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에도 돈 몰린다..K바이오 1兆 투자시대

박상익/임유 2019. 7. 31.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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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반기 벤처캐피털 투자 5233억
"성장성 크고 기술력도 높다"
벤처 투자 28%가 바이오에
처음으로 ICT 분야 '추월'
바이오마커 기반 항암제 개발업체인 웰마커바이오 연구원들이 서울 문정동 본사 연구실에서 신약 실험을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벤처캐피털로부터 18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웰마커바이오 제공


바이오헬스산업으로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검찰 수사, 코오롱생명과학의 유전자치료제 인보사 허가 취소, 에이치엘비의 미국 임상시험 실패 등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벤처캐피털 등의 바이오헬스 투자는 사상 최대 행진을 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등으로 바이오헬스산업의 전망이 밝은 데다 국내 바이오벤처기업의 기술력이 조명받으면서다. 

31일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벤처캐피털의 바이오헬스 투자액은 5233억원이었다. 벤처캐피털 전체 투자액 1조8996억원의 27.5%를 차지했다. 제조 및 서비스 부문을 합쳐 4672억원이 투자된 정보통신기술(ICT) 분야보다 500억원 이상을 더 끌어모았다. 바이오헬스가 ICT 분야를 앞지른 것은 반기 기준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바이오헬스 분야 투자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4127억원)에 비해서도 26.8%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올해 전체로는 1조원을 무난히 넘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제약바이오기업의 펀드 결성도 늘고 있다. 메디톡스는 최근 300억원 규모의 메디톡스투자조합1호를 결성해 초기 단계 바이오기업 물색에 나섰다. 부광약품은 국내외 바이오기업 투자로 약 1400억원을 벌었다. 광동제약도 200억원을 조성해 바이오 투자에 나섰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여러 악재가 불거졌지만 바이오벤처들의 잇단 기술수출로 가능성을 보여주는 등 투자자들에게는 여전히 바이오가 다른 산업보다 매력적인 분야”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바이오헬스 주가 하락 등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주요 제약·바이오주로 구성된 KRX300헬스케어지수는 올 들어 27.3%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메지온, 헬릭스미스, 신라젠 등 대표 바이오기업의 임상 결과가 올 하반기 바이오벤처 투자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R&D 초기부터 100억 넘는 '뭉칫돈'
'통 커진' 바이오벤처 투자

바이오헬스산업이 국내 벤처캐피털업계의 투자 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유망 바이오벤처 창업이 잇따르는 데다 미래 성장산업으로 주목받으면서 벤처캐피털의 투자도 몰리면서다. 초대형 악재가 연이어 터지고 있지만 아랑곳하지 않는 분위기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검찰 수사,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의 허가 취소, 한미약품 기술수출 철회, 에이치엘비의 미국 임상 실패 등으로 바이오 주가는 급락한 것과 대조적이다.

유망 바이오에 100억원 넘는 뭉칫돈

벤처캐피탈협회가 집계한 국내 벤처캐피털의 상반기 바이오헬스 투자금액은 5233억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127억원에 비해 26.8% 늘어난 것이다. 이 때문에 올해 바이오헬스 분야 벤처캐피털 투자액이 처음으로 1조원을 웃돌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기업별 투자 유치 규모도 급증하고 있다. 올 상반기 100억원 이상 투자 유치한 바이오헬스기업은 10곳이 넘는다. 퇴행성 뇌신경질환 신약 개발업체인 디앤디파마텍은 지난 4월 1400억원의 투자를 받았다. 지난해 말 2500억원을 유치한 제넥신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금액이다. 면역세포 치료제로 희귀 난치성 질환에 도전하고 있는 바이젠셀(200억원),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에 1조5000억원대의 기술수출을 성사시킨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340억원), 희귀질환 신약을 개발 중인 티움바이오(400억원), 장내 유익균인 마이크로바이옴 기반 신약 개발업체인 지놈앤컴퍼니(312억원), 항암제 개발업체 진메디신(165억원) 등도 거액의 투자를 받았다. 바이오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인 뉴라클제네틱스, 웰마커바이오, 제놉시, 하플사이언스, 란드바이오사이언스 등도 100억원 넘는 자금을 조달했다. 황만순 한국투자파트너스 상무는 “2~3년 전만 하더라도 창업 초기 바이오 벤처의 투자 유치금액이 20억원 안팎이었으나 최근에는 100억원을 넘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바이오 투자 1조원 넘을 듯

바이오헬스 분야로 벤처투자자금이 몰리는 것은 국내 바이오산업의 성장 잠재력이 여전하고 글로벌 경쟁력이 높아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정부가 지난 5월 충북 오송에서 바이오헬스 국가비전 선포식을 열고 바이오헬스 분야 정부 연구개발(R&D) 연간 투자 규모를 현재 2조9000억원에서 2025년까지 4조원 이상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지원을 확대하는 것도 분위기를 띄우고 있다.

바이오벤처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조성된 펀드 규모는 4조80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16년 3조6000억원에 비해 2년 만에 1조원 이상 늘어난 것이다.

바이오벤처 기업이 꾸준히 늘어나면서 단계별 투자 유치 금액 규모가 커지는 것도 전체 투자액이 늘어난 배경이다. 지난해 한국바이오협회에 새로 가입한 회원사는 24개(상반기 13개)였으나 올해는 상반기에만 33개를 기록했다. 김대희 한국벤처캐피탈협회 경영기획실장은 “바이오기업 상장이 늘면서 투자금 회수에 성공한 공공 및 민간 자본이 신규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오 기술수출도 꾸준하다. 유한양행이 올해 두 건의 기술수출을 성사시켰고, 티움바이오 브릿지바이오 등도 다국적제약사 등에 기술을 이전했다. 황 상무는 “바이오업계에 대한 시장의 긍정적인 평가와 바이오 펀드 증가라는 요소들이 작용하며 바이오 투자 붐이 계속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벤처에 자금이 몰리면서 최고경영자(CEO), 최고재무책임자(CFO), 최고기술책임자(CTO) 세 명이 모여 간판만 걸어도 100억원은 모을 수 있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온다”고 했다.

대규모 자금 투입이 R&D 촉진

바이오 투자 붐은 R&D 촉진이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오고 있다.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는 “바이오벤처에 자금이 부족하면 R&D 속도가 더딜 수밖에 없어 초기부터 필요한 인적·물적 자원을 확보해야 글로벌 기업과 속도전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최근 바이오 주가가 급락하는 등 주변 환경이 나빠지고 있어서다. 이승호 데일리파트너스 대표는 “바이오 악재 속에서도 성장성을 갖춘 바이오 벤처들이 계속 창업하는 분위기”라며 “긍정적인 요인과 부정적인 요인이 혼재된 만큼 바이오기업에 대한 정확한 가치 판단이 중요해졌다”고 진단했다.

박상익/임유 기자 dir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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