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산 케이블카'는 누구 것인가? [정창수의 '나라살림을 제대로 바꾸는 법']

2019. 7. 31.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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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산뿐 아니라 전국의 케이블카는 대부분 일반 사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이들 업체는 수십 년간 공공자산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법적 의무는 지지 않고 있다.

7월 12일 사고로 운행이 중단된 서울 중구 남산 케이블카 매표소 모습./연합뉴스

남산 하면 대표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케이블카다. 남산 케이블카는 7월 12일 승강장 충돌사건을 계기로 뉴스의 중심에 서게 됐다. 남산 케이블카는 누가 운영하는가? 2015년 서울시의회 자료를 보면 남산 케이블카를 이용하는 시민 다수(59.2%)는 현 남산 케이블카의 소유·운영 주체를 공공기관(서울시, 관광공사 등)으로 인식하고 있다. 또한 이용객의 대다수(95.2%)는 남산 케이블카 운영 주체로 민간사업자보다는 공공기관이 적합하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남산뿐 아니라 전국의 케이블카는 대부분 일반 사기업이 운영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남산 케이블카 운영업체는 한국삭도공업이다. 케이블카는 공식적으로는 여객 전용의 가공삭도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전국에 삭도업체는 52개이며 24곳의 관광용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다. 1962년 국내 첫 여객용 케이블카로 도입된 남산의 케이블카가 시초다. 이후 금정산(1966년), 설악산(1971년), 금오산(1974년) 등에 들어섰다.

문제는 케이블카 운영에 특혜 논란이 있다는 점이다. 이들 업체는 수십 년간 공공자산을 이용해 막대한 수익을 거두고 있으면서도 이에 상응하는 법적 의무는 지지 않고 있다. 운행기간에 제한이 없다는 점이 결정적이다. 남산 케이블카와 설악산의 명소 권금성 케이블카의 한 해 이용객 수가 각각 100만명, 70만명이 넘는다. 하지만 두 곳 모두 개인이 군사정권 시절 사업권을 받아 소유하고 있고 사업기간도 사실상 영구적이다.

남산 케이블카는 5·16 군사정변 직후인 1961년 대한제분 사장이었던 고(故) 한석진씨가 허가를 받아 이듬해 운행을 시작한 후 57년째 한씨 일가의 소유다. 주식의 99% 이상을 가지고 있다. 설악산 케이블카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고 한병기씨가 1970년 사업권을 획득해 운행을 시작한 지 48년째 지분(주식 80%)이 대물림되고 있다. 이런 사실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논란이 되기도 했다.

그런데 이들은 상응하는 법적 의무는 거의 지지 않는다. 지난해 남산 케이블카는 130억원 매출에 52억원의 영업이익을, 설악산 케이블카는 57억여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린 것으로 되어 있다. 서울시는 2013년 남산 케이블에 승강장까지 올라가는 ‘남산 오르미 에스컬레이터’를 23억원을 들여 설치해주기도 했다.

현행법상 궤도사업(케이블카 포함)은 관할 지방자치단체의 허가·승인 등을 받게 돼 있으나 허가 연한에 대한 제한 규정은 별도로 존재하지 않는다. 국립공원에 시설물을 설치하거나 공원 일부를 점용 혹은 사용할 때 비용을 부담하는 등 전반적 관리는 ‘자연공원법’에 의해 이뤄지지만 이 법은 남산과 권금성 케이블카가 생긴 지 한참 후인 1980년이 되어서야 만들어졌다.

따라서 영구적으로 허가받았던 ‘봉이 김선달식’ 사업의 부당성을 시정하기 위해서는 사업기간을 규정하는 등 궤도운송법령을 개정하거나 특별법을 제정해서라도 과거 허가받았던 영구독점영업권을 제한해야 한다. 실제 2018년 말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은 사업기간을 30년으로 제한하고 연장도 1회로 제한하는 개정안을 제출했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 계류 중이다.

다수의 무관심과 특혜가 없어지기를 바라지 않는 강력한 소수 때문에 ‘봉이 김선달’은 오늘도 공공의 재산으로 그들의 부를 불리고 있는 셈이다. 공공의 영역인 남산 위의 케이블카는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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