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참겠다] 6번 고쳐도 계속 나는 새 차 소음..현대차 "원래 나는 소리입니다"

남승우 2019. 7. 28. 08: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새로 산 승합차에서 일주일도 안 돼 핸들에서 마치 가스가 새거나 풍선 바람이 빠지는 듯한 '쉭'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이것저것 갈고 다시 설치하며 수리를 했습니다. 그래도 끊이지 않은 소리에 6번 정비를 받기에 이르렀지만, 소용없었습니다.

그런데 자동차 회사는 마지막 정비 뒤 갑작스러운 통보를 했습니다. "그건 소음이 아니라 그 차종에서 원래부터 나는 소리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정상이니 그냥 타라는 얘기였습니다.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을 하든가, 왜 6번이나 고치고 나서 그런 소리를 하느냐"고 따졌지만, "더 해 줄 게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광주광역시에서 인테리어 관련 일을 하는 38살 성용길 씨의 상황입니다.

■시작부터 '히터 고장'으로 한 차례 교환

성씨는 올해 5월 현대자동차의 15인승 승합차인 '쏠라티'를 샀습니다. 7천만 원가량하는 가격이 만만치 않았지만, 일할 때 짐이나 인력을 실을 겸 가족 나들이에도 쓸 겸 큰 차를 골랐습니다.

그런데 차를 인도받을 때부터 뜻밖의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차를 받아 이것저것 시험 가동해 보는 과정에서 히터에서 더운 바람이 나오지 않는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차를 3시간가량 점검하던 현대차는 결국 해결을 보지 못했는지, 성 씨에게 다른 새 차를 갖다 줬습니다. 이때만 해도 성씨는 그냥 해프닝 정도로 생각하고 넘어갔습니다.

■일주일도 안 돼 핸들에서 난 '쉭' 소리

하지만 시작부터 한 차례 교환한 차인데, 예상 못 한 문제가 또 나타났습니다. 운행한 지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핸들에서 묘한 소리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뭔가 새는 듯한 '쉭'하는 소리로 운전자로서는 신경이 쓰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성씨는 혹시나 하고 광주 시내의 현대차 서비스센터를 방문했습니다. 차를 살펴본 이곳 정비사들 역시 "핸들에서 소음이 난다"고 했습니다.

서비스센터는 "고객님 차의 핸들 소음 크기를 100이라고 한다면 같은 차종의 다른 차들은 20~30 정도로, 고객님 차 소음이 확실히 더 난다"면서 핸들 부위를 수리했습니다.

하지만 소음은 그대로였고, 서비스센터 측은 "다른 부품을 갈아봐야 하는데, 그 부품이 지금은 없다"면서 며칠 뒤로 일정을 정해주면서 다시 방문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 날짜에 다시 서비스센터에 갔습니다. 정비사가 거듭 손을 봤지만, 소리는 여전히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센터 측은 며칠 뒤 다시 방문해 달라고 했습니다. 그렇게 받고 또 받은 수리가 4번에 이르렀지만, 핸들 소음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급기야 핸들에서는 바람 소리뿐만 아니라, 돌릴 때 '삑삑'하는 다른 소음까지 비주기적으로 나기 시작했습니다.

■5번의 수리에도 계속된 소음에 환불 요구

답답한 건 차를 판매한 카마스터(딜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카마스터는 성 씨에게 올해부터 시행에 들어간 이른바 '한국형 레몬법'에 따른 중재를 신청해 볼 것을 권유했습니다.

인도받은 날로부터 1년 안에 자동차에 중대한 하자 3회나 일반 하자가 4회 발생한 경우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도록 법제화한 제도입니다.

이에 성씨는 교환·환불 신청 절차에 따라 하자재발통보서를 현대차에 보낸 뒤, 절차에 따라 한 차례 정비를 더 받았습니다. 5번째로 받은 정비는 현대차 측이 "정비를 잘하는 곳이 또 있다"며 안내해 준 곳이 맡았습니다.

하지만 이곳에서 수리받은 뒤에도 핸들 소리는 여전했고, 참다못한 성씨는 "처음부터 차를 한 번 바꿔왔는데, 또 이러니 더 이상 신뢰 못 하겠다. 환불을 해 주거나 다른 차종으로 바꿔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한 번 더 기회주면 책임지고 문제없게 하겠다"더니

그러자 현대차 서비스센터 측은 "없던 현상이 고객님 차에서 처음 나타나다 보니, 좀 안일하게 대응했던 것 같다. 한 번만 더 고칠 기회를 달라. 책임지고 문제없게 만들겠다"면서 한 번 더 차를 수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했습니다.

성씨가 "만약 그래도 소리가 계속 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묻자, "현대차로서도 더는 드릴 말씀이 없을 거다. 그냥 이 차를 타시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성씨는 '한 번만 더 믿어보자'는 심정으로 차를 넘겼습니다. 현대차는 전북 전주의 공장으로 성씨의 차를 갖고 가서는 소음 측정과 핸들·파워 펌프 교환 등의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사흘에 걸쳐 정비를 한 현대차는 지난 12일 차를 성 씨에게 돌려주면서 갑자기 말이 바뀌었습니다. "소음 측정을 해 봤는데 정상 범위 안에 있는 것으로 나왔다"면서 더는 해 줄 게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황당해진 성씨는 "무슨 소리냐, 이때까지 수리는 다 해 놓고는 '그냥 원래 나는 소리예요, 그냥 타세요'라고 하면 '알겠습니다'하고 그냥 탈 소비자가 어딨겠느냐"고 항의했습니다. "앞으로 쏠라티 팔 때는 '핸들에서 소음이 나더라도 정상이니 그냥 타셔라'고 할 거냐"고도 따졌습니다.

현대차 측은 "소음이 정상 범위 안에 있어서 어쩔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레몬법상 중재 절차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소음 측정 결과는 자동차안전·하자심의위원회에만 제출할 수 있고 성 씨에겐 줄 줄 수 없다고 했습니다. 마지막 정비에서 핸들과 파워 펌프를 교체한 부분에 대해서도 내역서를 못 준다고 했습니다.

답답해진 성씨는 수리를 해줬던 서비스센터에도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물어봤습니다. 서비스센터 관계자는 "우리도 현대차에서 한 소리 들었다. '어떻게 고객 말씀만 듣고 수리를 했느냐'고 질타하더라. 그래서 '다른 차와 비교했을 때 소리가 좀 다른 차보다는 들리기 때문에 그렇게 했습니다'라고 했다"면서 억울함을 토로했습니다. "다른 차와 비교해 보니까 좀 소리가 났던 건 맞다"고 거듭 밝혔습니다.

■"원래부터 나는 소리였는데 고쳐준 것"이라는 현대차

뭔가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서 6번 수리하고는 "원래부터 정상이었으니 그냥 타라"는 이 기막힌 상황에 대해 현대차 본사의 입장을 물어봤습니다. 현대차 측은 "초기 대응에 실수가 있었다"고 해명했습니다.

"유압식 핸들에서 원래부터 나는 작동음인데, 현장 정비팀이 이런 설명 없이 고객이 신경 쓰인다고 하니까 서비스 차원에서 그냥 부품을 갈아줬던 것"이란 겁니다.

현대차 관계자는 "이 차가 처음 입고됐을 때 서비스센터가 본사 상용정비팀에 연락해서 정비상담을 받았다. 그런데 내부 규정상 그 팀이 본사 통제팀에도 보고를 했어야 했는데, 그걸 안 한 실수가 있다. 서비스센터도 그 정비 내역을 실수로 입력하지 않는 바람에 역시 본사에서 초기에 확인을 못 했다"고 밝혔습니다.

이 관계자는 "정확한 사항을 아는 본사 통제팀에 처음부터 제대로 보고만 됐으면 애초에 정상적인 소리라는 안내가 내려졌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전문가 "정상적인 차는 이런 소리 안 난다"

한 마디로 멀쩡한 차를 실수로 수리했단 이야기인데, 전문가의 생각은 어떨까요? 박진혁 서정대 자동차과 교수와 함께 성씨 차량에서 나는 소리를 분석해 봤습니다. 박 교수는 "핸들 관련 부품에 공기가 들어갔거나 하는 경우에는 핸들을 틀 때 조금씩 소리가 나는 경우가 있긴 한데, 그건 비정상적인 거다. 정상적인 차는 이런 소리가 나지 않는다. 더구나 새 차에서 이런 소리가 난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자동차 리콜 문제 전문이자 현대차 법무실장·상임법률고문을 역임한 법무법인 바른의 하종선 변호사는 "법률적인 문제를 떠나서 현대차에서 좀 적극적으로 소비자 보호, 고객 보호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할 사항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어느 소비자가 이해하겠습니까?"

"제가 고쳐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자기들이 판단해서 몇 번씩 고쳤잖아요. 새 차 사자마자 6번이나 서비스센터를 들락거렸습니다. 생업에 지장까지 받아가면서 말입니다. 그렇게까지 해서 해결 안 되면 책임지겠다고 할 때는 언제고, 갑자기 '정상이니 그냥 타라'고 하면 어느 소비자가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레몬법상 중재 절차가 진행 중인 가운데, 성씨는 차를 몰수록 환불·교환 시 차량 가치가 떨어진다는 문제 때문에 할부로 산 수천만 원짜리 새 차를 원금과 이자만 물면서 집 앞에 세워두고 있습니다. 성씨는 "이럴 거면 그냥 중고차를 살 걸 그랬다"고 토로합니다.

남승우 기자 (futurist@kbs.co.kr)

Copyright © KB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