테니 걱정하지 말라고도 했다. 4년 전 베트남 여성과 결혼한 박모씨(46·프리랜서)는 “처음 만난 여성이 낯빛이 너무 어둡고 날 잘 쳐다보지 못해서 매니저님께 ‘싫다’고 말했다. 까다롭게 굴긴 싫었지만 일생을 함께할 여성인데 첫인상부터 호감이 가지 않았다. 매니저님이 3명을 더 보여줬는데 전부 내 이상형과 맞지 않았다. 그냥 돌아가야겠다 생각했는데 다음날 매니저가 ‘2명만 더 보자’고 해서 사무실로 갔다. 거기서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어 “그 자리에서는 웃고 말았지만 중개업자가 정말 아무나 끌고와 맞선을 보여준다고 느꼈던 이유는 아내가 첫날 만났던 여성과 자매였다. 아내는 넷째고, 처형은 둘째였다. 중개업자도 아내와 처형이 서로를 알아보자 ‘자매였느냐. 나도 몰랐다’고 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신부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아 파혼한 최모씨(43·자영업자)는 “처음 소개받은 여성은 27살이었는데 첫인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 거절했더니 곧바로 통역사가 다른 아가씨를 데려다 맞선을 보게 했다”고 말했다. 최씨는 “앉은자리에서 4명을 만나봤다”고 했다.

이는 불법과 합법 사이를 교묘하게 오가는 중개방식이다. 여성을 일렬로 세워놓고 남자가 ‘선택’하는 인신매매적 행태를 없애고자 정부는 2012년 ‘결혼중개업 관리법’을 개정, 남성이 수십 명의 여성을 세워놓고 선택하는 방식, 다수의 한국 남성이 다수의 동남아 여성을 한꺼번에 만나는 집단맞선 등의 소개를 법으로 금지했다. 그러자 이제는 여성을 사무실 바깥에 세워놓고 순차적으로 불러들여 선택하는 방식으로 교묘하게 변형된 ‘일대 다’ 형식의 맞선이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맞선에서 마음에 드는 여성을 만나면 그 자리에서 성혼 확인서를 작성한다. 곧바로 남성의 ‘예비 장인·장모’를 찾아 인사를 드린 뒤 결혼식을 치른다. 이 모든 과정이 현지에 도착한 지 3일 만에 이뤄진다. 남성은 3일째 되는 날 베트남 혼례를 치른 여성과 첫날밤을 보낸다. 4일째 되는 날 종일 데이트를 하고, 5일째 되는 날 남성만 한국으로 돌아오는 것이 국제중개결혼의 과정이다. 여기에 사랑이나 가치관의 공유가 개입될 여지는 현실적으로 없다. 언어 차이로 대화조차 어렵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에서 ‘#국제결혼’을 검색하면 나오는 각종 동남아 여성 홍보사진. 화면 캡처

4박5일 일정의 결혼 원정 여행

여성은 적어도 6~10개월이 지나서야 입국이 가능하다. 법 개정으로 한국에서 혼인신고를 했어도 여성이 한국어능력시험을 통과해야 비자 발급이 되기 때문이다. 한 중개업자는 ‘시험에 통과하지 못해 들어오지 못하면 어떡하느냐’는 질문에 “안심해라. 94%가 합격한다”고 말했다. 이때 결혼계약이 맺어진 여성들은 중개업소가 운영하는 기숙사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한국어를 배운다. 학비는 전액 남편이 부담한다. 또 매달 최소 30만원 이상의 용돈을 아내에게 송금해야 한다. 한 중개업자는 “남편들이 돈을 좀 넉넉한 마음으로 쓰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아내가 ‘남편 나 이번달 용돈 안 들어왔어요. 용돈 주세요’ 하면 설령 내가 이미 30만원을 송금했어도 속는 셈 치고 한 번 더 30만원을 줘야 행복한 결혼생활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맞선을 보기 위해 평균 1100만~1300만원가량의 돈을 지출하고도 아내의 한국어시험 합격 전까지 최소 6개월 이상 기숙사 생활비 및 교육비, 용돈 일체를 남편이 납부해야 하는 것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맞선부터 아내가 한국에 들어오기까지 모든 과정이 돈으로 굴러간다. 그러니 한국 남성들로서는 부인을 볼 때 ‘내가 이만큼 값을 치렀는데…’라는 마음이 생길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주여성 사건을 맡아보면 아내를 폭행한 남자들은 공통적으로 ‘내가 너 하나 데려오는데 수천만 원을 썼는데 내가 원할 때 잠자리를 안 해줘?’ ‘내가 너한테 들인 돈이 얼만데 내 말에 토를 달아?’ 이런 생각을 갖고 있다. 아내를 돈으로 사온 사람, 물건으로 보는 것이다. 원하는대로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폭력을 사용하고, 심지어 유흥업소에 팔아넘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박인아 호남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나카시마 노조미 오카야마현립대 교수 등 5명이 2011년 ‘보건사회연구’를 통해 발간한 <국제결혼 부부 간 발생하는 피학대 경험과 인구사회학적 요인의 관계> 논문에 따르면 ▲부부 간의 나이차가 클수록 아내는 남편으로부터 성적 학대와 신체적 학대를 많이 받고 ▲부부 간 언어 차이가 클수록 사회적 학대와 경제적 학대를 ▲국제결혼 중개업자를 통해 결혼한 경우 언어적 학대와 성적 학대를 상대적으로 많이 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은 “부부 간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국제결혼 이주여성의 한국어 능력이 낮을수록 학대 경험이 높으며, 국제결혼 중개업자를 통한 결혼과정 자체가 부부 간에 권력의 우열화를 만들어냄으로써 결혼생활 전반에 다양한 폭력상황을 발생시킬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2012년 12월 경기도에서 벌어진 사건이다. 베트남 국적의 아내가 한국에 입국한 이후 줄곧 성관계를 거부하다 남편이 강제로 성관계를 시도하려 하자 컵으로 남편의 머리를 내리치고, 흉기로 남편의 어깨를 찔렀다. 법원은 이 여성에게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가해자인 아내의 범행 당시 나이는 18살이었다. 피해자인 한국인 남편은 46살. 아내보다 28살이 많았다. 아내는 처음부터 결혼을 원치 않았지만 파혼을 할 경우 아내의 부모가 중개업소로부터 받은 돈의 몇 배에 달하는 위약금을 지급해야만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현재 국제결혼 알선업체에서 이뤄지고 있는 일부 국제결혼의 절차와 관행은 인신매매적 요소도 있다고 보이고, 피고인은 사건 당시 미성년자였다”고 적었다. 이 경우 남편을 흉기로 찌른 아내만이 이 사건의 유일한 가해자라고 할 수 있을까.

300개 넘는 중개업소에 대한 단속은

2009년 12월 기준 전국의 국제결혼중개 등록업체 수는 1237개였다. 정부가 자본금 기준 등을 올리면서 업체 수는 매년 조금씩 줄었다. 2015년 403개, 2016년 362개, 2017년 366개로 전체 업체 수는 8년 새 4분의 1로 줄었지만 문제는 모든 운영이 민간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미성년자인 만 15세 여성을 홈페이지에 버젓이 게재해 결혼중개를 하고, 결혼문의를 하는 남성에게 “베트남은 원래 18살만 되면 다 결혼을 한다. 어린 여자가 낫다”며 20살 이상 나이차가 나는 어린 여성과의 결혼을 독려하는 중개업자를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게 현실이다. 심지어 국제결혼을 원하는 동남아 현지의 어린 여성들을 사실상 ‘포주’처럼 자신의 지배하에 두고 관리하는 현지 업체들도 존재한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는 <왜 대한민국 남성과 결혼하려 하는가>라는 주제의 학술논문에서 동남아 여성이 취업을 목적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경로가 왜 ‘결혼’이어야 하는지에 의문을 제기했다. 외국인의 국내 취업 자체가 제한적이다 보니 보다 쉬운 경로인 ‘한국인과의 국제결혼’이라는 방법으로 동남아 여성들이 유입되고, 그 과정에서 중개업소가 가장 큰 이윤을 취하는 고리를 끊어낼 방법도 생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결혼중개업법상 벌칙조항은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전부다. 결혼중개업자가 거짓정보를 제공해 중개를 했더라도 법원에서 실형을 선고하는 경우는 없다. 대부분 벌금 몇 푼만 내면 그대로 영업을 할 수 있다. ‘신고제’인 국내결혼중개업과 달리 ‘등록제’로 운영되지만 폐업 후 재개업이 까다롭지도 않다.

김 변호사는 논문에서 “외국인 여성이 20여년 이상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단 한 번 만난 남성과 2~3일 만에 결혼을 결심해 한국으로 들어오는 것은 한국 남성을 이성적으로 절절히 사랑해서라기보다는 대한민국에서 돈을 벌어 친정 가족들을 도와주고자 하는 열망,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살아보고자 하는 희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밝혔다. 결국 이주여성의 목적은 F-2(거주비자·국민 또는 영주자격을 가진 자의 배우자 및 그의 미성년 자녀 등에 부여하는 사증) 취득이라는 얘기다. F-2비자가 있으면 자유로운 경제활동이 가능하다. 결혼을 통한 취업을 비난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국제결혼에 ‘그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통계적으로도 한국에서 화목하게 잘 살아가는 이주여성이 더 많다. 다만 이주여성의 인권문제는 10년 전에도, 20년 전에도 2019년 대한민국이 지적하는 것과 동일한 형태로 존재해왔다. 김 변호사의 논문도 2011년에 발표된 것이다. 8년의 세월 동안 피해자의 국적과 이름만 바뀌었을 뿐 현실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류인하 기자 ac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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