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통제체제 미가입국엔 포괄허가..가입한 한국 불허, WTO 협정 위반"
[경향신문] ㆍ관리 허술한 중국·대만 등에 반도체 부품 “3년에 1번 허가”
ㆍ송기호 변호사 “일본의 규제 이유 비논리적…명백한 차별”
한국에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을 수출할 때마다 허가를 받도록 수출규제를 강화한 일본이 정작 생화학무기 국제통제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들에는 3년에 한 번만 허가를 받도록 허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보다 전략물자 수출관리가 허술한 나라에까지 내준 포괄허가를 한국에만 내주지 않는 것은 명백한 차별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통상 전문가인 송기호 변호사(전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국제통상위원장)는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이 전략물자 통제체제에 참여하지 않는 중국과 대만 등에는 3년 포괄허가제를 유지하고 한국만 차별하는 것은 명백한 WTO 위반”이라며 관련 자료를 공개했다.
송 변호사가 분석한 일본 경제산업성 고시를 보면, 일본 기업들은 반도체 핵심 소재인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 불화수소 3개 품목을 중국과 대만, 홍콩, 싱가포르에 수출할 경우 3년에 한 번만 수출허가를 받으면 되는 포괄허가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일본은 무기로 전용될 수 있는 전략물자 수출통제제도를 매번 건별로 허가를 받아야 하는 ‘개별허가’와 3년 단위로 한 번만 허가를 받으면 개별심사를 면제받을 수 있는 ‘포괄허가’로 나눠 운용하고 있다. 포괄허가는 다시 일본의 전략물자 수출 우대국가 목록(화이트리스트)에 오른 나라로 수출하는 기업이 신청할 수 있는 ‘일반포괄허가’, 화이트리스트가 아니더라도 민감하지 않은 품목에 대해서는 포괄허가를 내주는 ‘특별일반포괄허가’ 등으로 나뉜다.
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등 4개국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국가는 아니지만, 일본은 해당 3개 품목을 비민감품목으로 분류해 3년에 한 번만 받으면 되는 특별일반포괄허가를 내줬다. 이 제도에 따라 자율인증을 받은 모든 일본 기업은 플루오린폴리이미드와 레지스트, 건당 20㎏ 이하의 불화수소를 이들 4개국에 자유롭게 수출할 수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대만으로 수출된 불화수소는 1395t에 이른다.
이들 국가의 전략물자 수출통제체제는 한국보다 미흡한 수준이다. 대만과 홍콩, 싱가포르는 모두 생화학무기 국제통제체제인 호주그룹(AU)뿐 아니라 바세나르체제(WA), 핵공급국그룹(NSG), 미사일국제통제체제(MTCR) 등 4대 전략물자 국제 수출통제체제에 가입하지 않은 국가들이다.
그런데도 일본은 이들 국가에도 내주는 특별일반포괄허가를 4대 국제통제체제에 모두 가입한 한국에는 내주지 않고 있다. 앞서 일본은 한국으로 수출되는 반도체 핵심소재 3개 품목을 포괄허가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치를 지난 1일 발표했다. 해당 3개 품목에 대해서는 한국으로 수출할 경우 일반포괄허가뿐 아니라 특별일반포괄허가도 받을 수 없고, 수출을 할 때마다 건별로 개별허가를 받아야 한다. 지난 4일 이 조치가 실제 시행된 후 일본 수출기업들이 한국으로의 수출을 위해 개별허가를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일본 정부는 한 건도 허가를 내주지 않았다. 한국의 전략물자 수출관리가 미흡하기 때문에 수출규제를 강화한다는 일본의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은 셈이다.
송 변호사는 “WTO 협정은 수출규정을 공평하고 합리적으로 운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전략물자통제에도 참여하지 않는 나라에도 3년 포괄허가를 유지하면서 한국에만 반도체 핵심소재를 개별허가로 바꾸고 허가를 내주지 않은 것은 명백한 협정 위반”이라고 지적했다. 우 의원은 “안보를 위한 조치라는 이유를 끌어다 경제보복을 가하는 이유는 WTO 협정 위반을 피할 명목이 그것뿐이기 때문인데 일본의 주장이 엉터리라는 게 다시 한번 확인됐다”며 “정부가 국제사회와 함께 일본 조치의 부당성을 밝히고 강력 대응해야 한다”고 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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