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쫄지말자" "대법판결 부정하면 친일"..조국 페북정치 논란

김효성,이윤식 입력 2019. 7. 21. 18:30 수정 2019. 7. 21.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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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日관련 글 무려 9건 게재
"文, 서희·이순신 역할 동시에"
日과 소송준비 상황까지 올려
野 "친일·반일 이분법 언행
오만함에 국민들 치를 떨어"
與서도 "자기 정치" 비판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일본 경제 보복 사태와 관련해 페이스북을 통해 여론전을 이끌고 있다. 민정수석 업무 범위를 벗어났다는 비판과 함께 조 수석의 '페북 정치'가 본인 정치적 위상을 높이기 위한 계산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야당은 "이분법으로 국민을 분열시키고 있다"며 페북 정치 중단을 요구하고 있다. 조국 수석은 지난 주말에만 일본 보복 조치와 관련해 9건의 글을 페북에 올렸다.

조 수석은 21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문재인 정부는 국익 수호를 위해 '서희' 역할과 '이순신' 역할을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희'는 고려시대 외교관으로, 993년 거란이 침략했을 때 적장과 담판을 지어 강동 6주를 획득한 인물이다. 조 수석은 "일본 국력은 분명 한국보다 위다. 그러나 지레 겁먹고 쫄지 말자"며 "법적·외교적 쟁투를 피할 수 없는 국면에는 싸워야 하고, 또 이겨야 한다"고 말했다.조 수석은 "외교력을 포함해 현재 한국 국력은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 체결 시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성장했다"며 "'병탄(倂呑)'을 당한 1910년과는 말할 것도 없다"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조 수석은 또 "한국의 '재판주권'을 무시하며 일본이 도발한 '경제전쟁'의 당부(當否)를 다투는 '한일 외교전'이 WTO 일반이사회에서 벌어진다"며 "정식 제소 이전의 탐색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문가들 사이에 패소 예측이 많았던 '후쿠시마 수산물 규제' 건에서는 2019년 4월 WTO가 한국 정부 손을 들어준 바 있다"며 "이 승소를 이끌어낸 팀이 이번 건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조 수석은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의 언론 인터뷰 가운데 "이번 재판은 개인이 국가를 상대로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을 상대로 한 재판이므로 개인청구권이 소멸되지 않았다는 점이 부각돼야 한다"는 말을 인용한 게시글을 올리기도 했다. 조 수석은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13일 동학농민운동을 소재로 한 '죽창가'를 올린 뒤 약 9일간 일본 수출 규제 관련 기사나 인터뷰, 정부 보도자료 등 39건을 공유하며 본인 의견을 피력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일본 측 조치에 대한 부당성을 강조한 글과 함께 국내 정치권이나 언론을 겨냥한 비판도 많았다.

특히 조 수석은 지난 18일에는 "중요한 것은 '진보냐 보수냐' '좌냐 우냐'가 아니라 '애국이냐 이적이냐'다"는 글을 올렸다. 이날은 "문제는 (일본 측) 논리에 부분적·전면적으로 동조하며 현 사태의 책임을 한국 대법원과 문재인 정부에 돌리는 한국인이 있다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조 수석의 이 같은 페북 정치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일부 의원은 "조국이 사실상 자기 정치를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한 의원은 "산업통상자원부 보도자료를 해당 부처보다 먼저 페이스북으로 공개한다든지, 일본과 진행하는 WTO 소송전에 누가 나서는지 등을 공개하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라며 "특히 문재인 대통령 신임을 받는 조 수석 글은 문 대통령 메시지로 오해할 수 있으니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비판을 의식한 듯 조 수석은 "민정수석 이전에 한국인의 한 사람으로서 강력한 항의의 뜻을 표한다"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이 같은 조 수석 주장들에 대해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분법으로 국민을 분열시킨다"고 비판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21일 논평을 내고 "조 수석의 반일 감정 조장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권에 충성하면 '애국', 정당한 비판을 하면 '이적'이라는 조 수석의 오만함과 무도함에 국민이 치를 떨 지경"이라고 비판했다. 또 "국민 정서를 이분법적 사고로 나눈 것도 모자라 반일 감정까지 선동하는 그 의도가 뻔하다"면서 "발언에 과연 '총선'을 위한 사익이 전혀 없다고 자신할 수 있는가"라고 물었다.

민 대변인은 지난 18일 대통령과 5당 대표 간 공동발표문 중 '초당적 협력'을 언급하며 "연이은 조 수석의 페북 정치는 결국 청와대의 정치적 쇼인 '회담'에 5당 대표가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공동발표문에는 '정부와 여야는 일본 경제 보복 대응에 초당적으로 협력(한다)'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설영호 바른미래당 부대변인도 21일 논평에서 "청와대 조 수석이 일본에 대한 대항으로 '죽창'에 이어 '애국 아니면 이적' 그리고 '친일과 반일'이라는 이분법적인 거친 언행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도 지난 19일 논평에서 "조국, 하다 하다 애국 프레임인가? 국민 분열을 일삼고 정치 혐오를 만드는 게 유일한 능력인 모양"이라면서 조 수석 글을 '얄팍한 선동'이라고 평가했다. 조국 수석은 서울대 법대 교수를 역임하던 중 문재인 정부 초대 민정수석으로 첫 공직을 맡았으며 내년 4월 총선 때 부산 지역 출마설에 이어 최근에는 차기 법무부 장관으로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다.

[김효성 기자 / 이윤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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