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방사능 올림픽'으로 스포츠를 농락하다

정철운 기자 2019. 7. 22.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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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도쿄올림픽, 야구 개막전 후쿠시마 인근 아즈마 스타디움 '논란' 선수단 식자재도 '후쿠시마산' 계획…"핵발전소 위해 올림픽 도구화"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2020도쿄올림픽 야구 개막전과 소프트볼 6경기가 열리는 후쿠시마현 아즈마 스타디움 부근에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긁어낸 방사능 오염토가 쌓여있다. 경향신문에 따르면 야구장 관중석에서 방사능 오염토 지역까지 직선거리로 243m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경기장 주변의 방사능 안전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야구 개막전을 보러 가면 방사능 오염토에얼마나 피폭당할지 가늠할 수없다. 2020년 7월24일부터 8월9일까지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이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선수와 관중이 방사능에 피폭될 우려도 있다. 올림픽을 보이콧 하자는 움직임까지 나온다.

아베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2011년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이후 '일본 부흥'의 상징으로 삼고자 후쿠시마 인근 아즈마 스타디움을 야구·소프트볼 경기장으로 정했다. 아베 총리는 "부흥이 진행되는 후쿠시마의 모습을 세계에 전하고 싶다"고 했고, 모리 요시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후쿠시마가 복구됐음을 전 세계에 알릴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다. 경기장은 방사능 사고가 난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직선거리로 불과 67㎞ 떨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올림픽 조직위는 후쿠시마 등 방사능 피해지역에서 자란 쌀과 채소 등 농수산물을 올림픽 선수촌 등에 식자재로 공급할 계획이라 더큰 논란을 예고했다. 일본산 수산물 수입금지 WTO 심의 패소 이후 자국의 식품 안전성을 전 세계에 알리겠다는 취지지만, 안전한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KBO는 도쿄올림픽에서 생수 등 음식물 일체를 국내에서 자체 조달하는 방안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KBS는 관련 보도에서 "일본주장대로 후쿠시마 지역이 완전히 부활했다는 것을 증명하려면 IOC와 국제환경단체를 참여시켜 국제사회가 인정할 방식으로 공식조사를 거쳐 그 결과를 발표해야 한다. 그러나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단 한 차례도 후쿠시마 지역의 방사능이 어느 정도인지 공신력 있는 조사 결과를 내놓지 않았다"고 했다.

앞서 그린피스는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 8주기(3월11일)를 앞둔 지난 3월8일 드론 등을 이용한 후쿠시마 현지조사를 바탕으로 낸 보고서에서 "2017년 3월 피난 지시가 해제된 후쿠시마현 주변 지역이 향후 수십 년간 국제 권고일반인 연간 방사선 피폭 한도인 1밀리시버트(mSv)를 크게 초과했다"며 일본 정부를 비판했다.

그린피스는 해당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는 저선량 방사선 피폭(연간 1~5mSv)이 암을 비롯한 건강상 위험을 초래한다는 과학적 증거를 무시한다"며 "위험의 최전선에 있는 제염노동자와어린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여러 방사선 방호 대책을 권고했으나 일본 정부는 이를 계속 무시한다"고 우려했다.

유엔인권이사회는 후쿠시마 지역으로 어린이와 가임기 여성을 포함한 피난민을 복귀시켜선 안 된다는 입장을 아베 정부에 전하고 아베 정부가 자국의 피폭허용 기준을 세계 기준의 무려 '20배'로 상향 조정한 것도 강하게 비판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위원회도지난 2월 후쿠시마 사고와 관련해 일본 정부에 7가지 주요 권고안을 냈으나 아베 정부는 묵묵부답이다.

유엔 인권전문가들은 일본 정부가 방사선 피폭량을 연간 20mSv가 아니라 국제 권고 최대치인 1mSv로 변경해야 하며 피난 지시를 해제하고 주민을 방사선에 노출시키는 정책을 당장 멈춰야 한다고 지적하지만 아베 정부는 오염이 더 심한 지자체도 차례로 피난 지시를 해제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국내 탈핵법률가모임 '해바라기' 대표인 김영희 변호사는 도쿄올림픽 보이콧을 공개적으로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아베 정부는 방사능 오염토가 있는 후쿠시마 현에 일부러 야구경기를 잡았다. 선수와 관중 모두에게 피폭 위험이 있다"고 우려한 뒤 "아베정부가 향후 핵발전소 확대 정책을 도모하기 위해 올림픽을 도구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영희 변호사는 선수단 후쿠시마산 식자재 공급에도 "모든 식자재의 방사능 수치를 전수조사할 수 없다. 일본 시민조차 후쿠시마산 식품을 피하는데 식자재를 선수들에게 공급한다는 건 선수들을 볼모로 핵발전소 부흥정책을 홍보하겠다는 발상"이라고 비판하며 "매우 비도덕적인 선택이고 선수들의 일방희생을 강요한다"고 우려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9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2020년 도쿄 방사능 올림픽, 선수들 보호 차원에서 출전을 중단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국내 한 스포츠 기자는 "야구기자들 사이에서도 실제 선수들이나 관중들이 피폭될 우려가 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며 "기자들도 취재가 꺼려진다"고 전했다.

한편 일본 언론에서 이 같은 올림픽 개최장소와 관련한 우려나 비판을 찾기는 어렵다. 국경없는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서 일본은 2011년 32위였으나 후쿠시마 사고 이후 지속적으로 순위가 하락해 2016년과 2017년 조사에서 2년 연속 72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의 역대 최하위(2016년 70위)보다 낮다. 국경없는기자회는 일본 언론계를 가리켜 "2012년 아베 집권 이후 기자들은 취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극우 단체는 정부를 비판하거나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건 등의 문제를 다루는 언론인을 괴롭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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