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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국산 '초고순도 불화수소' 기술, 8년 전 개발했지만 빛도 못 봤다

세종=신준섭 기자 입력 2019.07.22.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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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만드는 기술이 국내에서도 이미 8년 전에 개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22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 따르면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기술 1건이 특허 등록돼 있다.

A사는 반도체 에칭(부식 가공) 공정용 불화수소 제조기술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에칭 작업에 적합한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얻기 위해 초음파 진동기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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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초고순도 불화수소 특허 2011년 접수
일본산 맞먹는 99.999999999% 기술 특허 통과
개발자인 중소기업, 여건상 투자 못해 사업화 실패
대·중소기업 ‘상생 생태계’ 부재가 원인으로 꼽혀

반도체 공정에 쓰이는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만드는 기술이 국내에서도 이미 8년 전에 개발됐던 것으로 확인됐다. 초고순도 불화수소는 일본이 한국을 겨냥해 수출규제 조치를 내린 3가지 핵심소재 가운데 하나다. 기술의 핵심은 불화수소 속 불순물 비중을 100억분의 1 이상 줄이는 것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서 수입하는 일본산 불화수소와 맞먹는 순도다.

하지만 이 기술은 빛을 보지 못했다. 기술 개발에 성공한 중소기업은 판로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거액을 들여 생산시설을 구축할 수 없었다. 사 줄 대기업이 없으면 막대한 손실만 떠안기 때문이다. 이에 국내 산업생태계의 허술한 상생구조가 소재·부품산업 경쟁력의 발목을 잡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특허청 특허정보검색서비스(KIPRIS)에 따르면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하는 국내 기술 1건이 특허 등록돼 있다. 중소기업 A사가 2011년 7월 등록한 기술이다. A사는 반도체 에칭(부식 가공) 공정용 불화수소 제조기술을 실험으로 입증했다. 특허청은 심사 후 이 기술에 특허를 부여하고 2013년 1월 공개했다.

해당 기술은 반도체 에칭 작업에 적합한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얻기 위해 초음파 진동기를 활용했다. 순도가 낮은 불화수소 속에 섞여 있는 불순물을 제거하기 위해 첨가제인 과산화수소 등을 넣고 초음파 처리를 했다.

6가지 방식으로 실험한 결과 특정 실험에서 불화수소 속 불순물 비중은 최소 10억분의 1 이상, 최대 100억분의 1 이하까지 내려갔다. 반도체 공정에 쓸 수 있는 순도 ‘99.999999999%’ 이상의 불화수소를 추출해낸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보통 100억분의 1이나 1000억분의 1 정도 순도가 돼야 쓸 수 있다”며 “이 기술로 정제한다면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기술은 사실상 사장됐다. 생산을 시도해 보기도 전에 투자 장벽이 가로막았다.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생산·판매하려면 공장을 짓는 것은 물론 고가의 분석장비 등을 갖춰야 한다. 이송 과정에서 오염을 막는 특수용기도 있어야 한다. 여기에 들어가는 돈이 만만치 않다. 특허를 출원한 A사의 B대표는 “모두 고가 장비”라며 “수십억에서 100억원 이상까지도 설비투자 비용이 든다”고 했다.

여기에다 척박한 산업 생태계가 걸림돌이 됐다. 초고순도 불화수소를 필요로 하는 기업이라도 당장 제품을 쓸 수 없다. 반도체 공정에 적합한지를 6개월~1년 정도 시험해야 한다.

자금 여력이 풍부한 대기업은 이 시간을 기다릴 수 있고 설령 실패하더라도 받는 충격이 적다. 이와 달리 중소기업은 향후 판매가 가능할지 불분명한 제품에 대규모 투자를 결정하기 어렵다. A사의 지난해 매출액은 100억원에 못 미쳤다. B대표는 “대기업 입장에선 이미 사용 중인 일본산 불화수소를 쓰면 되는데, 굳이 우리 제품으로 바꿀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연구·개발(R&D) 외에 시설투자를 예산으로 지원하기도 쉽지 않다. 이런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 때문에 사장된 기술이 한두 개가 아니라고 한다. B대표는 “초고순도 불화수소 외에도 소재·부품 분야에서 이런 사례가 비일비재하다”며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전직 산업통상자원부 고위 관계자는 “대기업이 중소기업과 상생하려 하지 않았던 근본적 한계가 일본의 수출규제라는 사태를 불러온 게 아닌가 싶다”고 꼬집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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