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정 정의당 대표 "정의당이 비례정당이라는 것은 편견" [인터뷰]

윤호우 선임기자 2019. 8. 3.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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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심상정 정의당 대표. / 김영민 기자

지난 7월 13일 정의당 대표에 당선된 심상정 의원은 당선 수락 연설에서 “이제 정의당은 정의당의 길을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내년 총선에서 민주당과 경쟁할 것이라는 ‘정의당의 길’이 궁금했다. 7월 30일 의원회관에서 심 대표를 만났다. 정의당 후보들이 지역구에서 힘든 싸움을 하지 않겠느냐는 예상에 대해 심 대표는 “오해와 편견”이라며 지역구 후보의 경쟁력을 강조했다. 심 대표는 “일반 유권자들이 정의당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없애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말했다.

-대표에 당선된 후에도 여러 행사가 많았다.

“오늘까지 취임한 지 보름이 되었다. 공교롭게 이 시기에 일본의 경제도발이라는 외교적 이슈가 커졌다. 당 내부적으로는 노회찬 대표 1주기가 겹쳤다. (보름이) 몇 달이나 된 것처럼 느껴진다.”

-이번 선거에서 당의 분위기는 어떠했나.

“대의원부터 대표까지 치열한 경선이 진행됐다. 지난 선거만 하더라도 대의원할 사람이 없고 도당 위원장할 사람이 없어 권해야 했다. 경선구도가 치열했다는 점은 그만큼 당의 미래에 대해 훨씬 더 큰 기대가 있다는 것이다.”

-당선 수락 연설에서 지역구도 많이 확보하겠다고 말했다.

“일반 유권자들이 정의당에 대해 갖고 있는 편견을 없애는 것이 내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정의당이 비례정당이라는 한계를 돌파하는 것이다. 이것이 개혁 추진이 가능한 국회를 만들고, 수구세력의 부활을 저지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뜻에 부합하는 것이다. 시민들을 잘 설득해야 한다.”

-하지만 지역구에서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많다.

“그것은 오해다. 바깥에서는 소수정당이 지역구에서 어떻게 이기느냐고 묻는다. 저야말로 진보정당이 만든 인물이다. 태내에서 성장한 인물이다. 충분히 이 당 안에서 지역구를 돌파할 수 있다. 지금 비례 현역의원들이 지역구에서 성적이 아주 좋게 나온다. 나는 이분들이 재선한다고 장담한다. 막연하게 ‘정의당은 비례정당’이라는 인식을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은 정의당 후보를 지역구에서 찍어주면 당선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다. 구체적으로 밝히기는 어렵지만 확고한 1등이 나오는 의원도 있다. 정의당에서는 ‘제2의 심상정·노회찬’이 성장하고 있다. 그때와 지역 민심은 달라졌다. 같은 값이면 정의당을 키워주는 것이 좋다는 민심이 작동한다고 본다.”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에서 최근 물러났다. 선거제 개혁법안은 결국 어떤 방향으로 갈 거라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것은 8월 말 의결이다. 일단 한국당을 포함해 선거제 개혁에 소극적인 사람들의 기대를 무력화시키는 것이 의미가 있다. 8월 말 (정개특위에서) 의결되면 12월에는 본회의로 갈 수 있다. 선거제도 개혁을 가로막으려는 사람은 늦춰지길 원할 것이다. 8월 말 의결이 이루어지면 한국당이 협상장에 들어와 기존 안을 완화시키기 위한 노력을 할 것이다. 그러다 보면 여야 4당 안보다는 후퇴된 형태로 처리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선거제도 개혁이 없던 것으로 되기는 어렵다.”

-의원정수 문제가 최대의 관건이 될 것 같다.

“기본적으로 한국당이 참여해서 합의처리되길 바란다. 지난해 12월의 여야 5당 합의 정도라면 재협상에 동의할 수 있다. 거기에는 의원정수를 10% 플러스 범위에서 검토한다는 내용이 있다.”

-경기 일산시가 신도시 문제로 떠들썩하다. 지역구인 고양시갑의 상황은 어떠한가.

“일산에서는 신도시 건설이 가장 큰 변수다. 3기 신도시를 추진하는 것이 맞느냐는 문제의식이 있다. 고양시와 서울 접경지역을 전부 콘크리트로 메우는 것이다. 베드타운식으로 되어 있다. 적어도 신도시와 인구 유입에 따른 교통·환경·복지, 이런 시민의 삶을 보장하는 보완책이 제대로 병행되어야 한다. 고양시를 보면 중·북부에는 철도 인프라가 아예 없다. 교통 격차, 삶의 질 격차가 매우 크다. 신도시 건설과 더불어 해소될 적극적인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본다. 고양갑 지역구는 일산이 아니라 덕양 쪽이다. 여기는 고양시 내의 격차에 대한 피해의식이 크다. 일산 내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창릉 신도시에 대한 찬반보다는 낙후되어 있는 덕양 지역에 철도를 포함한 격차가 해소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일산 쪽과는 차이가 있다.”

-지금 3선 의원이다. 어느 선거가 가장 힘들었나.

“18대 총선에서 낙선할 때다. 그 낙선을 통해서 현실정치의 진면목을 새롭게 공부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비례의원 때는 좋은 평가를 받았다. 그때 별명이 1등 국회의원이었다. 평가가 좋으면 당연히 당선될 것으로 봤는데 딴세상이었다. 19대 총선에서는 후보단일화를 했고 전국에서 최소 표차로 승리했다. 20대 총선에서는 당시 민주당에서 비워주겠다는 말도 했는데 ‘신경쓰지 말라, 경쟁하겠다’고 말했다. 유권자들이 수도권 최다 득표자로 만들어줬다. 정치하는 데 가장 큰 자산을 얻었다. 겉으로는 보수·진보가 치열하게 싸우고 거친 말들이 오가지만. 그 밑에 조금 더 들어가보면 소신 있고 능력 있는 정치인들에게는 진영을 떠나서 기꺼이 박수쳐줄 준비가 되어 있더라. 그게 좀 더 큰 정치를 꿈꾸게 된 바탕이다.”

-내년 총선 때 지역구 선거도 해야 하고, 다른 곳의 지원유세도 가야 한다. 예전에는 노회찬 전 대표가 나눠서 할 수 있었는데 혼자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

“뭐 이제…, 내가 다 감당해낼 수 있을까, 늘… 되돌아본다. 별다른 선택지가 없지 않나.”

이 대목에서 심 대표는 잠시 입을 닫았다. 그러고 나서 겨우 말을 이어나갔다.

“내년 총선으로 ‘소녀가장’ 노릇을 끝내려고 한다. 내 업보가 아닌가 생각한다. 진보정당에는 왜 노회찬·심상정뿐이냐. 차세대 리더를 왜 못키우느냐. 그 소임을 하기 위해서 내가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는 일이다. 후계자를 정해서 키울 일도 아니고 진보정치 황금세대를 만드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한·일 갈등으로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노동개혁, 재벌개혁이 주춤하고 규제완화 문제까지 한꺼번에 몰려온다. 경제가 어려운데 양보해야 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물론 그런 심리가 있겠지만, 문재인 정부가 결국 재벌 위주의 성장으로 회귀하는 것에 대한 우려와 걱정이 더 크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것이 민심이다. 재계와 보수언론이 민심을 과다 왜곡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약속하고 추진하려고 했던 소득주도성장·공정경제·혁신성장의 수행이 성공의 길이라고 본다. 뜻은 좋았지만 준비되지 않았고 기득권 세력들에게 결국은 포획되었다고 본다. 문재인 노믹스는 이미 실종되고 있다고 평가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수사에서 검찰의 구속영장이 두 번이나 기각됐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소재 공급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경제상황을 감안해야 한다는 일부의 목소리도 있다.

“그것이 재벌과 재벌을 지원하는 언론의 왜곡이라고 본다. 정의당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우리 기업이 건실하게 성장하기를 바란다. 다만 오너의 죄를 묻는다고 삼성이 망할 것이라는 생각은 재벌과 일부 언론의 선동이라고 본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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