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대물 '아시아나항공' 누가 갖나 ..눈치게임 시작

구교형·김지원 기자 입력 2019.07.25. 2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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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금호산업 보유 지분 31%·신주, 매각 공고…인수비용 최대 2조5000억
ㆍ유력 후보로 거론되는 SK·한화·GS, ‘관심 없다’ 선 긋고 말 아껴
ㆍ신세계·CJ는 자금 동원력, 애경·호반건설은 인적 자원 부족이 ‘약점’

아시아나항공 매각 절차가 본격화한 가운데 인수 물망에 오른 기업들 사이에 ‘눈치 게임’이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재계 순위 10위권 안에 드는 SK와 한화, GS를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하지만 정작 이들 기업은 인수 의향이 없다고 선을 긋거나 말을 아끼고 있다.

기존 유통·물류 사업과 시너지가 기대되는 신세계와 CJ는 내심 인수 의사가 있지만 부족한 돈이 문제다. 중견기업인 애경과 호반건설도 인수전에 이름을 올렸지만 대기업보다 떨어지는 회사 운영능력이 약점이다. 국내 2위 항공사로 국제선 노선 70여개를 보유한 글로벌 항공사의 새 주인이 누가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금호산업은 25일 매각 주간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을 통해 자사가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을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투자자들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인수협상 대상 후보군을 추리는 예비입찰을 9월까지 마친 뒤 10월쯤 본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주식 6868만8063주(지분율 31.0%·구주)와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하는 보통주식(신주)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여기에 에어서울, 에어부산, 아시아나IDT 등 6개 자회사까지 통매각할 방침이어서 매각 가격은 최대 2조5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분석된다. 금호가 3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44)은 “이번 딜은 진성매각으로 금호그룹이나 특수관계자가 어떤 형태로든 참여할 계획이 없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인수 여력이 있는 SK와 한화의 최태원 회장(59)과 김승연 회장(67)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서는 SK의 경우 올 초 아시아나항공이 시장에 매물로 나왔을 때 동향 자료 등을 수합해 최 회장에게 보고했지만 “관심 없다”는 답변을 들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김 회장 역시 사내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부정적인 뜻을 피력한 적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다크호스로 떠오른 GS는 입찰 참여 여부에 대해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특히 SK는 이달 한 언론에 ‘최 회장이 지난 4월 카타르투자청과 아시아나항공 공동 인수 방안을 논의했다’는 기사가 나오자 그룹 고위 임원이 임직원에게 “사실무근이니 강력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일설에는 SK가 5세대(5G) 이동통신 인프라 구축비로 13조원을 지출해야 하기 때문에 자금 여력이 없다는 뜻을 정부에 전달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최 회장 측근인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지난 4월 ‘정보통신의날 기념식’에서 “(항공사업이) 국민 생활에 기여할 측면이 많지만 저희는 더 기술적인 사업에 맞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최 회장 친족들이 경영하는 SK디스커버리나 SK네트웍스가 인수 기업으로 부상할 수 있다는 풍설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신세계와 CJ는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관심이 있지만 부족한 자금 동원력이 문제다. CJ는 물류업체 대한통운을 보유하고 있고, 한식 세계화의 일환으로 미국에서 식품사업도 활발하게 하고 있어 항공사업과 시너지가 기대된다. 해외 관광객 비중이 높은 면세점과 백화점을 운영 중인 신세계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나쁜 선택지가 아니다. 그러나 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하고 재무적 투자자도 유치해야 하는데 건건이 의사결정이 쉽지 않아 보인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신세계와 CJ는 SK나 한화, GS가 인수전에 뛰어들면 그쪽으로 매물이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들 기업의 동향을 파악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중견기업인 애경과 호반건설은 보유한 현금이 많아 자금 걱정은 덜 수 있다. 그러나 안전 문제가 화두인 항공사업의 특성상 대기업에 비해 인적·물적 자원이 부족해 신뢰도가 떨어지는 게 걸림돌이다. 결과적으로 인수전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점쳐지는 가운데 변수는 정부 개입이다. 정부가 물밑 협상을 제안할 경우 이를 대놓고 무시할 수 있는 기업은 없다.

정치권 관계자는 “인수전이 내년 총선 코앞까지 이어지면 아시아나항공의 사업 근거지인 호남 민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구교형·김지원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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