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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해마다 바닷새 5000마리,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 먹고 죽는다

배문규 기자 2019. 7.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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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지난해 400여마리 몰살 큰 충격…개체 내 ‘한국산 조각’ 18만개 추정
ㆍ생명다양성재단·케임브리지대, 사상 첫 ‘한국산 쓰레기 경로 조사’

보트 프로펠러에 걸려 숨진 채 바다 위를 떠다니는 올리브각시바다거북.

열대 바다에는 올리브 열매처럼 짙은 연둣빛의 거북이가 산다. 전 세계 단 7종만 남아 있는 바다거북 중에서 두 번째로 작은 올리브각시바다거북(사진)이다. 등판이 심장처럼 생긴 이 거북이는 햇빛이 만들어낸 실금이 아른거리는 바다에서 지느러미를 저으며 새우나 게 등 작은 해양 생물을 먹고 산다. 바다거북 중에는 가장 많다지만, 전 세계 추정 개체 수는 80만마리에 불과한 멸종위기종이다.

지난해 여름 멕시코 남부해안에선 100여마리가 집단 폐사해 해변으로 떠밀려온 데 이어 몇 주 뒤 300여마리가 그물에 걸려 떼죽음을 당하면서 큰 충격을 안기기도 했다. 이 거북이들의 배 속에선 플라스틱이 100% 검출됐으며, 평균 조각 수는 무려 41.5개에 달한다.

올리브각시바다거북의 죽음에서 한국은 무죄할까. 아니다. 이 바다거북의 개체군 내 ‘한국산’ 플라스틱 조각은 18만300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명다양성재단과 영국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가 공동 조사한 ‘한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양 동물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에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가 해마다 바닷새 5000마리와 바다포유류 500마리를 죽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 발생된 쓰레기가 먼 바다의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연구진은 한국의 쓰레기 처리방식을 분석하고, 바다까지 퍼져나가는 경로를 분석해 최종적으로 해양 동물이 어느 정도나 먹게 되는지를 따져본 것이다.

한국에서 태평양까지 이어지는 플라스틱 쓰레기의 시작은 612만t이라는 숫자다. 전 세계 플라스틱 통계자료가 있는 2010년을 기준으로 한국에서 배출되는 연간 플라스틱 쓰레기의 양을 추정한 것이다.

1인당 연간 플라스틱 배출량은 132.7㎏으로 전 세계 3위였다. 특히 최근 배달음식이나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급격히 늘고 있는 포장재로 국한하면 전 세계 2위였다. 1인당으로 따지면 0.33㎏, 일회용컵 28개 분량을 매일 플라스틱 쓰레기로 버리고 있었다.

한국의 재활용률은 60%로 알려져 있지만, 실제 환경부 통계를 분석해보니 재활용이 가능하게 분리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28.7%에 불과한 것으로 분석됐다. 대신 플라스틱을 소각 처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온실가스도 1인당 연간 6㎏에 달했다.

■ 해마다 바닷새 5000마리, ‘한국산 플라스틱 쓰레기’ 먹고 죽는다

바다로 흘러가는 쓰레기양을 추산하기 위해선 ‘부실관리 폐기물’을 계산해야 한다. 불법으로 버려지거나 태풍이나 호우로 인해 바다로 흘러들어가는 쓰레기를 의미한다. 한국은 쓰레기 수거나 처리가 잘되는 나라여서 상당수는 다른 나라에 수출된 쓰레기를 통해 바다로 흘러들어간다. 이를테면 2015년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8.3%가 수출됐으며, 당시는 중국이 쓰레기 수입을 금지하기 전이라 대부분 중국으로 갔다. 전 세계적으로 보면 약 3190만t의 부실관리 폐기물이 있었고, 이 중 27.7%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한국 국내와 국외로 수출된 쓰레기를 모두 감안해 한국의 플라스틱 쓰레기 중 3%가 부실관리 폐기물로 추정됐다. 세계 전체 부실관리 폐기물 중에선 0.55%가 한국산이었다.

김산하 생명다양성재단 사무국장은 “0.55%라는 수치가 전체에서 보면 작아 보이지만 모든 나라들이 큰 퍼센티지 차이 없이 바다에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면서 “이미 전 세계적인 네트워크 속에서 만들어지는 쓰레기이기 때문에 모두의 책임으로 봐야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지구 바다에는 5조개의 플라스틱 조각, 무게로는 27만t의 플라스틱이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작은 것은 1㎜ 미만부터 큰 것은 1m가 넘는 것까지 다양하다. 죽은 동물 배 속에서 나오는 것들은 거북이는 5㎜, 바닷새는 1㎜가 넘는 것들을 센다고 생각하면 된다. 한국산 부실관리 폐기물의 비율을 감안하면 바다에 떠다니는 300억개의 플라스틱 조각(1500t)이 한국에서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됐다.

해마다 바다에선 플라스틱 쓰레기 때문에 약 100만마리의 바닷새와 10만마리의 해양 포유류가 죽는다. 우연히 쓰레기가 몸에 걸리거나 엉켜서 죽기도 하고, 음식으로 착각해 먹기도 한다. 플라스틱이 바닷물에 들어가면 얇은 막이 생겨서 플랑크톤이나 조류 등이 붙게 되면 ‘먹이의 냄새’가 난다. 색깔까지 알록달록하다보니 먹이로 알고 삼키는 것이다. 각 국가의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다에 고르게 분포한다고 가정하면, 한국에서 배출한 플라스틱 쓰레기는 매년 5000마리의 바닷새와 500마리의 바다 포유류를 죽게 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바닷새와 바다거북의 멸종에도 한국산 쓰레기가 역할을 하고 있었다. 종별로 보고된 장내 플라스틱 조각의 수에 한국산 추정 비율을 곱해보니 북방풀머갈매기 무리에는 한국산 플라스틱이 무려 1000만개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검은머리슴새 무리에는 한국산 플라스틱이 55만2000개, 흰뺨바다제비의 경우에도 29만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바다거북들에게도 적게는 4000개, 많게는 18만개 이상 한국산 플라스틱이 흘러들어간 것으로 추산됐다.

로버트 바이어 케임브리지대 동물학과 연구원은 “한국 자체의 부실관리 비율은 낮지만, 남의 손을 빌려서 버린다고 할 수 있는 수출을 통해 흘러들어가는 쓰레기의 비중이 많다”면서 “자기 나라는 깨끗하게 관리하면서 더러운 쓰레기는 다른 나라로 미루는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현존하는 바다거북은 100%, 해양 포유류는 54%, 바닷새 56%는 바다 쓰레기의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된다. 이 쓰레기의 92%가 플라스틱 쓰레기다. 김 사무국장은 “일반적으로 해양 동물을 생각할 때 나와는 상관없는 일로 생각하다보니 정서적인 접근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연구처럼 양적 계산을 해보면 실제 인과관계의 끈으로 이어져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면서 “개개인의 일상생활에서 하는 행동들이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도 중요하다는 의미”라말했다.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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