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폐기물 36년 표류史, 문대통령의 '탈원전 결단'

세종=권혜민 기자 2019. 7. 30.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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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시프트, Newclear 시대-⑦]1983년부터 10차례 추진했지만 제자리걸음.. 기술확보·재원마련 서둘러야

[편집자주] 2017년 6월19일 0시. 국내 첫 상용 원자력발전소인 '고리1호기'가 영구정지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고리1호기를 직접 찾아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청정에너지 시대, 이것이 우리 에너지정책이 추구할 목표"라고 말했다. 국가 에너지정책 패러다임이 원자력(Nuclear)에서 신·재생 등 청정에너지(Newclear)로 40년 만에 첫 전환한 순간이다. 눈 앞에 다가온 'Newclear 에너지 시대' 과제를 진단하고 정책 대안을 모색해본다.


한국은 첫 상용원전인 고리 1호기가 1978년 4월 가동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41년간 사용후핵연료를 원전건물 안 수조 등에 ‘임시저장’하고 있다. 수 차례 관리정책 마련에 나섰지만 ‘핵쓰레기’라는 네거티브 프레임에 갇혀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논의 자체를 외면, 국내 최장기 미해결 국책사업이라는 오명을 벗지 못하고 있다. 그마저 임시저장시설 포화율이 90%가 넘으면서 말 그대로 ‘발등에 불’이 진 상황. 기술 확보와 재원 마련도 더 미루기 어려운 시급한 과제다.

정부가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 수립에 나선 것은 국내 첫 중수로 원전인 월성 1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한 1983년이다. 당시 과학기술처(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중·저·고준위 방폐물처분시설(방폐장) 부지 확보 계획을 세웠다. 1986년 한국에너지연구소(현 한국원자력연구원)는 경북 울진·영덕·영일(현 포항) 3개 지역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지역주민 반발로 1989년 3월 지질조사가 중단됐다.

정부는 비공개 지질조사를 통해 1990년 11월 충남 태안(안면도)을 부지로 선정했다. 당시 정부는 부정적 이미지를 줄이려 '제2원자력연구소'란 이름을 썼는데 이 시설이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이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격렬한 반대시위가 일어난다. 주민이 경찰서에 불을 지르고 군청 직원을 감금하는 사태가 터지며 사업은 백지화됐다. 바로 '안면도 사태'다.

정부는 1991년 '방폐장 사업은 복수의 대상지를 골라 해당 지역들을 대상으로 지역주민 협의를 거쳐 확정한다'는 기본계획을 마련하고 지역신청을 받아 후보지를 선정하기로 한다. 하지만 △3차(1991~1993년) △4차(1993~1994년) △5차(1994~1995년) △6차(1997~2001년) △7차(2002~2003년) 등 총 6차례 지역 신청을 받았지만 모두 주민 반발로 백지화됐다. 1994년 12월 인천 옹진군(굴업도)의 경우 정밀조사 과정에서 활성단층이 발견돼 사업이 없던 일로 되기도 했다.

2003년에는 '부안 사태'가 일어났다. 당시 전북 부안군 위도 주민 10여명은 주민 80% 서명을 받아 방폐장 유치 신청서를 발표하고 부안군수는 군의회 반대에도 이를 정부에 제출했다. 위도가 최종후보지로 확정되자 위도 외 부안 주민들은 반대 시위에 나섰는데 김종규 당시 부안군수가 주민들에게 감금·폭행을 당하는 등 사회적 소요가 일어났다.

정부는 2004년 2월 방폐장 부지선정과정에 주민투표를 도입하고 공모에 나섰으나 단 1곳도 신청하지 않았다. 부안은 반대대책위 주관으로 사적 주민투표에 나섰는데 위도를 제외한 36개 투표소에서 3만7524명이 투표해 91.9%가 반대했다.

부안 사태의 아픔을 계기로 정부는 2004년 12월 방폐장 건설을 중·저준위방폐물처분시설과 사용후핵연료 중간저장시설로 분리해 추진한다. 2005년 11월 4개 유치 신청 지역 중 주민투표 찬성률이 89.5%로 가장 높았던 경주가 최종 선정됐다. 경주 중·저준위 방폐장은 2008년 8월 착공, 2014년 6월 준공돼 2015년 8월부터 운영 중이다.

하지만 사용후핵연료는 여전히 미해결 과제로 남아 있다. 문재인정부는 지난 5월 출범한 '사용후핵연료 관리정책 재검토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재검토위는 원전 지역 주민과 국민 의견을 수렴해 사용후핵연료 관리 정책에 대한 대(對)정부 정책권고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사회적 공론화로 후보지 선정 및 주민 수용성 확보 작업 외에도 안전한 사용후핵연료 관리를 위한 기술 확보 및 재원 마련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정부는 2013년 사용후핵연료 관리 총 사업비를 53조2810억원으로 추정했다. 산술적으로 물가상승률만 반영해도 지난해말 기준 56조7771억원에 달한다. 정부는 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에 사용후핵연료 다발당 경수로는 3억2000만원, 중수로는 1320만원씩 부담금을 적립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해 말까지 실제 적립된 ‘사용후핵연료 관리 부담금’은 3조9763억원이다.

기술 확보도 시급한 과제다. 원자력환경공단에 따르면 한국의 사용후핵연료 관리 기술은 선행국 60% 수준으로 추정된다. △부지평가 △처분시스템 △안전성 평가 △URL 등 실증·실현 △운영·폐쇄 등 필요한 5가지 기술 중 영구처분시설 건설·운영의 핵심인 △한국형 처분시스템 개발 △안전성 평가 기술 △실증·시현 기술 분야 기술이 미흡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정부 관계자는 "역대 정권이 이런 복잡한 문제를 두고 국민적 합의를 수십 년 간 미뤄오다가 문재인 대통령이 결국 모든 책임을 지고 탈원전을 시작한 계기가 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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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권혜민 기자 aevin5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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