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어디로? 최소한의 노력도 안 한 두 방송사
[박진솔]
최근 대북 관련 보도 중 외신을 인용하면서 지나치게 경솔하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 보도가 있었습니다. 하나는 북 미사일 발사와 관련한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인용한 <TV조선>이고, 또 다른 하나는 김정은 북한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는 도쿄신문의 보도를 인용한 <YTN>입니다. 두 방송사 모두 외신을 앵무새처럼 전하기만 했습니다. 교차검증을 위한 확인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하나하나 살펴보겠습니다.
▲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인용한 TV조선(7/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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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6일, TV조선은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를 인용하며 북한 핵무기에 대한 우려를 표했습니다. TV조선 <"北, 싱가포르 회담 뒤 핵무기 12개 더 제조">(7/26 신준명 기자)에서 신동욱 앵커는 "이 미사일에 북한이 핵탄두를 장착할 경우 전 세계적인 걱정거리가 될 것임에 틀림없습니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북한이 핵무기 12개 분량의 핵물질을 생산했을 거라고 보도했습니다. 남북대화, 미북 대화의 와중에도 북한이 핵, 미사일 개발을 늦추지 않았다는 사실이 분명한 것 같습니다"라고 전했습니다.
▲ 북한이 12기의 핵무기를 추가로 생산했다는 사실이 부정확해 삭제했다고 밝힌 WSJ(7/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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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조선의 보도는 7월 26일에 나왔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앞선 보도에서 문제 부분을 삭제하고 이를 알린 것은 다음 날인 27일이었습니다. 애초 외신을 보도하면서 교차검증 및 분석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신봉하고 옮겨주는 것도 문제적 태도지만,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를 삭제한 이후에도 TV조선은 정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북한 내부 문서? 진위 여부 파악 않고 보도한 YTN
비슷한 일이 YTN에서도 있었습니다. YTN은 <北 문서 "미제가 있는 한 제재 해제 없어">(7/28 박희천 기자)에서 일본 도쿄신문의 보도 내용을 전했습니다.
도쿄신문의 기사는 연합뉴스에서 먼저 보도했습니다. 28일 오후 12시 쯤 연합뉴스는 <北 작년 11월 내부문서에 "미제가 있는 한 제재해제 있을 수 없어">에서 '2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시와 북한 노동당의 지침을 치안기관에 주지시키는 내용의 북한 내부 문서를 입수했다'는 도쿄신문의 보도를 전했습니다. 도쿄신문은 해당 문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트럼프 놈'이라고 표현" "(문 대통령이 북측 송이버섯 선물에 대한 답례로 보낸 귤에 대해) '괴뢰가 보내온 귤은 전리품이다'라고 표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 도쿄신문발 ‘북한 문건’ 방송사 저녁종합뉴스 보도여부(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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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YTN은 저녁종합뉴스에 보도를 내놨습니다. 기사 제목도 <北 문서 "미제가 있는 한 제재 해제 없어">라고 해서, 도쿄신문의 일방적 보도내용일 뿐이라는 인상도 주지 않습니다. 특히 관련 정부 부처인 통일부나 국정원에 문서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는 최소한의 노력도 하지 않았습니다.
▲ 도쿄신문 보도 검증 없이 받아쓰기한 YTN(7/2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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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문건에 등장하는 '트럼프 놈'이라는 표현도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 내부 문건에서 자취를 감춘 표현" "드러난 자료로만 보면 신문 보도가 가짜뉴스일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결론 지었습니다.
YTN 패널의 따끔한 지적
7월 29일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YTN <뉴스N이슈>의 <이슈 인사이드/ 7월 '반쪽' 국회... 野 "글로벌 호구" 비판>(7/29 대담)에 출연해 도쿄신문 보도를 인용한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비판하는 발언을 했습니다. 이 발언은 검증 없이 도쿄신문의 내용을 받아 쓴 YTN에도 해당되는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북한 관련 뉴스, 도쿄신문에서 보도한 그런 부분도 있는데 우리가 여러 차례 봤지만 북한 관련 뉴스는 어디에서 나오든 간에 어디에서 얼마나 믿어야 하는지 잘 어려운 부분이에요, 그 부분들이. 그걸 그냥 인용했다고 하는 것은 그것도 역시 그야말로 설득력이 부족한 그런 부분이 아닌가 싶어요."
* 모니터 기간과 대상 : 2019년 7월 23일~29일 KBS <뉴스9>, MBC <뉴스데스크>, SBS <8뉴스>, JTBC <뉴스룸>(1,2부), TV조선 <종합뉴스9>(평일)/<종합뉴스7>(주말), 채널A <뉴스A>, MBN <뉴스8>, YTN <뉴스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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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민주언론시민연합 홈페이지(www.ccdm.or.kr), 미디어오늘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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