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문 대통령, 친일파 후손 변호"..어디까지가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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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일파 재산 환수 소송?
나 원내대표가 언급한 소송은 친일 논란이 있는 부산의 기업인 고(故) 김지태씨의 후손이 제기한 소송을 말한다. 김씨의 자녀들은 1984년 김씨가 남긴 재산을 상속 받는 과정에서 부당하게 상속세를 냈다며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변호인이 당시 부산에서 세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다. 노 전 대통령은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고, 김씨 자녀들은 국가로부터 상속세 117억원을 돌려받았다.
3년 뒤인 1987년 김씨 자녀들은 국가를 상대로 법인세와 특별부가세 취소 소송을 제기한다. 상속세 취소에 따라 법인세와 특별부가세도 잘못 부과됐다는 취지였다. 변호인은 법무법인 부산에서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일하던 문 대통령이었다. 이 소송도 김씨 자녀들이 이겼다.
따라서 엄밀하게 보면 두 소송 모두 재산환수 소송은 아니었다. 나 원내대표는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착각하고 잘못 말한 부분이 있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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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태는 친일파?
‘김씨가 친일파냐’는 질문은 또 다른 쟁점이다.
김씨는 1927년 동양척식주식회사(동척)에 입사했다. 동척은 일제가 조선의 토지와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김씨는 동척에서 5년 일하고 폐결핵 때문에 퇴사했다. 그의 이름은 해방 직후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의 명단, 2005년 노무현 정부의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의 명단, 민간 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의 친일인명사전에 등재돼 있지 않다. 동척의 하급 직원이어 ‘적극적 친일’을 할 위치가 아니었고 독립운동단체 신간회와 조선청년동맹 부산지부 간부로 활동했다는 점이 고려됐다고 한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쟁점은 친일파 규정의 문제다. 노무현 정부 시절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 드라이브 속에서 친일파의 범주는 대폭 확장됐다. 검찰서기·금융조합·교사 등의 경력까지 문제가 됐다. 당시 “그런 기준이라면 일제 시대에 친일파 아니었던 사람이 몇이나 되느냐”는 반박도 나왔다. 친일과 반일을 이분법으로 딱 잘라 나누는 방식도 문제가 됐다.
나 원내대표는 “내 발언은 누가 친일파라고 따지고 싶은 게 아니다. 국난 상황인 지금 철부지 어린 애처럼 친일·반일 논쟁할 때냐는 것을 말하기 위해 그렇게 말한 것”이라고 말했다.
윤성민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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