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시 가수 공연장에서 히잡 쓰라고?" 사우디 여성들 뿔났다

홍지유 2019. 7.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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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노출·가사로 유명한 여가수 공연장서
관객들 '아바야' 입도록 한 정부 방침 "모순적"
결국 여성 인권 우려된다며 가수 측에서 취소

역대 미국 힙합 여가수 중에서 가장 많은 앨범 판매고를 올린 ‘힙합 여왕’ 니키 미나즈가 사우디아라비아 공연을 취소하며 사우디 왕가의 체면이 땅에 떨어졌다. 미나즈가 공연을 거절한 이유로 “여성 인권”을 들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힙합 스타 니키 미나즈. [AP=연합뉴스]

세계적인 팝스타 니키 미나즈가 18일(현지시간) 사우디 서부 항구도시 제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음악축제 공연을 취소했다. 미나즈는 9일 AP통신에 보낸 성명에서 “사우디 팬들에게 공연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크지만 여성 인권, 동성애, 표현의 자유에 대한 나의 지지를 명백히 밝히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공연 취소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여성인권운동가와 동성애자를 탄압하는 나라에서는 무대에 서지 않겠다며 ‘보이콧’ 선언을 한 셈이다.

미나즈의 공연은 개최 소식이 알려진 뒤 즉시 논란에 휩싸였다. 미나즈는 노출이 많은 의상을 즐겨 입고 성(性)에 대해 적나라한 가사를 쓰는 것으로 유명한 여성 래퍼인데, 미나즈의 공연을 예매한 여성 관객들에게는 아바야(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쓰고 다니는 검은 망토)를 입도록 강제한 것이 논란의 핵심이다.

10일 알자지라 보도에 따르면 미나즈의 공연과 관련해 정부의 이중적 태도를 비판한 한 사우디 여성의 트윗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3만7000여 차례 조회된 이 트윗의 작성자는 “그녀는 (무대에서) 엉덩이를 흔들 것이고 그녀의 모든 노랫말은 섹스와 ‘엉덩이 흔들기’에 관한 것이다. 그런데 (그 공연을 보는) 나는 아바야를 입어야 한다고?”라고 반문했다.

사우디 아라비아 여성들이 착용하는 의복 '아바야'의 모습 [사진 구글]

동성애도 문제가 됐다. 사우디에서 동성애는 최고형인 사형까지 받을 수 있다. 그런 동성애를 공개적으로 지지해온 미나즈를 콘서트에 초청한 것은 사우디 정부의 모순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나즈가 공연을 취소하기로 한 데는 국제 비난 여론도 한몫했다. 지난해 사우디 반체제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 살인 사건 등이 발생한 뒤 국제사회에선 사우디 인권 상황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졌다. 미국 뉴욕의 시민단체 국제인권보호기구(HRF)는 지난 5일 미나즈에게 사우디 공연 취소를 요청하는 공개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이 단체는 미나즈에게 “사우디 정권이 주는 돈을 거부하고 당신의 영향력을 사우디 여성 운동가 석방을 요청하는 데 쓰라”고 촉구했다. 또 18일엔 사우디 공연 참석을 결정한 스타들의 이름을 한명 한명 트위터에 거론하며 “(사우디 내) 여성과 성 소수자의 인권 문제에도 불구하고 무대에 오르는 자넷 잭슨, 50센트, 크리스 브라운은 도덕보다 돈을 선택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아직도 많은 식당, 커피숍, 공립학교, 대학교에서 독신 남성과 여성 사이의 성별 분리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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