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수출규제 반대한다".. 日지식층도 나섰다
"日정부, 규제 철회하라" 서명 홈페이지
현지 언론들도 "양국 외교적 노력" 강조
악화일로를 걷는 한·일 갈등 해결을 위해 일본 지식층이 나섰다. 일본 정부를 향해 '수출규제를 철회하라'며 목소리를 높이는가 하면, 한일 양국이 한발씩 물러서 외교적 대화를 통해 문제 해결에 나설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오카다 다카시 교도통신 객원논설위원 등 77명(26일 기준)은 지난 25일 '한국은 적인가'라는 제목의 공동성명을 내고 시민의 동참을 요청하는 홈페이지를 개설했다. 여기엔 전 외무성 직원, 평론가, 작가, 번역가 등도 포함됐다. 와다 교수는 일본 대표 진보 지성인이자 한일 강제병합이 무효라는 선언을 한 학자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은 서두에서 "이번 갈등 격화는 한일 양측에 모두 문제가 있음을 인정해야 한다"며 "우리는 일본 시민이기에 일본 정부 문제를 우선 지적하고 싶다"고 운을 뗐다. 이어 "한국 정부의 문제는 한국 시민들이 비판하는 것"이라며 "쌍방의 자기 비판 사이에 대화의 공간이 생기고 그 대화 속에서 지역의 평화, 번영을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고 성명의 이유를 적었다.
이들은 일본 정부에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에 반대하고 즉각적 철회를 요구한다"면서 "반도체가 한국 경제에 갖는 의미를 생각하면 이 조치가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적대적 행위인 것은 분명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어 "한일 보복 연쇄반응의 결과는 진흙탕이고 수습이 불가능해질 수 있어 이런 사태에 빠지는 것은 절대 피해야 한다"며 "이번 조치로 양국의 관계는 뒤틀릴 뿐이고 일본이 얻을 것은 전혀 없다는 결과로 끝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마치 한국을 '적'으로 취급하는데 이는 말도 안 되는 실수"라며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기조로 동아시아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한 이웃"이라고 덧붙였다.
한일 관계 재정립을 위해 애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1998년 방일 당시 일화도 소개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일본 국회에서 연설을 통해 일본 국민에게는 과거를 직시하고 역사를 두려워할 수 있는 용기를, 또 한국 국민에게는 전후(戰後) 크게 달라진 일본의 모습을 평가하고 함께 미래를 향해 나아가자고 호소했다"며 "일본 의원들도 당시 크게 박수를 치며 이 요청에 답했다"고 적었다.
이번 양국 갈등의 사실상 진원지인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도 언급했다. 성명은 "협정은 양국 관계 기초로서 존재하므로 존중돼야 한다"면서도 "아베 정권이 상투적으로 반복하듯 해결이 끝난 것은 결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문제가 되고 있는 전 징용공(피해자)들의 소송은 민사소송이고 피고는 일본 기업"이라며 "기업이 판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가 문제인데 처음부터 일본 정부가 튀어나와 사태를 혼란시켰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일본 정부도 개인보상 청구권을 부정하지 않는다"며 "한일 양방이 납득할 수 있는 타협점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끝으로 한일 양국이 뗄 수 없는 이웃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우익이나 증오발언파가 아무리 외쳐도 일본과 한국은 소중한 이웃나라이고 그들을 분리할 수 없다"며 "아베 총리는 양국민을 대립 반목시키는 일은 그만두라. 의견이 다르다면 손을 잡은 채 토론을 계속해나가면 되지 않겠는가"라고 호소했다.
한편 강대강으로 치닫기보다 외교나 민간 대화의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일본 내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난 26일 사설에서 "삼성전자 등 한국 주요기업은 일본 관민과 소통하길 바란다"며 "한국 유력 기업, 경제계와 일본 민관 사이 신뢰감이 생긴다면 대립 격화를 막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마이니치도 같은 날 "아무리 대립해도 어딘가에서 출구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면 외교라 할 수 없다"며 "한일은 대화로 타협을 시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가 부인해도 수출 규제는 징용피해자 문제에 대한 사실상 대항 조치로 풀이돼 무역의 정치 이용이 한국의 반발을 초래하고 있다"며 "정치 문제가 경제에 미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정부의 몫일 테고 한국도 대응(방식)을 재고하길 바란다"고 밝혔다.
아사히신문도 "'한일 갈등, 설전보다 이성의 외교를'이란 제목의 사설에서 양국이 반감을 부추기는 설전을 멈추고 이성적 외교를 하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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