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칼럼] 有能과 無能과 不能 사이

김대중 칼럼니스트 2019. 7. 30.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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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좌파는 文 대통령이 한반도 미래 운용해나갈 의지·능력·판단력 있다고 보는가
김정은의 모욕과 미사일 발사 애써 외면하는 건 有·無能 아니라 不能 아닌가
김대중 고문

한반도가 궁극적으로 가는 길은 세 갈래로 가늠할 수 있다. 하나는 대한민국 체제에 의한 통일이고 다른 하나는 북한 체제 편입에 따른 대한민국 해체다. 남은 하나는 좋게 봐서 공존이며 경쟁이고 나쁘게 봐서 갈등 구조의 지속이다. 한국 사람 대부분이 원하는 것은 우리에 의한 통일이고, 그것이 전쟁이라는 극한 수단을 동반해야 하는 것이라면 차라리 현 구도로 가는 것이 차선이라고 본다. 물론 소수 친북 세력과 이념적으로 경화된 좌파 세력은 북한에 의한 통일을 바랄 것이다.

그런데 요즘 와서 의문이 생겼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의 정부가 가고자 하는 길은 어떤 것인지 헷갈리기 시작한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주 애매모호하게 '평화'만 언급했지, 통일이니 한국의 북한 체제 압도 그리고 대한민국 보전(保全) 등에는 말한 것이 없다. 북한이 우리를 무력적으로 압박하면 나서서 싸우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적도 없다. 그러기는커녕 문 정부는 우리 안보 기능 즉 국방과 외교 면에서 스스로 무장해제하면서 북한 김정은을 향해 비굴하리만치 온갖 미소를 보내고 있다.

그는 어떤 의식과 목적을 갖고 대통령직을 수행한다기보다 누군가 그에게 주입해준 대로 대본을 읽고 수행해나가는 대역 배우가 아닌가 하는 느낌을 준다. 그래서 많은 사람이 물었다. "문 대통령은 자신의 의지와 이념에 따라 움직이는 주체인가? 아니면 누군가가 지시하고 주입하는 데 따라 움직이는 수동체인가?"

그래서 좌파 세력에게 묻고 싶은 것이 있다. 그들이 한반도 세 갈래 길에서 어느 쪽을 선호하는지는 별개로 하고, 과연 문 대통령과 그의 수하들이 한국의 좌파가 바라는 한반도의 미래를 제대로 운용해 나갈 주체적 의지와 능력을 갖고 있는지, 그가 그것을 실행해 나갈 용기가 있는지, 그리고 무엇보다 그런 지적인 판단력과 수행 능력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지 묻고 싶은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율이 40%를 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여론조사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보수·우파에서는 그것이 문 대통령에 대한 개인적 지지라기보다 '2년 만에 거덜 나는' 것을 보여주기 싫은 좌파의 자위적 옹호일 수도 있다고 보는 측면이 있다. 또 반일·반미·평화라는 감성적 요인들을 타고 만들어내는 청와대 사람들의 계절적 작품일 수도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효과'는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약효가 떨어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적절할 것이다. 그에게는 별 변화가 없다. 어디쯤에선가 반전(反轉)할 것 같은 드라마틱한 요소도 없다. 매일 같은 모습에, 같은 '미소'에, 같은 메시지에, 같은 연출에, 늘 선(善)한 것 같은 제스처에 머물러 있다. 어찌 보면 좌파 편향들까지도 식상할 수 있다.

문제는 위기에 대처하는 그의 능력뿐 아니라 그의 지도자다움에 있다. 김정은이 문 대통령을 '남조선 당국자'로 호칭하면서 '아무리 비위에 거슬려도' 운운하며 모욕을 줘도 그는 응답이 없다. 북한이 대한민국을 순식간에 초토화할 수 있는 무기(미사일)를 드러내 보였는데도 그는 딴전을 피우며 애써 다른 곳에 가서 못 본 척했다. 아무리 상대방을 배려한다고 해도 때로 강하게 나갈 때는 강하게 나가야 상대로부터 존중을 받는다. 국민이 보기에 김정은은 문 대통령을 '우습게 아는' 것 같다. 이것은 지도자로서 유능이나 무능 문제라기보다 불능(不能)의 문제다. 이 와중에 그의 수하들은 저희끼리 자리를 바꿔 권력의 떡고물을 나누어 먹으며 즐거워했다. 이념 성향에 노예가 된 나머지 정치의 요체인 어떤 타협이나 절충도 못 하는 이념 불구자들은 우파나 좌파 어디에도 있기 마련이다.

내년 총선에서 국민이 자유한국당을 선택한다면 ‘문재인 얘기’는 달라진다. 하지만 민주당이 집권을 유지한다면 대한민국은 더 엉망으로 갈지 모른다. 좌파에서는 우파의 오지랖이 넓다고 비아냥할지도 모르지만 우파가 정권 교체를 못 하면 좌파끼리라도 ‘교체’해야 하는 것 아닌가 한다. 국민은 우파 성향이든 좌파 성향이든 제대로 된 능력과 판단, 결단력 있는 정치력, 쇼라도 할 줄 아는 그런 지도자를 가질 권리가 있다. 무엇보다 그를 뽑아준 국민의 생명과 재산, 이 땅의 정체성만은 온 힘을 다해 지켜주는 대통령을 원한다. 결론적으로 문 정권으로는 이 난국을 헤쳐 나갈 수 없고 그것은 좌건 우건 대한민국의 불운이고 불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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