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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삼국유사 16년간 숨긴 장물아비 실형

윤지원 기자 입력 2019.08.05. 06:00 수정 2019.08.05.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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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징역 4년에 문화재는 ‘몰수’
ㆍ어사 박문수 간찰 천여점도
ㆍ원소장자, 도난품 반환 위해 국가 상대로 민사소송 해야

서울지방경찰청 관계자가 2016년 4월21일 중랑구 지능범죄수사대에서 문화재 절도범으로부터 회수한 <삼국유사> ‘기이편’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삼국유사> 목판본과 어사 박문수 간찰 1000여점을 은닉한 60대 장물아비에게 실형이 선고됐다. 관련법에 따라 문화재는 몰수됐다. 원소장자가 문화재를 돌려받으려면 국가를 상대로 반환 소송을 제기해야 한다.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문화재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씨(67)의 항고를 기각하고 징역 4년을 선고한 원심을 지난 6월 확정했다. ㄱ씨가 숨긴 <삼국유사> ‘기이편’은 1394년 발간됐다. 현존 <삼국유사> 목판본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졌다.

박문수 간찰은 어사 박문수와 후손들이 주고받은 것으로 조선 영조 때 역사와 정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자료로 평가받았다.

재판부는 법에 따라 문화재를 모두 몰수 처리했다. 문화재보호법 92조 5항은 문화재를 절취하거나 은닉하면 몰수하도록 규정한다. 박문수 8대손 박용우씨는 “사유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법”이라며 “국가에 기증하더라도 소유자가 직접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미 박문수 묘소가 있는 천안시에 박문수 영정 2벌 등을 기탁하고 간찰 등 2350점을 기증 형식으로 제공했다. 목판본 원소장자 가족도 “민사 소송을 제기해야 해 황당한 상황”이라고 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 도난 피해자인 두 문화재 원소장자를 각각 적시했다.

<삼국유사> ‘기이편’ 목판본은 1999년 1월 도난됐다. 원소장자였던 대전의 한 교수 집에 남성 2명이 들어와 훔쳐갔다. 문화재 매매업자 ㄱ씨는 이듬해 1월 이를 손에 넣은 뒤 2015년 11월까지 은닉했다. 16년간 수차례 이사를 다니면서 붙박이장과 천장 사이 특수 수납공간을 만들거나 욕실 입구 천장을 뜯어 목판본을 숨겼다. ㄱ씨는 2012년 어사 박문수 간찰 712종 1072점을 취득해 2년 동안 <삼국유사> 목판본과 비슷한 수법으로 은닉했다.

ㄱ씨의 범죄는 2016년쯤 세상에 드러났다. 공소시효가 지났다고 판단한 ㄱ씨는 경매사이트에 경매가 3억5000만원에 <삼국유사> 목판본을 출품했다.

경찰은 도난 물품과 동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은닉이 끝난 시점부터 시효를 가산해 은닉죄로 검찰에 넘겼다.1심을 맡은 서울서부지법 형사11부(재판장 조병구 부장판사)는 실형을 선고하면서 “문화재를 경매사이트에 올려 사적 욕심을 채우려고 했고 과거에도 동종 범행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는 등 실형이 불가피하다”고 했다.

윤지원 기자 yjw@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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