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미세먼지 오명 벗겠다"..동계올림픽 앞두고 수소굴기 나선 中

김형욱 2019. 7. 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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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車 리포트③]중국편
개최지 인근 여의도 두 배 면적 수소산단 조성
'승용차는 전기차, 버스는 수소차' 이원화 전략
정부 공식 로드맵 임박 "2030년 100만대 보급
도요타 등 日기업 적극 가세..韓기업 소외 우려
중국 허베이(河北)성 장지아커우(張家口)시에 있는 산업단지 ‘장지아커우 하이테크 인더스트리 파크’(上海張江 張家口高新技術産業園)에서 시범 운행 중인 수소트럭과 버스들이 주차해 있다. 사진=김형욱 기자
[장자커우(중국)=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녹색·과학 올림픽으로’

중국의 수도 베이징에서 200㎞ 떨어진 중소도시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시. 곳곳에 이 같은 구호가 눈에 띄었다. 허베이성·장지아커우시 정부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이곳을 수소도시로 바꾼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 중이다.

허베이성·장자커우시 정부는 지난 2016년 이곳에 여의도 두 배 넓이(5.96㎢)의 대규모 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수소 경제의 핵심인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시노하이테크(億華通)를 필두로 수소 생산-공급-사용 업체들을 한자리에 모았다. 이들은 성·시 정부 주도 아래 둥펑(東風), 푸톈(福田), 위퉁(宇通) 등 현지 완성차 제조 회사와 손잡고 수소차 보급을 준비 중이다. 3년 후 열리는 올림픽 때까지 모든 이동수단을 수소차량으로 대체한다는 방침이다.

궁극적으로는 이곳에서 연 1800대의 수소차를 제조·운행하고 연 2만t의 수소를 생산해 21개 충전소를 통해 보급하는 자급형 수소도시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이미 이 산단의 대중교통은 모두 수소버스다. 아직 공단이 들어선지 3년밖에 되지 않아 유동 인구가 많진 않았지만 10~20분 간격으로 버스가 상업 운행 중이다. 이용객 수는 하루 200~300명선이다.

중국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시에 있는 산업단지 ‘장자커우 하이테크 인더스트리 파크’(上海張江 張家口高新技術産業園) 입구. 이곳에선 수소차의 핵심인 연료전지를 개발하는 시노하이테크(億華通)를 비롯해 수소 생산-공급-사용 업체들이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맞춰 운행할 수소버스 상용화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김형욱 기자
◇“2030년 수소차 100만대 수소충전소 1000곳 보급”

중국의 수소차 확대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 중국 정부의 최근 ‘친환경차 보급 계획’을 보면 2030년까지 중 전역에 수소차 100만대와 수소충전소 1000곳을 보급할 계획이다. 우리나라 목표치의 두 배다. 중국 정부는 올 1월 베이징과 상하이, 장자커우를 비롯해 10대 도시에 수소차 1000대씩을 보급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특히 상하이 중심에서 이뤄지던 중국의 수소차 굴기는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준비를 계기로 베이징 등 북부 지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소차뿐 아니라 수소 생산부터 운송, 보급을 아우르는 포괄적인 수소경제 로드맵을 준비 중이다.
중국 수소차 및 수소충전소 보급 계획
중국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수소관련 산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상하이·장쑤(江蘇)성을 중심으로 수백개가 넘는 수소산업 관련 업체들이 성업 중이다.(2017년 기준 215개) 지난 연말 기준 41개 회사들이 56종의 수소차를 개발해 선보였다.

중국 최대 버스 생산업체 위퉁(宇通) 관계자는 “2022년 베이징 동계 올림픽 개최를 계기로 중국 내 수소버스 시장은 급속도로 커질 것”이라며 “중국 최고 수소버스 제조업체를 목표로 보급을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정부 역시 전기차 보조금은 내년 완전 폐지하면서도 수소차에 대한 보조금은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베이징 기준 올해 수소차 지원금은 일반 승용차가 최대 40만위안(약 6800만원), 버스·트럭은 최대 100만위안(1억7000만원)이다.

중국 수소차 육성 정책의 특징은 승용차 중심인 우리나라나 일본과 달리 버스·트럭 같은 상용차 중심이라는 점이다.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고 도심을 벗어나면 충전소 설치가 어려운 전기차는 전기차는 도심 운행용으로, 한번 충전으로 500㎞ 이상을 달릴 수 있는 수소차는 광역권 대중교통과 화물차를 대체할 수단으로 육성하고 있다.

현지 친환경차 관계자들은 “수소차는 장거리용 차량과 대형 상용차 중심, 전기차는 소형 단거리 차량으로 특화돼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중국 허베이(河北)성 장자커우(張家口)시에 있는 산업단지 ‘장지아커우 하이테크 인더스트리 파크’(上海張江 張家口高新技術産業園) 내에서 상업 운행중인 수소버스 모습. 김형욱 기자
◇중국 친환경차 시장 진출 사드 사태 등으로 日에 뒤처져

중국의 수소산업 관련 기술은 아직 선진국에 비해 뒤처져 있다. 이에 중국내 수소산업 관련 기업들은 해외 기업과 손잡고 공동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일본이 중국시장 진출을 적극 공략한 탓에 중국 수소시장은 일본 기업들이 이미 선점한 상태다.

중국 시노하이테크와 푸톈은 올 4월 일본 도요타와 연료전지 공동 개발 제휴를 맺었다.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때 운행할 수소버스에 일본 기술이 적용된다는 얘기다.

중국내에서도 베이징을 기반으로 성장했을 뿐 아니라 수소차 육성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현대차로서는 뼈아픈 대목이다. 중국 내 한국 기업 사이에선 중국 수소차 시장이 빠르게 커지더라도 우리 기업은 소외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국에서 수입하는 수소차나 수소 연료전지의 핵심인 촉매제도 대부분 일본산이다. 2017년 기준 중국이 수입한 촉매제는 총 3억달러 규모로 이중 한국산은 3%(2084만달러)에 불과했다.

정치적 이유로 기회를 놓치기도 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국가이면서도 사드 갈등 등으로 중국내 배터리 시장에 발도 들이지 못했다. 최근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서 국내 배터리 기업이 최근 현지 완성차 업체의 문을 두드리고 현대차가 배달용 전기오토바이의 배터리 교체사업을 하는 스타트업에 지분투자하는 등 시장 진출 노력을 이어가고 있지만 현지에서의 존재감은 아직 미미하다.

중국 완성차업체 한 관계자는 “한국 기업이 배터리나 수소차 핵심 기술 부문에서 우위가 있다고는 하지만 중국 업체는 물론 소비자까지 그 격차를 크지 않게 여기기 시작했다”며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생존하려면 완전한 기술 우위를 점하거나 중국 현지 기업으로 녹아드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베이징의 베이징현대 건물 1층에 전시된 현대차의 수소차 ‘넥쏘’. 김형욱 기자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서울대 언론정보연구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김형욱 (nero@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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