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시위에 인민해방군 투입될까.."군대 개입시 홍콩 존재 사라질 것"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2019. 7. 2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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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테러' 규탄 시위에 경찰 최루탄 사용 강제 해산
중국 인민해방군이 최근 홍콩을 배경으로 훈련을 하는 모습. 연합

지난 21일 홍콩 폭력조직원이 개입된 ‘백색테러’가 발생하면서 홍콩 시위가 다시 확산 조짐을 보이자 홍콩 경찰이 최루탄 등을 사용해 강제 해산하는 등 대치 양상이 더욱 격화되고 있다. 특히 중국 국방부가 사태 악화시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PLA)을 투입할 수도 있다는 뜻을 내비쳐 ‘홍콩판 천안문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홍콩 사태에 인민해방군이 개입할 경우 홍콩의 글로벌 금융센터 지위가 무너지면서 홍콩 자체가 공중분해될 수 있어 그럴 가능성은 낮아보인다. 하지만 중국은 ‘사회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 나라여서 어떤 사태가 벌어질지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7일 오후 4시(현지시간)쯤부터 홍콩 신계(新界) 지역의 위안랑(元朗)역 인근 도로에서 폭력 규탄 집회가 열렸다. 주최 측은 행진에 28만 8000여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상당수가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는 지난 21일 홍콩 전철역에서 흰옷을 입은 괴한들이 시민들을 무차별 폭행한 ‘백색 테러’ 사건을 규탄했다. 경찰은 이날 집회 금지를 통고했으나 시위대는 도로 점거 행진을 강행했고, 경찰은 최루탄과 스펀지탄을 사용해 강제해산에 나서면서 부상자가 발생했다.

경찰은 백색테러 용의자 일부가 사는 것으로 알려진 남핀와이 마을에 시위대가 들어가는 것을 철저하게 차단하는 등 시민들간의 유혈 충돌을 막는데 주력했다.

앞서 지난 21일 밤 위안랑 전철역에는 100여 명의 흰옷 차림의 괴한들이 쇠몽둥이와 각목 등으로 시위대와 시민들을 무차별 공격해 최소 45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졌다. 괴한들 가운데는 홍콩 폭력조직 삼합회 일파인 ‘워싱워(和勝和)’, ‘14K’ 등의 조직원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시위 주최측은 28일에도 대규모 시위를 강행할 방침이어서 경찰과 충돌이 우려된다.

홍콩 시위가 격화될 경우 인민해방군이 진압에 나설지 초미의 관심이 쏠린다.
우첸 중국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24일 국방백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홍콩 시위와 관련해 홍콩 정부가 요청하면 인민해방군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그는 지난 21일 시위대가 중앙인민정부 홍콩 주재 연락판공실 건물의 중국 국가 휘장에 페인트를 던져 훼손한 사건을 거론하며 폭력 시위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 대변인은 “과격 시위대의 일부 행동은 중앙 정부의 권위와 ‘일국양제’(한 국가 두 체제)의 원칙에 대한 도전으로 묵과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중국 국방부의 방침에 대해 “중화인민공화국 홍콩행정특별구 주군법(駐軍法·주군법) 제3항 제14조에 명확히 규정돼 있다”고 답했다. 이 조항은 “홍콩 정부는 사회치안 유지와 재해구조를 위해 필요시 홍콩에 주둔하는 인민해방군의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홍콩 '백색테러' 규탄 시위.EPA연합

하지만 중국이 홍콩에 군대를 투입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군대가 투입되면 대규모 유혈사태가 발생할 수 밖에 없고, 1989년 천안문 사태가 재연되면서 국제적으로 고립되는 등 정치적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중국의 대표적인 매파 언론인인 후시진 환구시보 편집장도 최근 자신의 트위터에서 “홍콩 시위현장에 인민군을 투입할 경우, 홍콩 시민뿐아니라 국제적 반발도 엄청나 중국 정부가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민군이 홍콩에 주둔하는 것은 홍콩이 중국의 영토라는 것을 과시하는 상징적인 의미이지 시위 진압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상하이 정법대학의 천다오인 교수는 “중국이 미국의 관세부과와 기술수출 제한 등 압박을 받는 상황에서 홍콩을 세계와 연결되는 개방적인 통로로 유지하는 것이 더욱 중요해졌다”며 “만약 군대가 홍콩 시위에 투입된다면 중국이 완전히 문을 닫을 각오가 돼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SCMP에 말했다.

특히 수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자본주의와 법치주의가 유지되는 ‘아시아 금융 허브’ 홍콩에 지역본부를 두고 있는데, 만약 인민군이 투입되면 국제 자본이 모두 빠져나가 홍콩 자체가 붕괴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미국은 이미 홍콩 사태가 악화하면 글로벌 금융 센터로서 홍콩의 특별 지위가 박탈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중국이 홍콩의 민권과 자주권을 제한하는 등 선을 넘어설 경우 미국은 세계무역기구(WTO) 내 홍콩의 개별회원국 지위 인정을 중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이 민감한 기술에 대한 홍콩의 접근을 차단하고 중국 본토와 동일한 관세를 홍콩 업체들에 부과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이 경우 홍콩에 있는 1400여 미국 업체 상당수가 싱가포르로 대탈출을 하면서 금융중심지로서 홍콩의 모델은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 상·하원은 최근 ‘홍콩 민주주의·인권법'을 발의했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홍콩은 특별 지위가 박탈되면서 중국의 일반 도시와 같은 처지로 전락해 금융중심지로서 위상을 잃을 수 있다.

홍콩에서 1억 달러 이상을 보유한 자산가는 850여명으로 싱가포르의 2배가 넘지만 최근 홍콩의 정치적 위험을 이유로 싱가포르 등 해외로 재산을 옮기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홍콩 사태가 악화되면 인민해방군이 투입돼 진압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없다. 후시진 편집장은 “인민해방군은 홍콩 당국이 도시를 장악하지 못하거나 무장 반란이 일어나야만 투입될 수 있다”며 “중앙 정부는 홍콩의 혼란에 대해 국민의 분위기가 반전될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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