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일문일답] "누리양 업고 내려올 때 의식 잃을까봐 계속 다독였다"

최동순 2019. 8. 3.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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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은누리양 구조의 일등공신 육군 32사단 박상진 상사

조은누리양이 구조된 다음날인 3일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박상진(오른쪽) 상사와 김재현(왼쪽) 일병, 군견 ‘달관’이가 세종 금남면에 위치한 부대 내 군견 막사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세종=최동순 기자

충북 청주시의 한 야산에서 실종됐던 조은누리(14)양을 최초로 발견해 구조한 것은 육군 32사단 기동대대 소속 군견 ‘달관'이와 박상진(44) 상사, 그리고 군견병인 김재현(22) 일병이었다. 박 상사는 3일 오후 세종시 금남면에 위치한 부대 내에서 기자들과 만나 긴박했던 당시의 상황을 전했다. 그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며 “함께 땀을 흘려준 동료 전우들, 경찰관과 소방관, 지자체 관계자 분들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선 소감 한 말씀 부탁 드린다.

“그 동안 저희 기동대대는 강한 팀워크와 체력을 바탕으로 지속적인 탐색ㆍ격멸 훈련을 통해 산악지역 수색의 전문성을 키워왔다. 이번 일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군인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 동안 국민 여러분 모두가 한마음으로 간절히 성원해주신 덕분에 조양을 찾을 수 있던 것 같다. 무엇보다 건강상태가 양호해 정말 다행이고 기쁘게 생각한다. 현장에서 함께 땀 흘려준 동료 전우들과 고생 많으셨던 경찰관, 소방관들,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 모두에게 공을 돌리고 싶다. 끝으로 저는 앞으로도 묵묵히 군 본연의 임무 완수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

-조은누리양 발견 당시 상황이 어떠했나.

“최초 산을 올라갈 때 정말 체력이 되는 저희로서도 올라가기 힘들었고, ‘과연 있을까’ 의심이 들었다. 그러던 와중에 계곡으로 사람이 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이동했고, 다행히 우리 군견이 사람의 냄새를 채취하고 보고동작을 실시했다. 그리고 그 아래서 누리양을 발견하게 됐는데, 상당히 지쳐서 실신해 바위 틈 사이 낙엽 속에 파묻힌 상태로 떨어져 있었다. 의식을 확인하기 위해서 ‘누리야! 누리야!’ 불렀을 때, ‘네’라고 대답을 해서 ‘살았구나’ 알게 됐다. 일단 너무 탈진이 됐기 때문에 물을 한 모금 먹이고, 다시 또 한 모금, 이렇게 짧게 세 모금을 먹였다. 그랬더니 눈 초점도 돌아오게 됐고, 군ㆍ경 카카오톡 창에 ‘누리 찼았다’고 올린 뒤 제가 엎고 내려오게 됐다. 내려 올 때마다, 누리양이 계속 실신해 쓰러지는 듯 몸이 치우치는 것을 느껴서, 그때마다 다시 누리를 앉히고 물을 먹이고, ‘누리야 엄마한테 가자’ ‘조금만 참아’ ‘힘내’ 하면서 계속 업고 내려왔다. 앞에서 군견병이 정말 험한 길, 앞 길을 뚫어줬다.”

-조은누리양이 바위 틈에 쓰러져 있었나.

“바위에 기댄 상태였다. 계곡에 기댄 상태로, 고개가 넘어가 있었다. 쪼그려 앉은 상태에서 실신해 옆으로 넘어갔다고 생각한다.”

-조은누리양이 낙엽을 덮고 있던 것인가.

“낙엽을 덮었다기 보다, 아이가 쪼그려 앉아 있다가 낙엽 속으로 조금씩 내려갔고, 바람에 의해 낙엽이 좌우 신체 일부를 덮게 됐다고 생각한다. 저희 수색 때도 낙엽이 쌓인 깊이가 1미터 정도였다.”

-내려오면서 주고받은 대화가 있나.

“누리양이 의식이 없어서, 의식이 없을 때 마다 내가 ‘누리야, 누리야, 집에 가자’ ‘엄마한테 가자’ 이야기를 했고, 그 때마다 정신을 차리면서 ‘네’라고 답했다. 다른 대화는 불가능했다. 쉴 때마다 생수 한 모금씩 먹여 모두 내려올 때까지 총 생수 5통 가량을 먹었다. 이제 혼자 맑게 생수를 먹을 수 있을 정도가 됐을 때 누리가 ‘지난 번에 여기 한번 왔던 곳인데’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래서 ‘이제 정신이 완전히 돌아왔구나’라고 느꼈다. 그리고 누리양 몸 하체 부분에도 상처가 많았고, 특히나 벌레, 이물질, 흙 같은 게 많아서 수건으로 다리나 손을 닦아줬다.”

-상의 벗어 누리를 덮어준 이유는.

“일단 너무 기진맥진, 탈진한 상태였다. 또 너무 겁을 먹은 상태였기 때문에, 조금 안정을 도모하고자 옷을 벗어서 입혀줬다.”

-누리가 있던 곳이 생존에 유리한 지형이었나.

“저희가 훈련했다면 충분히 은신할 수 있는 지형이었다. 큰 바위 아래 계곡이기 생존할 가망이 있었다고 본다. 그리고 입 주위에 흙이나 이물질이 많이 끼어 있었는데, 아마 생존하기 위해 지면에 있는 수분 흡수했지 않을까 생각한다.”

-가까운데 물은 없었나.

“없었다. 300~500 미터 정도 내려왔을 때 그곳에 물이 좀 흐르는 계곡이 있었고, 누리가 있던 곳은 다 마른 상태였다. 지면에만 습기가 올라온 상태였다.”

-조은누리양을 발견했을 때 기분이 어땠나.

“나에게도 고등학교 2학년 딸이 있다. 작전할 때부터 ‘찾아야지’ 했고, 정말 이 친구를 찾았을 때 솔직히 저도 울컥했고, 감동했다. ‘정말 살았을까’ 했는데, 누리가 ‘네’ 하며 답했을 때 너무 기뻤다. 너무나 감사 드리는 마음이다.”

-조은누리양을 발견하고 군견이 앉아 보고자세를 취했다고 했는데, 어떤 훈련으로 이게 가능한 것인가.

“군견은 매일 4시간씩 기본 훈련을 한다. 군견은 기본적으로 폭 800미터, 바람이 불면 1㎞까지 사람의 체취를 맡을 수 있다. 우리는 ‘대항군’을 운영해서 숨어있는 사람을 찾는 훈련을 해왔다. 군견이 냄새로 대항군을 찾아 보고동작하며 ‘뭔가 있다’ ‘찾았다’ 알려주면, 우리는 간식거리를 주고 군견을 격려하면서 보상을 한다. 군견은 이렇게 습성화가 돼 있어서 사람을 찾게 되면 자기에게 좋은 것이 온다고 인식한다. 우리는 이런 훈련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사람 찾으면 짖지 않고 보고동작을 하나.

“그렇다. 우리의 임무는 적을 찾는 것이기 때문에, 위치가 노출되지 않도록 보고동작만 취한다.”

세종=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mailto: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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