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아, 일산 대통령?"..수도권 총선판, 부동산이 흔들까

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2019. 8. 3. 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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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 신도시' 반발여론 지렛대, 野 '험지' 공략
김현미 VS 김현아, 일산에서 氣싸움 돌입
바람 타는 수도권..부동산風, 與野 중 어디로 불까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왼쪽)과 김현아 자유한국당 의원(오른쪽). (사진=자료사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격전지 수도권에선 어떤 이슈가 먹혀들까.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기준으로 서울·경기·인천 지역은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범(凡)여권의 성지처럼 돼 버렸다. 하지만 매번 바람을 타는 것이 수도권 선거의 기본이다. 어느 쪽으로 유리한 기류가 형성될지 미리 예단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정부가 야심차게 발표한 '3기 신도시' 지정에 대한 지역 여론도 여야 중 어느 편의 손을 들어줄지 아직 알 수 없다. 정부 여당이 개발 호재를 던진 반작용으로 야권은 재개발에 대한 찬반 여론이 갈라진 틈새를 공략 중이다.

수도권 부동산 정책의 단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일산(고양·파주 일대)에선 신도시 정책의 성안자인 김현미(민주당) 국토부 장관에게 한국당 김현아(초선·비례대표)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어 대결의 추이가 주목된다.

3기 신도시 철회 일산대책위 등이 한 달 이상 지내고 있는 천막농성장. (사진=3기 신도시 철회 일산대책위 제공)
◇ 김현아 유튜브 절반 이상이 '신도시'

"일산에선 김현아가 대통령입니다. 3기 신도시를 문재인 대통령이 한 거니까 거기에 대응하려면 김현아를 띄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경기 고양 일산동구청 앞에서 43일째 천막농성 중인 '3기 신도시 철회 일산대책위' 진현국 공동대표는 최근 CBS노컷뉴스 취재진과 만나 이처럼 말했다.

진 대표는 나아가 한국당이 내년 4월 총선에서 김 의원을 일산 지역에 전략공천 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건설경제연구실장을 지내는 등 당내 '부동산통'으로 꼽히는 김 의원이 '3기 신도시 철회'를 외치는 지역 여론을 담아내기에 적임자라는 것이다.

물론 서울 출신 초선 비례대표인 김 의원은 일산에 전혀 연고가 없다. 그러나 올 초 서울 강남을 당협위원장 공개 오디션에 지원했다가 고배를 마신 뒤 지역구를 확정하지 못한 터라 지역민들의 이같은 제안이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김 의원은 이 지역 출마를 아직 공식화하진 않았지만, 최근 관련 이슈에 적극 대응해 군불을 때는 분위기다. 지난 6월 말부터 최근까지 자신의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 23개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건이 '3기 신도시'와 관련한 주제였다는 사실이 이를 나타낸다.

특히 지난 6월 말에 게시한 영상에서는 일산이 분당보다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높아 재산세 등을 과도하게 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른바 '홀대론'을 제기해 고양정 현역 의원인 김현미 국토부장관과 지역 주민 사이 틈을 벌리려는 전략이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랐다.

국토부 측은 "통계적으로 잘못된 방식이 사용된 명백한 오류"라며 이례적으로 적극 반박했다. 여기에 김 의원이 "추가 자료를 공개해 제대로 따져보자"고 맞받아치면서 긴장감을 높였다.

이런 논박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드러난 게 바로 지난달 10일 국회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있었던 '기 싸움'이었다. 당시 김 의원이 김 장관에게 "내년 총선에 나가느냐"고 물었고, 김 장관은 "나갈 계획이다. 김 의원께서도 (제 지역구에서) 많이 다니시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응수해 미묘한 신경전을 노출했다.

이후 엿새 뒤 김 의원은 실제로 한 지역 언론이 일산에서 주최한 '3기 신도시' 관련 토론회에 모습을 드러낸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일산을 비롯한 경기 남양주·하남·동탄·운정, 그리고 인천 검단 등 수도권 기존 신도시 주민들은 이번에 너무 상실감이 큰데도 지역구 의원이나 시민단체·전문가의 관심에 멀어져 있다"면서 "이분들의 얘기를 듣는 게 부동산 전문가 비례대표로 당에 들어온 저의 원래 역할"이라고 말했다.

◇ 부동산 띄우는 한국당…신중론도 제기

한국당 당 차원에서도 차제에 부동산 이슈를 적극적으로 띄우는 분위기다. 일산에서 이 문제를 파고드는 데 성과를 거둔다면 여권 지지세가 비교적 강한 수도권 다른 지역을 흔들 만한 '무기'가 확보된다는 계산에서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일 김현아 의원과 한반도선진화재단이 주최한 토론회에 참석해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의 무분별한 3기 신도시 정책을 저지하고 보다 살기 좋은 1·2기 신도시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황교안 대표도 서면 축사를 통해 "기존 신도시 상황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않고 무분별하게 정책을 남발한 결과 그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 몫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정책 수정을 요구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일산 킨텍스에서 긴급 현장토론회를 개최하기도 했다. 국회가 아닌 곳에서 당 차원의 정책토론회를 연 건 이례적이다.

다만 집값 문제는 지역구 내에서도 입지나 소유여부 등을 기준으로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만큼, 김 장관과 각을 세우는 데 집중하기보다는 차분하게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당내에서 나온다.

조대원 고양정 당협위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무턱대고 3기 신도시 철회만 외치면 당장은 선명하게 들릴 수 있지만 그럴 경우 집주인과 세입자 간 갈등이 생길 우려가 있다"며 "차라리 GTX 조기착공이나 지하철역 신설 등 김 장관이 앞서 공약했던 것들을 차분하게 따져 물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대원 고양정 당협위원장.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김현미 측 "일산 폭망? 어불성설"

반면 김 장관이나 더불어민주당 측에서는 아직까지 크게 염려하지 않는 분위기가 읽힌다. 김 장관의 지역 지지기반이나 당 조직이 워낙 탄탄해 외지인이 파고들 틈이 별로 넓지 않다는 것이다.

총선까지 아직 8개월이나 남은 상황이기 때문에 부동산이라는 단일 이슈만으로 민심을 예단하긴 어렵다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 특히 수도권은 선거에서 '바람을 많이 타는' 지역이므로 직전까지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여권에서는 지금 일산 등 기존 신도시 일부 주민들이 문재인 정부와 김현미 장관 등에게 쏟아내는 분노가 총선까지 이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만간 대도시권 광역교통망 기획안 발표를 시작으로 관련 대책이 가시화하면 상황이 반전될 수 있다는 얘기다. 지역개발을 책임지는 현직 국토부장관으로서 3기 신도시 지정 과정에 '총대'를 멘 탓에 여론이 악화했지만 역설적으로 그 힘이 다시 여론을 결집할 것이란 계산도 읽힌다.

실제 김 장관도 대정부질문에서 "8월에 대도시권 광역교통망에 대한 기획안을 발표할 것"이라며 "광역교통만 기획안에는 자유로에서부터 강변북로를 지나는 대심도(大深度·지표 기준 40m 이상 깊이의 공간) 고속도로 계획안이 포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아울러 일부 주민들이 한국당을, 혹은 김현아 의원을 지지한다고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도 결국 속내는 교통망 확충 등 지역 이슈에 협상력을 높이려는 것이고, 때가 되면 원래 성향대로 회귀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기 신도시 영향을 받는 고양-파주 지역은 지난 20대 선거에서도 여권이 싹쓸이한 곳이다. 고양갑 심상정 정의당 대표를 제외하고는 고양을 정재호, 고양병 유은혜, 고양정 김현미, 파주갑 윤후덕, 파주을 박정 의원 등 모두 더불어민주당이 의석을 차지하고 있다.

일산이 전통적인 여권 텃밭인 반면, 파주 지역의 경우 접경지역이라 대대로 야권이 유리했다.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논박이 여야 간 재대결의 승패를 어떻게 가를지 주목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김 장관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현직 장관으로서 정책 추진의 선봉에 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1, 2기 신도시와 3기 신도시가 공존할 수 있다는 확신과 계획이 있다"며 교통난 해결과 각종 인프라 구축을 복안으로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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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광일 기자] ogeera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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