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맹꽁이, 강남 한복판에 살고 있다

김기범 기자 2019. 7. 26.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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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대치유수지 부근 4년째 모니터링…초기 6마리서 올해는 26마리
ㆍ인공습지 생기자 유입된 듯…주민들 오해로 한때 위기 처하기도

“여기 찾았어요! 크기가 채 2㎝도 안되네요.” “이쪽도 맹꽁이 확인했어요. 참개구리, 청개구리도 있어요.”

지난 20일 오후 10시쯤 서울 강남구 양재천 인근 대치유수지 내 산책로에서 손전등이나 휴대전화의 플래시를 이용해 수풀 속을 살펴보던 이들의 기쁜 목소리가 들려왔다. 대치유수지 바로 옆 아파트와 인근에 사는 청소년들로 구성된 맹꽁이청소년모니터링단과 인근 주민, 환경단체 회원 20여명이 대치유수지에 사는 양서류들을 모니터링하기 위해 나무 주변과 땅바닥을 보물찾기 하듯 꼼꼼히 살펴본 결과였다.

이들은 2016년부터 매달 1~2회 정도 대치유수지 내를 모니터링하고 있다. 2016년 6마리 수준에서 해마다 늘더니 올해는 지난달 19일에 26마리가 확인됐다. 멸종위기종으로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습지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맹꽁이가 강남 도심 한복판에서 30마리 가깝게 서식하고 있는 것이다.

맹꽁이는 한때 한반도 전역에 널리 분포했지만 도시화와 습지 파괴 등으로 인해 개체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멸종위기 동물이다.

도심의 아파트 바로 앞에 맹꽁이가 서식하게 된 것은 2008년 생태연못이 조성됐기 때문으로 보인다. 생태연못은 인근 지역을 개발한 건설회사가 조성해 강남구청에 기부채납했으며 주기적으로 물을 공급해줘야 하는 인공습지다. 습지가 조성된 이후 양재천에 살던 맹꽁이들이 넘어온 것으로 추정된다. 아파트 주민들이 처음 개구리와 맹꽁이들의 소리를 들었던 것은 2013년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유수지의 맹꽁이(왼쪽과 가운데 사진)와 지난 19일 양재천 손바닥습지에서 포착된 의 참개구리(오른쪽). 숲여울기후환경넷 제공·김기범 기자

대치유수지는 최근 인근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들의 오해로 위기에 처하기도 했다. 번식철 맹꽁이들이 저녁부터 아침까지 내는 울음소리 때문에 일부 주민들이 유수지에 물을 공급하지 말라는 민원을 강남구청에 제기한 탓이다.

보통 2~3일에 한 번씩 물을 공급하던 강남구는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된 뒤 물 공급 횟수를 줄였다. 최근 강수량이 적었던 데다 인공습지에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서 맹꽁이들의 활동은 눈에 띄게 줄어들기도 했다.

아파트 거주 한 주민은 “일부 주민들이 멸종위기 동물인 맹꽁이가 서식하는 것을 모르고, 황소개구리 같은 외래종이 시끄럽게 울어대는 것으로 생각해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며 “맹꽁이가 서식한다는 것을 알게 된 이들은 신기해하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2013년 처음으로 맹꽁이 서식을 확인하고, 모니터링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숲여울기후환경넷 박상인 대표는 “강남구청에 계속 물을 공급해줄 것을 요구했다”며 “청소년, 주민들과 함께 모니터링을 꾸준히 실시하는 동시에 주민들의 인식 증진을 위한 캠페인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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