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일기]日, 20개국 상대로 설명회했다는데..'맨주먹' 한국은 어떤 전략?

서승욱 입력 2019. 7. 23. 16:59 수정 2019. 7. 23.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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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외교전,특파원과 대사관으로 확대
22일 日 외무성서 대사관 상대 설명회
文대통령-아베 총리간 담판 어려워져
국제여론이 살 길.."한국도 올인해야"
도쿄는 최근 한달째 햇빛을 보기 힘든 기록적인 일조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연일 자욱한 구름이 비를 뿌리는 어두운 풍경, 여기에 외교 전쟁의 포연까지 덮쳤다. 징용문제에 이어 수출규제 강화 조치로 증폭된 한ㆍ일간 갈등은 도쿄를 전쟁터로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 환영식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8초간 악수한 뒤 이동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말 끊기와 "무례" 발언이 난무했던 19일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과 남관표 주일한국대사의 면담은 양국간 충돌의 생생한 현장이다. 하지만 도쿄의 전선(戰線)은 일본 정부와 주일한국대사관 사이에만 그어져 있는 게 아니다.
일본 정부는 그 전선을 특파원 사회와 각국 대사관들로 넓히고 있다.
22일 오전 일본 정부는 한국 기자들만 상대로 설명회를 열었다. '녹음 금지, 촬영 금지, 실명 인용 금지'라는 까다로운 조건이 걸렸고, "한국 언론에도 충분히 설명했다"는 알리바이용이 분명했지만 어쨋든 '한국 기자만을 위한 설명회'는 이례적인 발상이었다.
같은날 일본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은 도쿄 주재 각국 대사관의 담당자를 대상으로 한 설명회도 외무성에서 개최했다. 이번 수출규제 강화에 대해 미국과 유럽 언론에서 "그동안 자유무역을 누려온 일본의 자해행위"란 비판이 일기 시작하자 일본이 국제여론전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이다.
NHK에 따르면 설명회엔 각국 대사관 직원 약 20명 정도가 참석했다. 일 정부는 "이번 조치는 징용 문제에 대한 보복조치가 아닌 안전보장을 목적으로 한 수출관리 절차 운용의 재조정이다","우대조치를 철회한 것일뿐 한국에 특별히 불이익을 주는 게 아니기 때문에 WTO(세계무역기구)협정 위반이 아니다"등 자신들의 입장을 한 시간에 걸쳐 설명했다. 중앙일보 도쿄총국은 일 외무성과 경제산업성에 "몇 개국이 참석했고, 누가 설명했는지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어느쪽에서도 제대로 된 답변을 듣지 못했다. 분쟁 상대국에는 작은 정보라도 흘리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읽혔다. 그러면서도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일본 경제산업상은 23일 기자들에게 "무역관리 분야는 기술적인 얘기들이 많아 해외를 향한 설명은 더 정중하게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자국이 한국에 제안한 '제3국 중재위원회'의 설치 시한(18일)까지 한국이 답변을 하지 않았다며 19일 일본 외무성에 초치된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가운데)가 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왼쪽)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연합뉴스]
기습공격을 당한 한국이 일본을 이길 수 있는 가장 좋은 전략은 국제여론전이다. 자유무역을 수호한다면서 규제를 가하는 논리적 모순에 월스트리트저널과 파이낸셜타임스 등 전세계 주요 매체들이 비판에 나서고 있다. 이 흐름을 잘 이어갈 필요가 있다. 사실 향후 개헌을 위해 올인하려는 아베 총리가 국내 강성 우파들의 눈치 때문이라도 한국 정부에 바로 저자세를 보이긴 어려운 상황이다. 여론전이 절실한 이유다.

한국 국내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ㆍ일 기업이 징용 피해자에게 자발적으로 위자료를 지급하는 ‘1+1 방안’을 이미 내놓았는데, 일본의 압박에 못이겨 새로운 방안을 새롭게 추가하긴 어려워 보인다. 한국을 안보우방국(화이트 국가)명단에서 제외시키겠다는 일본의 '보복 제2탄'을 철회시키거나, 명단 제외로 인한 실제 피해를 최소화시키려면 더 강하게 국제여론에 호소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일본 언론들을 소집하고, 서울의 각국 대사관 담당자들도 수시로 외교부로 불러 설명하며 우리에게 우호적인 논리를 전파해야 한다. 아베 총리가 한국보다 훨씬 더 무서워하는 건 바로 국제여론이기 때문이다. 전방위 여론전에 나설 때다.
도쿄=서승욱 특파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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