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통일장관, 고위급회담 준비 중이라는데..북은 220일째 무소식

정용수 2019. 7. 2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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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로 남북 공식 회담 개최 220일
하노이 회담 결렬 충격파 남측 탓?
북미 협상 앞두고 미국 올인 가능성

22일로 남과 북이 공식 회담 테이블에 앉은지 220일이 된다. 지난해 12월 14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2차 남북 체육분과회담이 최근 열린 마지막 공식 회담이다. 일주일에 한 차례씩 열기로 했던 연락사무소장 회의 역시 2월 22일 이후 열리지 않고 있다. 남북은 지난해 세 차례의 정상회담을 포함해 모두 36차례 회담을 열었다. 지난해 7월말까지만 해도 24차례의 회담이 열렸다. 불과 1년만에 남과 북이 회담조차 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14일 북측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에서 열린 제2차 남북체육분과회담에서 노태강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오른쪽)과 원길우 체육성 부상이 회담 시작에 앞서 인사하고 있다.[사진 공동취재단]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5일 수석 보좌관 회의에서 “언제 어디서든 정상회담을 열자”고 북한에 제안했지만 세 달이 넘도록 북한의 대꾸는 없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8일 “남북 고위급회담을 열어야 할 때”라고 밝혀 회담 개최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북한이 당장 회담에 응해 올지는 미지수라는 관측이 많다. 통일부 당국자 역시 “김 장관의 언급이 남과 북의 회담 개최 교감에 따른 게 아니다”며 “언제든지 회담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공개제안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북한이 1년 사이에 이 처런 ‘변심’한 이유는 뭘까.

우선 북한의 하노이 회담 충격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북ㆍ미간의 협상에 방점을 뒀다. 내년 당창건 75주년과 김 위원장의 후계자 추대 10년이 되는 해다. 전직 통일부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올해 미국과 담판을 통해 대북제재 완화를 끌어내 경제 발전의 발판을 만들겠다는 구상을 했다”며 “북한 경제 수준이 낮아 조금만 숨통이 트이면 발전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김 위원장의 치적으로 삼으려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위 당국자는 “북한은 지난해 북미 회담의 중재자인 한국과 상의하고 의지하며 회담을 진행했다”며 “하지만 하노이 회담이 결렬되면서 한국에 책임을 돌리면서 불목하고 있는게 아니겠냐”고 덧붙였다. 하노이 회담 결렬로 북한 지도자의 무오류성에 치명상을 입었는데, 한국의 ‘잘못된 훈수’ 탓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북한이 “한국을 빠지라”(지난달 26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 국장)며 미국과 직거래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다른 전직 고위 당국자는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의 무조건 재개’를 언급했다”며 “여기엔 지난해 문 대통령과 회담에서 협의가 작용했을텐데 국제사회의 제재로 한국이 어려움을 겪자 한국에 불만을 제기하며 직접 풀겠다는 의도가 작용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북한이 현재 미국과의 비핵화 실무 협상에 앞선 기선잡기 싸움을 벌이면서 미국 상대에 올인하고 있다는 관측도 많다.

내부 정비로 인해 북한 내부적으로 여력이 없었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장 사망(2011년 12월)이후 김 위원장은 당과 정부 대부분에 대한 총화(검열)를 진행했는데, 남북관계를 담당하는 통일전선부에 대해선 검열을 미뤄오다 3월 총화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총화는 현재까지 진행형이라는 게 정부 당국의 판단이다. 지난 4월 통일전선부장을 군부 출신인 김영철 당 부위원장에서 통전부에서 잔뼈가 굵은 장금철로 교체(김영철 당 부위원장은 유임)하고, 그동안 통전부의 임무와 역할에 대한 검열 및 인사가 여전히 진행형이라는 것이다.

전현준 국민대 겸임교수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지난 4월 8일 취임했는데, 실국장 인사가 지난주에야 마무리 됐다”며 “경직된 사회인 북한에서 검열과 인사가 동시에 이뤄지다 보니 대남 업무에 나서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사람이 바뀌면 전략도 바뀌어야 하는데 아직 준비가 덜 됐다는 뜻이다. 통전부의 검열이 막바지 단계인 만큼 북한이 조만간 북미 실무협상 결과에 따라 남북 대화에도 나오지 않겠냐는 조심스런 기대도 있다. 북한이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 금지 제한 조치에 대해 관영매체들을 통해 “가만히 있지 않겠다”고 공언한 만큼 남북이 공동으로 대응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한ㆍ미 연합훈련에 북한이 반발하고 있는 데다, 북ㆍ미 실무회담이 늦어지며 남북간 직접 대화는 조금더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는 전망이 많다. 특히 북한은 유엔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에 억류된 ‘와이즈 어니스트호’의 송환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데, 미국 뉴욕 남부연방 법원은 북한에 억류됐다 사망한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이 요구한 선박 매각 요구를 받아 들임으로써 악재로 작용될 수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미간에 물밑 접촉 또는 극적 반전이 없을 경우 북ㆍ미 대화 역시 시간이 걸리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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