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 상담받는 군인 1년새 3배로 늘었다

박윤균,신혜림 2019. 7. 29.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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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 스마트폰 허용의 그늘
軍당국, 도박혐의 잇달아 적발
입대후 960차례 도박 사례도
병영내 휴대폰 관리소홀 지적
"예방교육 등 대책 마련해야"
지난 5월 군 수사당국이 경기도 육군 모 부대 내에서 일부 병사가 휴대폰을 이용해 스포츠도박을 한다는 제보를 입수해 5명의 병사를 적발했다. 이 중 최근 전역한 A병장은 입대 후 960차례에 걸쳐 도박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도박 액수는 무려 1억8000만원에 이른다. A병장은 입대 전에도 940차례에 걸쳐 9500만원 상당의 도박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육군 관계자는 "해당 병사는 부대 안에서도 도박을 하기는 했지만 금액은 200만원에 불과했고, 주로 외출이나 휴가 때 도박을 했다"고 해명했다. 적발된 나머지 병사들도 적게는 290만원에서 많게는 4600만원의 불법 스포츠도박을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가 지난해부터 일과 후 병사들의 휴대폰 사용을 시범 실시한 이후 군인들의 도박 건수가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대 내 병사나 간부들을 대상으로 한 도박 방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매일경제가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도박 문제에 대해 상담을 신청한 군인 수가 해를 거듭하면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센터에 따르면 군인 상담자는 2017년 48명에 불과했지만 2018년에 약 3배인 123명으로 증가했다. 2019년에는 5월까지 집계했음에도 117명에 달했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올해 상담자 수는 280명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박자 중 상담을 신청한 이들만 집계한 통계이기 때문에 실제 도박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 수치는 사병은 물론 부사관, 장교까지 포함된 것이지만 전문가들은 부대 내에서 병사들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을 허용해준 뒤 사병들의 휴대폰 도박이 급증한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관계자는 "청소년들의 도박 문제 증가 원인으로 1순위에 꼽히는 것이 스마트폰의 확대 보급"이라며 "예전에는 여러 명이 모여야 도박을 할 수 있고 도박이 이뤄지는 장소에 가야 했지만 최근에는 인터넷에서 이뤄지는 도박이 많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있다면 도박에 대한 접근이 쉬운 것이 사실"이라고 분석했다.

국방부는 지난해 4월 국방부 직할 4개 부대를 대상으로 병사의 일과 후 휴대폰 사용 1차 시범운영을 시작했고, 올해 4월부터는 전 부대로 대상을 확대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군 내 휴대폰 사용에 대한 관리·감독 소홀 논란은 여전하다. 정종섭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5월까지 휴대폰을 이용한 군 내 각종 부정·불법행위 적발은 2350건에 달했다. 특히 육군의 적발 건수는 4월 171건에서 5월 456건으로 2.7배 급증했다. 특히 도박에 대한 내부 단속이 미약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실제로 시범사업을 전면 허용한 올해 4월 한 달간 '육군에서 발생한 병(兵) 휴대전화 이용 도박 사건' 7건 중 군이 직접 적발한 사건은 단 1건도 없었다. 7건 모두 내부고발 혹은 자진신고로 적발됐다. 또 7건 중 5건이 일과 후 주둔지 일대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육군 B병사도 비슷한 사례다. 지난 4월 군에 자진신고한 B병사는 외박을 나가 모텔에서 불법 스포츠토토에 125회에 걸쳐 접속했다. 도박에 쓰인 금액만 2700만원에 달했다. B병사는 불법 도박으로 군으로부터 근신이나 휴가제한을 받은 다른 병사와 달리 도박 혐의로 형사 입건돼 군 재판에 넘겨졌다.

국방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지난 16일 국방부는 일과 후 병사 휴대폰 사용 전면 시행 시점을 늦추고 당분간 시범운영을 연장하기로 했다. 전반적으로는 도입 취지대로 운영되고 있지만, 일부에서 도박 및 음란 유해 사이트 접속 등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방송통신위원회, 정보화진흥원 등과 협조한 휴대전화 과의존 예방 전문가 초빙교육이 이미 올해 150회 예정돼 있고, 연간 군 자체 도박예방 교관 300여 명 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대 자체가 도박 확산에 취약한 곳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임정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예방치료팀장은 "청소년들의 도박 문제 상담을 진행하다 보면 부모님들이 도박 빚을 갚아주는 조건으로 아들을 군대에 보내는 경우가 많다"며 "군대 내에서 도박을 다른 병사에게 가르쳐주기도 하고, 함께 생활하다 보니 부대 내 도박 확산 속도가 빠르다"고 설명했다.

윤형호 건양대 군사학과 교수는 "도박 사이트에 접속하지 못하게 스마트폰 IP를 통제하거나 사이트를 차단하는 방법이 있지만 기술적으로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병사 휴대전화 사용 운영으로 긍정적인 면도 많으나 스마트폰 도박 같은 부작용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를 통한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윤균 기자 / 신혜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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