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팩리포트] 일본 불매운동, 아베에게 선물일까? 치명타일까?
일본 아베 신조 정권의 한국 수출규제 강화 이후 한·일 갈등이 전례 없이 악화하는 모습이다. 한국에서는 반일감정이 거세지면서 일본 제품불매·여행자제 운동도 커지고 있다. 이에 한국의 ‘위안부’ ‘강제징용’ 피해자를 수십년 지원해온 일본인 활동가들은 한국의 불매운동이 일본 극우세력을 자극함으로써 아베 총리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반면 다른 한편에선 여행자제가 일본 지방재정에 타격을 줘 무시할 수 없을 거란 목소리도 나온다.
◇“韓 불매운동, 아베에게 ‘큰 선물’될까 걱정”
오카모토 유카씨는 지난 21일 일본 도쿄 이다바시의 한 카페에서 한국의 일본 불매운동이 아베 총리에게 ‘큰 선물’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활동하는 책 편집자이자 프리랜서 기자이기도 하다. 2015년 1월 ‘표현의 부자유전’ 전시회에선 평화의 소녀상을 전시했다.
오카모토씨는 “일본이 가해책임을 지지 않아 발생한 일이니 일본인인 저는 말할 자격이 없다”면서도 “화가 나는 마음은 이해하고 진짜 미안하지만 다른 방법을 찾자고 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불매운동은 아베에게 큰 선물일 수 있다”며 “일본 TV에서는 한국 불매운동의 과격한 장면만 매일매일 보여준다. 가뜩이나 정치에 무관심한 일본인들이 그걸 보며 ‘거봐 저런 사람들이야’라며 정권에 힘을 실어주게 된다”고 말했다. 오카모토씨는 “한국과 일본 시민들이 힘을 합치는 것이 아베가 진짜 싫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5년간 한국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소송을 도와온 야노 히데키 ‘조선인 강제노동피해자보상입법 일한 공동행동’ 사무국장도 “한국인의 심정을 이해한다”면서도 “하지만 문제해결에 도움이 될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징용 문제에 대한 한·일 국민의 의식 높이고, 양국 정부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운동을 함께 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의 반일감정이 높아지면 가장 먼저 차별의 대상이 되는 재일교포들을 생각해달라는 요구도 있다. 오카모토씨는 최근 재일조선인 선배에게 “한국에서 불매운동이 계속 일어나면 재일조선인들이 얼마나 힘들지 한국인들이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고 했다. 재일조선인은 언제나 헤이트스피치에 가장 먼저 고통 받고 차별 받는 사람들이다.
25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만난 재일조선인 3세 A씨(32)는 “한국의 불매운동을 감정적으론 이해한다”면서도 “(일본에서의) 차별이 더 심해질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어른들은 괜찮은데, 학생이나 아이들은 사회적 약자라 차별이나 혐오에 더 큰 충격을 받을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지난 24일 도쿄 신오쿠보 한인거리에서 만난 재일교포 2세 김모(19)씨도 “지금도 병원이나 은행에서 이름이 불리면 주변의 시선을 느낀다”며 “사이가 더 악화돼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차별을 당하진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본 여행객의 25%가 한국인, 타격 받을 수밖에”
일본 제품불매·여행자제 운동이 어떤 식으로든 일본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도 있다. 지난 24일 일본 도쿄의 한국문화원에서 만난 한국관광공사 도쿄지부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일본으로 간 여행객이 약 3100만인데, 한국인만 753만여명이다. 일본 전체 관광객의 25%가 한국인”이라며 “한국인이 일본에 안 와서 일본이 타격을 안 받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라고 말했다.
특히 일본 여행 자제는 일본 정부가 추구하는 ‘관광을 통한 지방창생’의 저해요인이 될 수 있다. 이 관계자는 “쓰시마 인구가 약 3만5000명이다. 근데 지난해에 한국인 여행객만 67만명이었다”며 “극단적인 예로 쓰시마의 경우 한국 사람들 아니면 다른 나라 사람들은 거의 안 가는데, 한국인이 안 가면 경제가 파탄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 정부가 이런 부분을 어떻게 대처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2020년 외국인 유치 목표에도 영향을 준다. 이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도쿄 올림픽을 통해 4000만명의 외국인 유치를 목표로 한다”며 “한국 여행객이 오지 않으면 절대 달성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최근 한국관광공사 도쿄지부에는 한국으로 여행을 가도 되는지 문의하는 전화가 늘어나고 있다. 그는 “개인 1명과 단체 3곳에서 연락이 왔다”며 “이런 문의가 온 것은 올해 들어 처음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도쿄=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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