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을 위대하게" 존슨..'죽느냐 사느냐' 갈림길

김은비 2019. 7. 28.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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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슨 신임 영국총리 "10월 31일까지 브렉시트 완수해야"
취임 첫날 각료 17명 브렉시트 찬성파로 물갈이
"노딜 브렉시트 시 내년말까지 英경제 2% 역성장"
CNN "존슨의 영국, 죽거나 살거나 중 죽는쪽에 가까워져"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25일(현지시간) 영국 의회 의사당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AFP 제공]
[이데일리 신정은 김은비 인턴기자] “우리의 임무는 10월 31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탈퇴)를 완수해 위대한 영국을 통합하고 지구 상에서 가장 위대한 곳으로 만드는 것이다”

보리스 존슨 영국 신임 총리가 지난 25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연설에서 브렉시트 이행 의지를 강조하며 “영국을 위대하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이날 브렉시트 후 “영국이 2050년까지 가장 강한 번성한 국가가 될 것”이며 “이는 과장이 아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 같은 존슨의 발언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라고 외치며 취임이후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워 세계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연상시킨다.

존슨 총리는 평소 트럼프 대통령 못지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는 돌발적 언행과 금발머리 탓에 ‘영국의 트럼프’라고 불린다.

◇존슨 “브렉시트 노딜도 감수”

28일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브렉시트를 위해 ‘노딜(협의없이 EU 탈퇴하는 것)’도 불사하겠다는 브렉시트 강경파인 존슨 총리는 취임 첫날 각료 17명을 브렉시트 지지자로 물갈이했다. 전체 내각 구성원의 70%에 달하는 인원이다. 블룸버그는 “99일 내 브렉시트 이행을 위해 전임 내각을 잔인하게 정리했다”고 평가했다.

존슨 총리는 브렉시트 발목을 잡고 있는 ‘백스톱’ 조항도 폐지할 계획이다. 백스톱은 브렉시트시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EU 회원국인 아일랜드 간 ‘하드보더’(국경을 엄격히 차단하고 통관과 통행 절차를 강화하는 조치)를 해결하기 위한 안전장치다.

테리사 메이 전 총리가 브렉시트시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EU와 마련한 합의안이다. 이 조항을 유지할 경우 영국은 브렉시트 이후에도 당분간 EU 관세동맹아래 남게 된다. 존슨 전 총리를 비롯한 강경 브렉시트파들이 ‘무늬만 브렉시트’라며 반대해온 이유다.

그는 이날 연설에서 “(EU와)합의를 위한 길은 백스톱을 폐지하는 것임을 분명히 이해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EU는 브렉시트 협상안을 수정하지 않겠다는 현재의 입장을 재고해달라”며 “바꾸지 않겠다면 영국은 합의 없이 EU를 떠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존슨 총리가 큰소리를 친 것만큼 브렉시트 과정이 쉽진 않을 것 보인다. ‘백스톱’ 조항을 두고 EU 측에서는 재협상은 없다고 선을 그은 때문이다.

같은 날 장 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은 존슨 총리와의 통화에서 메이 전 총리와 EU가 지난해 맺은 합의안이 “가장 좋고, 유일한 것”이라며 백스톱 조항은 유지돼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셸 바르니에 EU 협상 측 대표도 “노딜 브렉시트는 EU의 선택은 아니다”면서도 “우리는 그(존슨 총리)가 ‘노딜’ 계획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어 대비해야만 한다”고 밝혔다. ‘노딜’을 선호하진 않지만 영국이 이를 강행할 시 막진 않겠다는 것이다.

◇“노딜 브렉시트 시 내년말까지 英경제 2% 역성장”

가장 큰 문제는 노딜 브렉시트시 영국 안팎으로 큰 경제적 혼란이 예상된다는 점이다. 이를 위한 해결방안은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영국 예산책임처는 보고서를 통해 “노딜 브렉시트로 인해 영국과 EU 간 교역 시 평균 4%의 관세가 적용돼 2020년 말까지 경제 규모가 2%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존슨 총리는 노딜 브렉시트 예산을 언급하며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영국은 노딜에 준비가 잘 되어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딜 브렉시트 발생 시 세법을 바꿔 투자와 연구 분야에 혜택을 주는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딜 브렉시트 예산으로 세율 개편과 50만 파운드 이하 주택에 대한 세금 폐지, 기업의 투자에 대한 세금 면제 등에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영국을 투자 선호 국으로 바꿔 노 딜의 충격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존슨 총리 취임 후 노딜 브렉시트로 인한 불확실성이 커지자 영국에 대한 투자를 외면하고 있다. 심지어 일부 기업들은 브렉시트로 인한 관세를 우려해 탈(脫) 영국을 모색하고 있어 대량 해고 우려마저 고개를 들고 있다.

CNN은 “존슨 총리는 메이 전 총리가 지난 3년 동안 해내지 못한 브렉시트를 석달 안에 완료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영국이 ‘죽거나 살거나’ 중 ‘죽거나’에 가까워졌다”고 꼬집었다.

김은비 (demeter8@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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