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차 수출규제도 임박..전자업계, 품목 확대 대비 비상

구교형 기자 2019. 7. 30.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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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반도체 웨이퍼·평판디스플레이 등 재고 확보로 분주
ㆍ새 타깃 거론 전기차·화학정밀기계 업종도 자구책 마련
ㆍ한국, 지난해 세계 전자산업 생산액 3위로 일본 제쳐

반도체·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일본의 한국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임박함에 따라 수출규제 대상 품목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고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회사별로 사내에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시나리오별 대응방안을 마련하는 한편 재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가 미래 유망산업으로 육성 중인 수소·전기차나 일본 의존도가 높은 화학·정밀기계 분야가 일본의 새로운 타깃으로 거론되면서 관련 기업들도 자구책 수립에 나섰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30일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본의 추가 규제 리스트에 어떤 품목이 포함될지 모르지만 예상 품목을 추려 최대한 재고를 확보하고 대체 공급처를 알아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먼저 규제 선상에 오른 제품보다 임팩트는 약하겠지만 규제 품목 수가 크게 늘어날 수 있다”면서 “협력업체에서 수입을 담당하는 제품도 있어 단순히 우리 것만 챙길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이르면 다음달 2일 각의(국무회의)를 열고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처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되면 일본이 수출을 통제하는 품목을 일본 업체가 한국에 수출할 때마다 건건이 경제산업성 승인을 받아야 한다. 추가 규제가 예상되는 핵심 품목으로는 반도체 필수재료인 웨이퍼와 평판디스플레이 제조용 기계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들 품목은 수출규제 시 한국 주력산업에 타격을 입히면서도 일본의 피해는 최소화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전규연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일본이 추가로 규제를 강화한다면 대일본 수입금액이 높고 일본산 대체 가능성이 낮은, 그리고 일본 입장에서 수출국 행선지가 고루 분배된 품목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 4일 선제적으로 규제 대상이 된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와 포토레지스트(감광액),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도 이 같은 조건을 충족한다.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일본에서 들여오는 중간재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 전자업계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특히 추가 규제로 전체 수출의 20%를 차지하는 반도체 산업이 흔들릴 경우 부담이 커지게 된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에서 발간한 ‘세계 전자산업 주요국 생산동향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전자산업 생산액은 1711억100만달러(약 202조7000억원)로 집계됐다. 전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8%로, 중국(37.0%)과 미국(12.6%)에 이어 3번째다. 5년 전보다 53.3% 늘어난 수치로 순위도 일본을 제치고 한 계단 올라섰다.

한국은 세계 전자업계에서 입지가 공고하지만 반도체 의존도가 높아 외부 충격에 취약하다. 전체 전자산업 생산에서 전자부품 비중은 77.3%다. 업계에서는 세계 2위 D램 업체인 SK하이닉스가 최근 D램 감산 계획을 공식화한 데 이어 1위 삼성전자도 사실상 감산을 뜻하는 전환투자 계획을 발표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경기 화성 D램 생산라인을 공장 구조가 유사해 장비 전환배치가 가능한 이미지센서 생산라인으로 교체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일본 정부도 규제 대상 품목이 늘어날수록 자국 기업의 손해가 커지는 점은 부담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웨이퍼의 경우 일본산 비중이 70%에 육박하지만 국내산으로 대체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한편 규제 품목을 예단하기 어려운 일본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의 궁박한 사정을 노리고 일부 공급업체에서 가격협상을 시도하는 사례도 생기고 있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기존에 구매하지 않던 품목에 관심을 보이자 공급업체 주도로 가격을 올리는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전했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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