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조합장이 뭐길래..현직은 구속, 전직은 극단적 선택

신진호 입력 2019. 7. 29. 11:24 수정 2019. 7. 29.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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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금품제공 혐의 회덕농협 조합장 구속
전임 조합장도 금품수수로 검찰 수사받던 중 음독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금품을 건넨 혐의로 대전지역 현직 농협 조합장이 구속됐다. 이 농협 전직 조합장은 같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다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대전지검은 불법 선거운동 혐의(공공단체 등 위탁 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를 받고 있는 대전 회덕농협 박모(59) 조합장을 구속했다고 29일 밝혔다. 대전지법은 지난 25일 열린 박 조합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며 검찰이 청구한 영장을 발부했다.

앞서 대덕구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 회덕농협 조합장 보궐선거 과정에서 조합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 등으로 박 조합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대덕구선관위는 지난달 “박 조합장이 불법 행위를 저질렀다”는 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해왔다.

박 조합장은 지난 5월 치러진 조합장 보궐선거 때 조합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 등 3개 혐의를 받고 있다.

회덕농협은 지난 3월 13일 치러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당선된 A조합장이 검찰 조사를 받으며 자진해서 사퇴한 뒤 보궐선거를 통해 치러진 박 조합장마저 구속되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에서 재선에 성공한 A조합장은 선거 때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됐다. 조합장에서 자신 사퇴한 그는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던 지난 4월 말 대전 대덕구의 한 산에서 음독을 시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A조합장은 5월 극단적 선택을 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A조합장의 사퇴로 지난달 치러진 회덕농협 조합장 보궐선거에서 박 조합장이 선출됐다. 하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전임 조합장과 같은 금품수수가 불거지면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박 조합장은 자신을 선관위에 고발한 조합원을 무고 혐의로 검찰에 고발, 이와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이다.

조합장 선거에서 적발된 불법 선거운동 가운데 가장 많이 게 기부행위다. 금품이나 음식물을 제공하는 행위로 유권자인 조합원을 직접 만나 현금·선물을 건네거나 밥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해가 지면 인적이 뜸해지는 농·어촌지역 지역 특성을 이용해 직접 집으로 찾아가서 현금을 주는 경우도 있다.

지난 3월 치러진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 과정에서 불법행위로 입건된 사람만 400여 명이 넘는다. 이 가운데 금품수수가 240여 명으로 가장 많다.
대전지검은 지난 6월 치러진 회덕농협 조합장 보궐선거에서 조합원에게 금품을 건넨 혐의로 현 조합장을 구속했다. [중앙포토]

농협·수협·산림조합 조합장은 지역을 대표하는 ‘유지(有志)’로 자치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못지않은 영향력을 갖고 있다. 기초의회 의장을 그만두고 농협 조합장에 출마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조합장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과 달리 ‘기업 CEO의 자질’을 갖춰야 한다고 주문한다. 마케팅과 홍보를 강화하고 경영을 전문화해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는 얘기다.

배재대 최호택(행정학과) 교수는 “불법 선거는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선관위 적발로는 한계가 있다”며 “조합원 스스로 깨끗하고 공정한 선거를 치르겠다는 인식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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