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법 못찾는 한일갈등, 지금 일본에선..

도쿄·오사카(일본)=백지수 정치부기자 2019. 7. 29.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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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못찾는 한일갈등](종합)
"한일 경제력 뒤집힐까 불안 …강경한 일본 여론의 배경"
[르포-일본 현지 가보니] 10명 중 8명 여행취소·상점 대기줄도 사라져, 상인들 "안와도 상관은 없다" 자존심 싸움으로
지난 25일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거리를 관광객들이 거닐고 있다. /사진=백지수 기자

"과거 경제 대국이었던 일본이 고령화로 점점 경제력이 떨어지는 반면 한국은 강해지고 있습니다. 경제력이 뒤집히는 분위기에 대한 불안감이 반영돼 있습니다."

지난 25일 일본 도쿄도 무사시노시(市) 아시아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한일 경제 전문가 오쿠다 사토시 교수는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조치 이후 일본 내 여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일본 정부의 조치로 일본 내 소재기업이나 소니 정보기술(IT) 완제품 기업을 비롯해 일본 경제에도 타격이 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일본 내에서 반대 여론이 크지 않은 이유가 바로 한국에 역전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자존심' 때문이라는 것이다.

오쿠다 교수는 "일본인들은 과거와 달리 경제력을 바탕으로 자신감이 붙은 한국이 과거사 문제를 두고 점점 강력한 요구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있다"며 "특히 '한국은 약한 나라'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힌 고령자들이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1시쯤 일본 오사카 난바 한 식당. '혼잡시 차례로 줄 서달라'는 안내와 달리 가게 안 곳곳에도 빈자리가 있었다./사진=백지수 기자

실제로 한국인 관광객들을 상대해 왔던 일본 현지인들은 한국인 관광객 감소에 따른 피해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일본 오사카 시내 상점가인 신사이바시(心斎橋)에 있는 초밥집 체인점 점원 하마사키(浜崎)씨는 "한국인이 왠지 전처럼 많이 오지 않는 것 같다"는 기자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한국인들이 와 주면 고맙지만 사실 상관은 없다"고 말했다. 이 초밥집의 손님은 당초 40%가 한국인, 40%가 중국인이었지만 이제는 한국인이 거의 찾지 않는다. 하마사키씨는 "그래도 한국인들은 일본에 와서 여전히 오고 평소처럼 돈 쓰고 간다"고 말했다.

오사카 시내 번화가인 도톤보리에서도 한국인을 보는 건 어렵지 않았지만 숫자는 불매운동 이전보다 현저히 줄었다. 오사카 현지에서 한인 민박과 한인 여행사를 운영하는 교민 김상욱씨는 "원래는 200명 수용 가능한 두 건물이 꽉 차는데 이번 달 들어서 10에 8명 정도는 예약을 취소했다"며 "한인 여행사 차량 27대 중 70%는 갑자기 운영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국제종합과학부 교수는 "이번 조치에 대한 일본 국내 반발 여론은 보이지 않는데, 일본 재계나 국민은 정부 조치가 잘못됐더라고 불만 목소리를 전혀 표출 못하는 분위기"라며 "정부간 단기간 협상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양국이 오랜 시간 물밑작업이 가능한 통로를 만들고 견해 차이를 점차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백지수 기자, 권혜민 기자

한국인 떠난 자리 채운 중국인…"영향 無" vs "한숨" 두 얼굴의 日
[르포-일본 현지 가보니]
지난 25일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 한 상점가의 한 드럭스토어 체인점이 중국인 단체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다./사진=백지수 기자


지난 25일 오사카 에비스바시스지(戎橋筋) 상점가 한복판에 있는 M 드럭스토어(drug store·잡화점). 1층과 지하 2층 매장은 중국인 여행객 80여명으로 붐볐다. 한국어를 쓰는 이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중국인들은 바구니에 화장품을 한 가득 쓸어담았다. 옆에서는 주(周)·장(張) 등의 성씨가 적힌 이름표를 단 중국인 점원들이 중국어로 화장품 효능을 설명하고 있었다.

한국인이 사라진 일본에는 중국인들이 남았다. 한국 관광객이 많이 찾던 오사카 도톤보리 중심부 에비스바시(戎橋)에서 마주친 국내 한 여행업체 가이드는 "한국인 패키지 여행객은 10분의 1로 줄어든 상태"라고 말했다.

설사 일본 여행을 왔다 하더라도 씀씀이를 크게 줄이는 모습이었다. 이날 도톤보리 내 유명 잡화점 돈키호테에서 만난 한국인 여행객들은 바구니에 제품을 집어 담으면서도 신중했다. 경기 화성에서 오사카로 여행 온 주부 이모 씨(48)는 "기왕 여행 왔으니 와서 먹고 즐기는 것은 하더라도 기념품은 사가고 싶지가 않다"며 "주변에서 꼭 필요하다고 부탁 받은 모기 패치와 클렌징 티슈 같은 자질구레한 것만 두세 개 사려고 한다"고 말했다.

한 잡화점 종업원은 "7월부터 매출이 큰 폭은 아니지만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다"며 "장기화되면 걱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대다수 일본인들은 이같은 분위기를 겉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습이었다. 한국인이 안 찾더라도 다른 나라 사람들이 일본을 더 찾아줄 것이라는 얘기였다. 도쿄 시부야 한 규카쓰집 점원은 "한국인이 뜸해졌지만 매출은 큰 변화 없다"며 "싱가포르 등 동남아 손님이 많아졌기 때문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오사카 관광 안내소에서 한국인이 많이 찾는다고 소개를 받아 간 한 호텔의 관계자도 "700여개 룸이 보통 풀로 차고 아시아계 손님은 70~80%인데 이달 들어 따로 예약 취소가 있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1시쯤 일본 오사카 난바 한 식당에 한국인 등 관광객이 줄을 서 있다. /사진=백지수 기자

실제로 중국인 여행객 수는 매년 큰 폭으로 늘고 있는 추세다. 일본정부 관광국이 매년 내놓는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 여행객은 2016년 637만명에서 2017년 736만명 2018년 838만명 등으로 매년 100만명 정도 늘고 있다.

특히 2020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일본 내 미디어들은 도쿄 올림픽 시민 응원단 조직 등의 내용을 보도하는 데 집중하고 있었다. 일본 인기 아이돌 그룹 아라시 등을 내건 도쿄 올림픽 광고가 TV 장식했다.

일본에서 생활하는 한국인들의 우려는 컸다. 오사카 시내 한류샵 사장은 "한일 관계 악화는 윗 사람들 일이라는게 아직까지는 일본인들의 인식"이라며 "관계가 악화된다는 보도가 자꾸 나올 수록 일본에서도 그런 분위기가 확산되면 장사에 영향이 있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가 더 나아가 비자 규제 등 단절에 기름을 끼얹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일본을 자주 오가는 국내 여행업체 가이드 A씨는 "그동안 일본을 1년에도 수십번씨 오가는데 이번에는 입국 심사에서 처음으로 짐 검사를 받았다"며 "이러다 일본이 불화수소 규제하듯 한국인에 대한 무비자 정책까지 철회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25일 오후 1시쯤 일본 오사카 난바 한 식당에 한국인 등 관광객이 줄을 서 있다. /사진=백지수 기자

일본에서는 한국에 대한 비판적인 논평이 늘고 있다. 일본 도쿄 신주쿠의 9층 규모 대형 서점인 '키노쿠니야(紀伊國屋) 서점' 3층의 국제 정세 관련 서적 서가의 '한국 논평' 코너에는 혐한 신간들이 전면에 나와 있었다. 무토 마사토시 전 주한일본대사의 '문재인이라는 재액(災厄)'이나 '한국 반일주의의 기원', '김정은이 한반도를 통일하는 날 일본에 있어서 공포의 시나리오', '한국은 소멸의 길에 있다' 등의 제목이 눈에 띄었다. 서점 1층 입구에서 방탄소년단이 나온 유명 패션 잡지 포스터가 손님을 반기고 있던 것과 대비됐다.

백지수 기자, 권혜민 기자

日재계 "100개 사업 함께한 韓日, 101개 어려워질까 두렵다"
[인터뷰-고레나가 가즈오 일한경제협회 전무이사] "日재계, 韓대법원 판결 당시 '우려' 입장 유지"
고레나가 가즈오 일한경제협회 전무 인터뷰가 26일 일본 도쿄시 일한경제협회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백지수 기자

"한국과 일본이 공동으로 제3국에서 진행하는 자원·인프라 인프라 개발 프로젝트가 약 100 건입니다. 절대 중단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지난 26일 일본 도쿄 치요다구 마루노우치(丸の内) 일한경제협회 사무실에서 만난 고레나가 가즈오(是永和夫) 일한경제협회 전무이사는 "이것이 일본 재계의 입장"이라며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일한경제협회는 1960년에 한일회담을 지원하고 양국 간 민간 교류를 뒷받침하기 위해 일본상공회의소와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 등이 모여 설립한 사단법인이다. 한일 경제인교류회, 청소년 교류사업, 산업무역상담회 등 각종 한일 교류사업을 진행한다.

고레나가 전무는 미쓰비시 상사 출신으로 일한경제협회에서 상근직으로 일하고 있다. 그는 이날 인터뷰에 앞서 한가지 조건을 달았다. 정치적 이슈에 관한 질문은 대답을 않겠다는 것.

그러면서 그는 지난해 10월30일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이 나온 직후 일한경제협회, 일본상공회의소, 경단련, 경제동우회 등 일본 경제 4개 단체가 공동으로 발표한 입장문을 소개했다. 당시 이들은 "일본 경제계는 이번 판결에 대해 양국간 무역·투자관계가 경색되는 등 양호한 경제관계에 지장을 미칠 것을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밝혔다.

정작 일본의 경제단체들은 일본 정부가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를 단행한 이후엔 어떠한 입장도 발표하지 않고 있다. 일본 재계가 철저하게 정부와 보조를 맞추고 있음을 시사한다.

고레나가 전무는 "성명이 나온지 9개월이 지났고 현재까지 출구 없는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며 "이후로 성명을 내지 않았는데, 이는 일본 경제계에서 바라는 것이 이 성명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고레나가 전무는 2007년 8월부터 2018년 10월까지 약 11년간 한일 공동 제3국 자원개발 프로젝트 95건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대표적 사업이 2011년 한국가스공사와 미쓰비시상사의 인도네시아 LNG(액화천연가스) 공동생산 프로젝트다. 그는 "한일 기업이 같이 하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기에 사업 협력을 함께 해 왔다"며 "24시간 LNG가 멈추지 않고 생산되는 등 95개의 프로젝트는 '살아있는'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신뢰관계가 무너진다면 100개의 사업이 101개로 늘어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우려했다. 고레나가 전무는 향후 일본 측 수출규제 조치에 대한 전망을 묻는 질문에는 "'지도가 없는 길'을 걷고 있기에 한치 앞도 예상할 수가 없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저희로선 신뢰관계를 극복하자고 얘기를 하고 있고, 이 이상으로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양국 정부가 이를 인식해 관계를 원래대로 잘 회복했으면 좋겠다"며 "한일 경제계도 이전처럼 계속해서 연락을 취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권혜민 기자, 백지수 기자

"일본에 '한국에 물건팔지 말라' 여론…기업에도 '동조압력'"
[인터뷰-오쿠다 사토시 日 아시아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 "화이트국가 제외 가능성 90% 이상, 경제압박 끝까지 계속할 수도"
오쿠다 사토시 일본 아시아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가 25일 일본 도쿄 아시아대학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권혜민 기자

"일본 기업들은 '한국에 물건을 팔지 말라'라는 여론 탓에 피해가 있어도 말할 수 없는 '동조압력'이 작용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한국과 비즈니스를 하는 기업들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언제든 사업환경이 악화할 수 있는 만큼 일본 측의 강경조치를 지지하고 있기도 합니다."

25일 일본 도쿄 아시아대학 연구실에서 만난 오쿠다 사토시 교수는 현재 일본 재계 분위기를 이같이 말했다. 일본의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로 일본 기업들도 피해가 예상되지만 현재 일본 기업 사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거의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25일 오쿠다 사토시 일본 아시아대학 아시아연구소 교수와 인터뷰를 위해 찾은 도쿄 아시아대학./사진=권혜민 기자

오쿠다 교수는 오랜 시간 한국 경제를 들여다본 일본인 전문가다. 1985년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아시아경제연구소에서 연구를 시작했고, 2000년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초청연구원으로 한국에 머물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선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로 일본 기업의 재산이 압류된 상황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일본 내에서는 한국 경제를 파괴해야 한다는 무서운 얘기도 나온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또 "8월 중 한국을 화이트(백색)국가에서 제외할 가능성이 90% 이상이며 송금 규제, 비자 발급 제한 등 수많은 후속 조치도 준비 중"이라고 했다. 이어 "현재 한일 관계에서 일본 정부의 선택지가 아주 많아졌다"며 "한국 정부로서는 사실상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고 진단했다.

오쿠다 교수는 "이웃국가의 경제를 파괴시켜 양보를 얻어내는 일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지만 일본 내에선 대안 중 하나로 나오는 분위기"라며 "일본도 피해가 크고 국제적 비난도 받겠지만 압박을 끝까지 계속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도 했다.

오쿠다 교수는 "한국이 대법 판결에 대한 협의 테이블에 나오면 수출허가가 당장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오쿠다 교수는 한일관계 악화는 결국 양국 모두에게 피해로 돌아오는 만큼 양국 정부가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현재 한쪽으로 기울어진 민족감정과 경제이익 간 '균형' 맞추기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는 "양국 정권이 각자 민족감정에 대한 국내 여론만 보고 있다"며 "한국의 경우 외교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하는 만큼 일본을 나쁘다고만 할 게 아니라 청구권협정과 관련해 대화를 하려는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본 정부에도 "한민족이 느끼는 역사 문제의 아픔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는 점을 충분히 전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혜민 기자

"日 수출규제, 갑자기 나온 것 아냐…일왕 즉위식이 관계 개선 기회"
[인터뷰-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국제종합과학부 교수]"물밑협상 통해 양국간 견해 차 줄여야"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가 25일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요코하마시립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권혜민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는 아베 총리 한 사람의 결정이 아니라 일본 정부 내 오랜시간 논의를 통해 나온 만큼 철회에도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네마와시(根回し·물밑협상)'가 가능하도록 파이프라인을 만들고 양국간 견해 차이를 줄이는 작업이 필요하다."

25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시에 위치한 요코하마시립대 강의실에서 만난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국제종합과학부 교수는 "이번 수출규제 사태를 이해하려면 한일 양국간 국가·사회의 성격 차이부터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 교수는 일본 문부성 장학생으로 히토쓰바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고, 현재 일본 요코하마시립대와 게이오기주쿠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25년 넘게 일본에서 생활하며 직접 본 한일 경제·사회·정치의 차이를 고찰한 '흐름의 한국 축적의 일본' 등 다수의 저서를 펴내기도 했다.

국 교수는 이번 수출 규제 조치 전 일본 측으로부터 이미 4차례 경고가 나왔다고 했다. 먼저 지난해 10월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판결 직후 일본 기업에 피해가 없어야 한다는 메시지가 있었다. 이후 올해 1월 한일 청구권협정상 분쟁해결절차인 외교적 협의 요청, 5월과 6월의 중재위원회 설치 요구가 있었으나 한국 정부는 모두 응하지 않았다.

일본 입장에서도 수출 규제는 '독'이다. 한국에 수출하던 일본 기업이 피해를 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공급망에 영향을 준다는 국제적 비판을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 측에서는 '실' 보다는 '득' 이 클 것으로 계산했을 것이라는 게 국 교수의 진단이다.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가 25일 일본 요코하마에 위치한 요코하마시립대 연구실에서 인터뷰를 마친 뒤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권혜민 기자

그는 "이번 조치는 협상 테이블에서 유리한 지위를 차지하기 위한 것"이라며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한국에 아무 액션을 취하지 못하는 입장에서 이대로 끌려가면 안된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국 교수는 양국 간 공개적인 '극적 타결' 형태의 문제 해결은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의 일처리 방식인 '네마와시(根回し)' 때문이다. 네마와시는 나무를 옮겨심기 전 준비작업이라는 뜻으로, 일을 진행할 때 관계자들 간 소통을 통한 사전조율, 물밑작업 절차를 의미한다.

국 교수는 "애초에 일본 입장에서는 강제징용 배상 문제와 관련해 입장차를 좁히는 물밑작업을 바랐지만, 한국이 협상에 나오지 않으니 불가능했다"며 "이제라도 물밑작업을 위한 파이프라인을 만들어 견해 차이를 줄여나가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정부와 기업, 학계 등 다양한 참여자들 간 소통 통로를 열어 신뢰 회복에 나서야 한다는 얘기다.

국 교수는 현 정부에서 오는 10월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식이 한일 관계 개선의 물꼬를 틀 수 있는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에서 일왕의 존재감이 매우 큰 만큼 즉위식 참석을 계기로 축하와 함께 정상회담 등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것. 그는 "기회를 잘 살려서 실익을 찾는 쪽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 교수는 인터뷰 내내 한일 관계 회복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빠른 변화와 적응이 가능한 '흐름'의 한국은 엄청난 지식, 기술과 자본을 모아 온 일본의 '축적의 힘'을 활용할 필요성이 여전히 크다"며 "자존심이 상하더라도 좋은 부분은 활용하는 쪽이 현명하다"고 했다.

또 "최근 한일 관계 악화로 일본인들이 한국에 갖고 있던 호감 분위기가 싸늘해지는 점이 가장 걱정된다"며 "불매운동 등으로 감정적이고 즉흥적인 만족을 얻을 수는 있지만 결국 신뢰성 상실로 큰 비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일본이 없어도 살 수 있다는 태도보다는 일본을 활용하고 우리의 역량을 결집해 국력을 쌓아가는 게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권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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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오사카(일본)=백지수 정치부기자 , 도쿄(일본)=권혜민 경제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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