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일본, 한국 신뢰 못한다는데 군사 정보 공유하나" 커지는 지소미아 파기론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본 경제 침략 관련 비상 대책 연석회의에 참석해 모두발언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일 일본의 화이트(수출 심사 우대) 국가 배제 조치에 여권은 비상시국을 선언하고 대책 마련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더불어민주당은 오전 11시 ‘일본 경제침략 관련 비상대책 연석회의’를 개최해 일본에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이해찬 대표는 “일본이 우리 수출품목이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다고 하면서 마치 우리의 품목이 전략물자로 유출된 것 같은 표현까지 했다”며 “기어코 경제전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국과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는 표현은 심각한 얘기다”라고 말했다.

앞서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일본 경제산업상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지난달 12일 (과장급) 설명회가 일방적 협의 자리였다고 주장하는 등 합의에 반한 발표를 했다”며 “지금으로선 한국과 만나도 또 다른 얘기를 할 위험성이 있다. 지난 설명회 내용에 대해 한국 측이 제대로 된 정정을 해야 실무차원에서 설명을 계속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당분간 양국 간 공식 대화에 나설 의지가 없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 대표는 “우리가 해마다 200억불 이상 적자를 보는 그런 경제관계를 해왔는데 신뢰할 수 없다는 태도를 보이는 안하무인한 일본의 조치에 대해서는 정말로 분노를 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저는 이번 시국이 굉장히 엄중하고 어려운 관계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비장한 각오로 맞이해야 한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왼쪽)와 이인영 원내대표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일본 경제 침략 관련 비상 대책 연석회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가운데는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별위원장. 김경록 기자

민주당 내에선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재검토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 대표는 “일본이 한국을 믿을 수 없는 그런 이웃 나라로 규정한 이상 우리도 일본을 믿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며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양국의 신뢰를 바탕으로 각기 갖고 있는 한반도 중심 정보를 서로 공유하는 것인데 한국을 신뢰할 수 없다고 하면 군사 정보도 제공하지 못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협정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다시금 든다”고 말했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한·일 간 안보 공조를 부정하는 것 같은 무책임 언급에 심각한 염려가 든다”며 “지소미아에 대한 실천적 유의미성에 대해 우리 당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고 경고한다”고 말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장인 정성호 민주당 의원도 이날 페이스북에 “한국을 우방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일본과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은 즉각 파기해야 한다”고 썼다.

최재성 일본경제침략대책특위 위원장은 “아베 총리가 한반도의 평화를 저지하고 패권 국가로 가기 위한 야욕을 스스로 드러냈다. 왜 아베 한 사람 때문에 양국의 국민과 기업이 고통받아야 하느냐“며 “일본의 자세 변화가 없는 한 일체의 대응과 접촉을 정치권이든 정부든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은 오는 4일 고위 당·정·청협의회를 열어 구체적 대책을 논의하고 발표할 예정이다. 이 대표와 이낙연 국무총리,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 등이 참석한다.

김경희·ㆍ하준호 기자 amator@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