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태양광이 비난의 중심에?..'전기 생산자' 되어보니

2019. 7. 23.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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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석 | 그린피스 기후에너지 스페셜리스트


한전에서 또 문자가 왔다.

한전에서 날라온 문자

'또 한 달이 지났구나.' 정산의 시간이다. 매달 이맘때가 되면 한전으로부터 한 달 치 전력 구입을 정산한 문자가 날아온다. 아, 이건 내가 한전에 내는 돈이 아니다. 내 통장으로 한전이 입금해주는 돈이다.

나는 태양광발전소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 2013년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알리는 책을 냈는데, 마지막 장에 기후변화를 막으려면 태양광을 빨리, 더 많이 활용해야 한다고 썼다. 이렇게 써 놓고 나니 나도 하나 해야겠다 싶었다.

방법을 찾다가 작은누나 집 지붕 위에 태양광 발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하지만 주변의 반대가 컸었다. '누가 그러는데 그거 잘 안된다더라', '혹시 태풍 불어서 날아가면 큰일이다' 등 실체를 알 수 없는 '누가'와 가능성을 내세운 '혹시'의 협공은 당시 나를 꽤 힘들게 했었다.

다행히 작은누나 집 옥상에 설치한 태양광 발전기는 부담되던 겨울 전기요금을 30만 원대에서 10만 원대로 대폭 줄이는 효과를 가져왔고, 태풍에 날아가지도 않았다. 이후 나는 본격적으로 부모님 댁 옥상, 충남 공주시 외곽 농지 등에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었다. 발전소 중 하나는 큰아이 이름을 따서 수현 태양광 발전소, 다른 하나는 작은 아이 이름을 따서 승현 태양광 발전소라고 이름을 붙였다. 두 아이의 이름을 붙인 태양광 발전소는 꾸준히 잘 가동되고 있다.

내가 태양광발전소를 만들기 시작했을 때 태양광은 정부가 권장하는 미래산업이었고 심각한 기후변화를 막아내는 핵심기술이었다. 그런데 그랬던 태양광이 최근에는 각종 비난의 중심에 서 있다.

특히 뭇매를 맞고 있는 것이 사용 후 폐기물 문제다. 처리할 방법이 없다는 주장인데, 신기하게도 해외에서는 태양광 폐기물 논란을 찾아볼 수 없다. 심지어 미국 캘리포니아는 새로 집을 지을 때 태양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게 한다. 엄청나게 공들여 지은 애플의 신사옥도 태양광으로 덮여있고, 애플은 이를 자랑스럽게 홍보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태양광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기존 에너지원은 어떠한지 짚고 넘어가자. 우리나라 발전의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석탄은 가동과 동시에 대량의 석탄재가 발생한다. 석탄재를 매립하려면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본의 경우 처치 곤란한 석탄재 중 70만 ~ 130만 톤을 매년 한국으로 보내고 있다.

또 천연가스 발전은 석탄보다는 덜하지만 여전히 상당한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해서 석탄에 이어 서둘러 퇴출해야 할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원전은 양은 적지만 처리가 매우 곤란한 방사능 폐기물을 만들어 내는 데다, 후쿠시마 사고 여파에서 볼 수 있다시피 사고 발생 시 어마어마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손실을 가져온다.

태양광 패널은 보증 기간이 25년 이상, 수명이 30년 이상이다. 처치가 곤란하다는 패널 재질의 대부분이 실상은 유리와 알루미늄이다. 유리와 알루미늄은 재활용이 용이하다. 지구와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는 온실가스 문제에 비하면 30년 이상 사용 후 다량의 유리와 순도 높은 알루미늄 재활용 소재가 배출되는 것이 이렇게나 비난받을 일인가?

태양광이 기존 에너지의 대체재로 떠오른 가장 큰 이유는 온실가스 배출이 없기 때문이다. 지난 5월 8일 안토니오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지구온난화를 막지 못하면 완전한 재앙이 찾아올 것"이라고 직접적으로 경고해 화제가 된 바 있다.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 원장은 "미세먼지가 동네 뒷골목의 깡패라면 기후변화는 핵폭탄"이라고도 언급했다. 유엔사무총장과 조천호 원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태양광은 완전한 재앙을 막고, 뒷골목의 깡패와 핵폭탄도 막을 수 있는 시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기물 등 부풀려진 내용으로 태양광이 과도한 비난을 받는 걸 보면 답답한 마음이 든다. 그럴 땐 기후변화를 막는다는 자부심과 한전이 보낸 입금 문자를 보면서 위안을 삼는다. 모두가 태양광 발전소를 만들기 위해 나설 필요는 없지만 누군가는 기후변화를 막을 깨끗한 전기를 만들어 공급해야 한다. 나는 내가 그런 일을 하고 있다는데 자부심을 느낀다.

지금도 매일같이 뉴스에서는 폭염, 갑작스러운 우박, 산불, 태풍 등 이상기후 현상이 보도된다. 이 모든 현상의 원인이 기후변화에 있고, 그를 막기 위해서는 온실가스 없는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이 필수적이라는 걸 언젠가는 사람들이 알게 될 거라고 생각한다. 그때까지 나는 계속해서 태양광이 왜 중요한지 알리고 다닐 생각이다.

P.S. 2019년 6월 기준 공주유선 태양광 발전소(부모님 댁 옥상 태양광)와 수현 태양광 발전소는 햇빛으로 14,891kWh의 전기를 만들었다. 50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승현 태양광 발전소는 137,959kWh의 전기를 만들었다. 470가구가 쓸 수 있는 양이다.

#인-잇 #인잇 #김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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