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대한민국 쇠망 길로 들어섰다

기자 2019. 7. 29. 1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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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숙 논설위원

한국의 전방위 경제 안보 위기

美주도 자유주의 질서 형해화

러·중 式 권위주의 대안 못 돼

戰後 자유주의 수혜자는 한국

경제성장 후 3050클럽도 진입

文대통령 관념 벗고 현실 봐야

한반도 정세가 어지럽다. 한·미 동맹 균열 조짐 속에 한·일 관계가 극한충돌로 치닫자 중·러는 동해를 무력화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판문점 미·북 정상회동의 유일한 합의사항인 비핵화 실무협상을 걷어찬 채 탄도미사일 도발에 나서며 한·미 훈련을 중단하라고 문재인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 후 “한반도에 더 이상 전쟁은 없고 새로운 평화시대가 왔다”고 선언했지만, 평화는커녕 안보만 위태로워지는 형국이다. 한국만 혼란스러운 것은 아니다. 적군과 아군을 가리지 않고 공격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태 탓에 온 세상은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로 빠져든 지 오래다. 미·중 무역 전쟁에 집중하려면 동맹 및 우방국과 협력해야 할 텐데, 중국을 압박하면서 유럽연합과 싸우고 한·일 양국에도 동맹 불만을 늘어놓는 식이다. 이러니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이 추락하면서 이제 미국 주도시대는 끝났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파이낸셜타임스 인터뷰(6월 28일 자)에서 “자유주의는 이제 구시대적 개념이 됐다”면서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자 왕치산(王岐山) 중국 부주석이 지난 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세계평화포럼에서 “2차대전 이후 국제질서는 전체적으로 평화안정을 유지해왔지만 이제 붕괴 직전에 있다”며 맞장구쳤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로 인해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붕괴 상태라는 게 중·러의 주장이다. 2020 대선 캠페인이 시작된 요즘 미국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이 흔들어놓은 자유주의 국제질서의 복원 여부에 대한 논쟁이 진행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년 더 집권하면 세계는 더욱 ‘일그러진 영웅’들이 판치는 혼란 상태로 빠져들 수 있는 만큼 어떻게든 정권교체를 해야 한다는 열망도 강하다. 그러나 민주당이 백악관을 탈환하더라도 이미 무너져내린 질서가 다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란 비관론도 만만찮다. 트럼프 효과를 맛본 미국 대중은 앞으로도 트럼프식 우선주의를 요구할 것이기 때문에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미국은 트럼프 이전 시대로 되돌아가기 힘들 것이란 인식이다.

미국 주도의 자유주의 국제질서가 흔들린다고 해서 푸틴식 권위주의나 시진핑(習近平)식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가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미국의 위상과 권능이 약화됐지만, 그래도 중·러식 권위주의 세계질서보다는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의 역할이 줄어든 만큼 이 시스템에서 혜택을 받았던 국가들이 적극 나서서 자유주의 질서를 보수하고 발전시킬 필요성이 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과거 관성대로 한·미 동맹에 안주하지 말고 시대 흐름에 맞게 좀 더 창의적이고 적극적 자세로 동맹을 업그레이드해 북한 등의 안보 위협에 맞설 전략을 세워야 한다. 돌아보면 한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가장 잘 활용한 나라다.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바탕으로 경제를 건설하고 민주주의를 발전시켰다. 전후 질서의 혜택을 가장 많이 본 나라가 바로 한국이라는 점은 해방 당시 최빈국이었던 나라가 2018년 3050클럽에 진입한 것으로 입증된다. 지난해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3만 달러를 돌파해 3050클럽에 들었다. 세계 194개국 중 인구 5000만 명 이상, 소득 3만 달러 이상인 나라는 우리나라와 미국, 영국, 독일, 프랑스, 일본, 이탈리아 등 7개국뿐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번영은 2018년 정점을 찍은 것 같다. 경제는 추락하고 외교·안보는 미국 주도 질서에서 이탈하는 경향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3050 지위 유지를 위해선 경제성장률이 3%는 돼야 하는데 현재 2%대이고, 소득주도성장 정책 고수로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한 친일 청산을 내세우며 일본과 충돌하고, 남북 공조에 집착해 한·미 동맹은 물론 한·미·일 공조도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평화주의 환상이 한국을 무장해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 패망과 쇠퇴는 지도자의 시대착오적 정책에 원인이 있다는 것을 역사는 보여주고 있다. 문 대통령이 이를 외면한다면, 한국의 행운은 여기서 멈출 것이다. 그리고 후일 역사가는 ‘2차대전 이후 70년간 한민족은 단군 이래 역사상 가장 역동적이고 평화롭고 부유한 시대를 누렸지만, 문 정부를 거치며 쇠망의 길로 들어섰다’고 기록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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