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문 정부 2년간 공공부문 18만명 정규직 전환..부작용 속출

김기찬 2019. 7. 2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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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까지 20만명 목표로 가속도
"우린 힘든 공채 거쳐 들어왔는데"
곳곳에서 직원 간 노노갈등
채용비리 잡음, 구조조정 압박도

올해 5월 말 서울시 공무원노조가 성명을 냈다. 서울시의회 더불어민주당 민생실천위원회가 내놓은 정규직으로 전환(무기계약직)된 공무직의 보수를 공무원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조례에 대해서다. 성명에는 “수년간 도서관에서 공부해 공무원이 됐는데 하루아침에 시험도 치지 않고 정규직이 되고, 처우까지 같아지면 그게 공정인가”라는 항변이 담겼다.

노노 갈등이다. 저마다 명분이 있다 보니 조정이 쉽지 않다. 정부조차 해결책을 못 내놓는 이유다. 비정규직 제로 선언 이후 이런 갈등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고용노동부는 6월 말 기준으로 공공부문에서 2년 동안 18만5000명이 정규직으로 전환 결정됐다고 23일 밝혔다. 이 중 15만7000명은 정규직이 됐다. 나머지도 용역 계약기간이 만료되면 정규직이 된다. 정부는 내년까지 20만 5000명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직접 고용하거나 자회사 설립 또는 사회적 기업 같은 제3섹터로 흡수하는 방식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5월 조사한 결과 정규직 전환자의 임금은 연평균 391만원(16.3%) 올랐다. 고용 안정과 기관 소속감도 증가했다.

이런 긍정적인 효과가 있지만 부작용도 심각하다. ▶전환 과정에서의 채용 비리 의혹 ▶노노 갈등 ▶공룡화된 공공부문 운영 부담 등이다.

정유섭 자유한국당 의원에 따르면 정규직 전환자 중 상당수가 임직원의 부모나 동생, 자녀와 같은 친인척이었다. 공기업 의료재단이 운영하는 병원에선 부장의 자녀가, 국책 연구원에선 연구원의 배우자가 기간제에서 정규직으로 신분을 바꿨다. 까다로운 채용 시험 대신 계약직이나 용역 근로자로 공공기관에 들어가 정규직 전환 열차에 올라타면서 편법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한 지방공사 노조 홈페이지에는 “자리를 정규직화하랬지 누가 다짜고짜 공채 시스템을 무너뜨리는가”라는 주장이 올라왔다.

노노 갈등은 격화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 인천공항공사, 도로공사 등 곳곳에서 표출되고 있다. 지난해 10월 인천공항공사 국정감사장 앞에선 정규직 직원들이 시위를 벌였다. “치열한 경쟁을 통해 들어가는 공기업에 비정규직이란 이유로 무조건 승계하도록 하는 것은 기회 균등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정규직으로 전환된 뒤 기존 직원과의 균등처우를 요구하는 형태로 갈등의 양상도 진화 중이다. 최영기 한림대 객원교수(전 한국노동연구원장)는 “비정규직 제로 정책이 기대치만 높여놨다”며 “고용은 보장하되 임금을 비롯한 근로조건은 직업별 노동시장의 평균시세에 맞춘다는 원칙을 천명할 때”라고 말했다.

공공기관의 비대화도 문제다. 도로공사의 경우 6000여 명의 톨게이트 직원을 정규직으로 흡수하면 직원 수가 1만 3000여 명으로 급증한다. 명절 무료 통행과 같은 정책으로 가뜩이나 빠듯한 살림이다. 이 상황에서 직원이 불어나면 구조조정 압박이 생길 수 있다. 모 공기업 인사담당자는 “공개경쟁 절차를 거쳐 입사한 기존 직원이 회사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몰릴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정부가 부작용 해소방안을 가진 것도 아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정규직 전환 등과 관련한 갈등은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원만히 해결하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그저 대화하라는 게 고작인 셈이다.

김기찬 고용노동전문기자 wol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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