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일반이사회서 한일 격돌..다른 안건 토의 길어져 24일 논의

정욱,박용범,임성현 2019. 7. 24. 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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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국 정부대표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 입장..치열한 공방 예고
韓 "3건 규제만으로도 WTO 위반" vs 日 "안보차원 조치" 주장할듯
[사진 = 연합뉴스]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를 둘러싸고 첨예하게 맞붙은 한일 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서 치열한 법리 공방을 벌인다. 일본의 2차 보복 조치인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가 다음달로 예고되면서 정부는 이 같은 여론전과 함께 미국에 중재 요청을 하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섰다.

23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164개 회원국이 참여한 가운데 WTO 일반이사회가 열렸다. 당초 이날 마무리 될 예정이던 이사회는 안건들에 대한 논의가 길어지며 24일에도 계속된다. 총 14건 안건 중 11번째인 일본 안건은 24일 상정된다. 정부는 'WTO 협정에 위배되는 조치 철회'를, 일본은 '안보상 정당한 조치'라는 점을 강조하며 팽팽히 맞설 전망이다. 지난 7일 WTO 상품이사회에서 한국이 일본 조치를 긴급 안건으로 상정하며 처음으로 국제 무대에서 맞붙었던 양국이 이번에는 급을 높여 2라운드에 나선 것이다.

알파벳 순서에 따라 한국과 일본은 이사회장에서 나란히 옆자리에 앉는다. 의장국인 주제네바 태국대사의 사회로 진행될 이사회에서 안건 제안국으로서 먼저 발언권을 얻게될 정부는 10분 가까이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지적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수석대표로 참석한 김승호 산업통상자원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은 "일본의 조치는 WTO에서 금지하고 있는 수출입 수량 제한과 차별적 대우에 해당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김 실장은 일본의 이번 조치가 징용 배상 판결에서 비롯된 보복 조치라는 점을 강조할 예정이다. 국제법에서 규정한 통상 분쟁의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 실장은 일본 조치의 부당함을 WTO 규정인 GATT 1조와 11조 등을 들어 조목조목 비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사회 참석 전 김 실장은 "현재 일본이 시행 중인 3건의 수출 제한 조치만으로도 WTO 규범을 정면으로 위반하고 있다"며 "화이트리스트 문제로까지 확대하면 일본의 위반 범위는 더 커진다"고 주장했다. 별도 안건으로 일본이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결과를 보고한 데 대해서도 정부는 자유무역 원칙을 강조한 일본의 수출 통제 조치는 이율배반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일본 수석대표로 나선 야마가미 신고 외무성 경제국장은 한국에 대한 수출 통제 조치는 안보상 필요에 따른 정당한 조치라고 맞설 것으로 보인다. 야마가미 국장은 "이번 조치는 WTO에서 인정하는 안전보장을 위한 기술 관리 제도의 적정한 운용을 위해 필요한 조치"라고 강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자유무역 원칙과 G20 정상회의 등에 반하는 것이 아닌 만큼 WTO 위반이란 지적은 전혀 맞지 않는다"고 반박할 예정이다. 특히 양측 수석대표로 설전을 벌인 김 실장과 야마가미 국장은 후쿠시마 수산물 분쟁의 양국 책임자로서 '악연'을 갖고 있다. 지난 4월 정부가 WTO 상소기구 판결에서 최종 승소하면서 역대 한일 간 WTO 분쟁 전적에서 정부는 3전 3승을 거둔 바 있다. 매달 일반이사회, 상품이사회, 지식재산권이사회 등 각종 다자간 회의가 열리는 WTO는 다음달에는 휴가 시즌을 맞아 한 달간 회의가 없다. 산업부 관계자는 "9월에나 WTO 이사회가 다시 열리기 때문에 이번 이사회에서 국제적인 우호 여론을 얻어내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WTO 여론전과 함께 정부는 미국의 중재 요청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유명희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미국 워싱턴DC로 출국했다. 앞서 지난 10~14일 김현종 국가안보실 2차장이 미국을 찾은 데 이어 열흘 만이다. 유 본부장은 출국에 앞서 "미국 경제통상 인사들을 만나 일본의 조치가 한국뿐만 아니라 미국 기업과 글로벌 밸류체인도 흔들 수 있다는 점을 적극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 본부장은 일본 조치로 피해가 예상되는 미국 정보기술(IT) 기업들은 물론 지역구 의원들도 만날 예정이다.

정부는 일본을 향해서는 연일 조치 철회를 촉구하며 국가적 협조를 당부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과 오찬간담회를 하면서 "국민과 함께 분노하고 걱정도 해야겠지만, 희망과 자신감을 드릴 수 있도록 정치권은 협치로 뒷받침해야 할 것"이라며 "추가경정예산이나 일본 수출 규제 대응만큼은 힘을 모아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정부의 전방위 공세에 일본 정부도 여론전으로 맞불을 놓고 있다. 경제산업성과 외무성은 지난 22일 일본 내 주요국 대사관 인사들을 초청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설명회를 열었다. 각국 일본 대사관에서도 주재국 주요 언론사에 영문 설명자료를 배포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가 도마에 오른 가운데 미국과 통상 협의에 나서게 되면서 일본 정부로선 곤혹스러운 처지에 놓이게 됐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24일부터 워싱턴에서 양국 간 통상 협의를 위한 실무자 접촉을 진행한다.

이런 가운데 일본 측에서 '대일특사 파견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와 주목된다.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대사가 최근 자신을 만난 자리에서 "천황 즉위식 전까지 특사를 파견해야 한국도 축하 사절단을 보낼 수 있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고 23일 밝혔다. 나루히토 일왕 즉위식은 10월 22일 열린다. 윤 위원장은 "일본 입장에서는 10월 22일 전에 빠르게 모든 것을 끝내자는 것"이라며 "비공개 특사를 통해 일본에 즉각적인 무역규제 중단을 요청하고, 우리도 할 수 있는 것을 다하겠다고 밝혀야 한다"고 했다.

[도쿄 = 정욱 특파원 / 서울 = 박용범 기자 / 임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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