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연 "실체도 없는 친일프레임 공세. 왜 먹히는지 고민해야"

한영익 2019. 7. 24.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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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4일 서울 중구 HSBC빌딩 한일비전포럼에서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언하고 있다. [중앙포토]

“힘을 보태겠다.”(7일)→“실질적인 논의가 가능하다면, 우리 당은 대승적 차원에서 어떤 회담이라도 수용하겠다.”(15일)→18일 문재인 대통령과 5당 대표 회동→“초당적인 협력을 한다고는 했지만 그게 잘 이뤄지겠나.”(19일)→“무능을 덮기 위해 갈등만을 부추기는 정권, 절망스럽다.”(23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근래 말과 글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 조치 후 거세진 반일(反日) 정서 속에서 문재인 정부에 협조할 건 협조하면서도 현 정부가 한·일 갈등을 키워온 대목에 대해선 비판해야 하는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드러난다.

24일 국회 방미단 일원으로 떠나는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을 출국 하루 전날 만난 이유다. 그는 국회 보건복지위원장과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장을 동시에 맡은 3선 중진(부산 금정)이다. 동시에 지도부를 향한 쓴소리도 마다치 않는 대표적 당내 소장파 개혁성향 의원으로도 꼽힌다. 한국당의 고심을 듣기에 적임자다. 하지만 그도 인터뷰 말미에야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전반부엔 정부·여당의 ‘친일 프레임’ 공세를 비판했다.

“실체도 없는 친일프레임 공세가 왜 먹히는지에 대해서는 고민할 여지가 있다.”
그는 그러면서 “한국당이 국민의 신뢰를 충분히 얻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Q : 정부ㆍ여당의 친일프레임 공세에 대한 입장은?
A : 실체 없는 정치공세다. 국익이 걸린 외교·통상 문제를 국내정치를 위한 도구로 삼는 접근을 하고 있다. 100년 전 세계관으로 바라본, 지금은 실체가 없는 친일이라는 프레임을 박물관에서 꺼내 경쟁상대(한국당)에게 덮어씌운 꼴이다. 정치적 상대방(한국당)을 공존·경쟁의 대상이 아니라 적 내지는 궤멸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 같아 섬뜩하다.

Q : 의도적인 공세일까
A : 한 전문가로부터 ‘결과적으로 문재인 정부와 아베 정부 간의 적대적 공생관계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까지 들었다. 한·일 양국 정부·여당이 국내 정치적 목적을 위해 2차 세계대전 이후 한반도 번영·안전의 기반이 됐던 한·미·일 삼각 공조의 틀을 깨며 외교안보, 경제통상 이슈를 도구화하고 있다.

Q : 한국당은 “친일프레임이다”라고 외치고 있지만 수세에 몰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A : 실체가 없기 때문에 대응이 어려운 것이다. 있는 것보다 없는 걸 입증하는 게 더 어렵다. 당 지도부에서도 어떻게 대응할지 고민스러울 것 같다. 프레임은 프레임으로 깨야 하는 만큼 ‘친일 프레임’이라고 의도를 계속 노출 시키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어 보인다.
23일 중앙일보와 인터뷰 중인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 한영익 기자
김 의원 말처럼 한국당 지도부는 최근 고민이 깊다. 6월 이후 당 지지율이 하락세를 탄 가운데 ‘친일 프레임’ 공세마저 맞닥뜨려서다. 당 관계자는 “지금은 반일 광풍이 불고 있는 상황이라 대응도 조심스럽다. 강하게 맞불을 놓는 건 자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 같은 분위기를 정부·여당 인사들이 앞장서 부추기는 데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애국이냐 이적(利敵)이냐”(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우리 선수나 비난하고 심지어 일본 선수를 찬양하면, 그것이야말로 신(新) 친일”(이인영) 같은 표현이 대표적이다.

Q : 정치권에서도 다소 과격한 표현이 나온다
A : ‘애국이냐 이적이냐’는 표현이 가장 충격이었다. ‘우리 말에 동의하지 않으면 친일’이라는 식으로 국민들을 몰아세우는 건 20세기 전반기에 먹혔던 민족주의·전체주의적 발상이다. 한·일 축구 국가대표 대항전을 하는데 해설위원이 감독의 전술을 비판하는 건 우리 팀의 승리를 위해 더 나은 방법을 직언하는 거지 그게 일본팀을 편드는 것인가? 민족주의(반일 정서)에 기반해 전체주의적 방식으로 국민들을 윽박지르는 게 80년대 전두환 정권의 수법과 똑같다.

Q : ‘20세기형’ 공세에 밀리는 한국당이 반성할 부분도 있지 않을까
A : 우리당이 국민들에게 충분한 신뢰를 얻었더라면 이런 실체 없는 공세에 덜 시달렸을 거다. 국민들에게 마음을 못 얻었다는 측면에서 반성할 부분이 있다. 철학적으로 깊이 있는 고민을 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Q : 어떤 고민이 필요한가
A : 우리 당이 추구할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대해 더 고민해야 한다. 자유주의에 토대를 둬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도 여의도연구원장을 맡고 있는만큼 그 문제에 대해 더 고민해보려 한다. 우리 스스로 21세기의 시대정신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면, 다음에도 20세기형 정치공세에 발목이 잡히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한영익 기자 hany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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