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국제예술제 생명 다했다"..치명상 입은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
입력 2019. 08. 05. 11:39기사 도구 모음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올해 개막 사흘 만에 일부 전시를 강제로 중단하면서 치명상을 자초했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5일 연합뉴스에 "이러한 야만적인 행태는 현대미술은 물론, 세계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으로 일본 국민에게도 치욕적"이라면서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국제예술제로서 생명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공론의 장으로서 역할 무너져.."소란 피우면 중단한단 선례 남겨" 비판
(서울=연합뉴스) 정아란 기자 = 일본 최대 국제예술제인 아이치 트리엔날레가 올해 개막 사흘 만에 일부 전시를 강제로 중단하면서 치명상을 자초했다.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도요타로 대표되는 일본 자동차 산업의 중심인 아이치(愛知)현 나고야(名古屋)시가 예술을 통한 도시 혁신을 꾀하고자 마련했다.
2010년 시작해 올해 4회째인 트리엔날레는 세계 미술계에서 위상을 급속히 키워가던 차에, 이번 사태로 "전후 일본의 최대 검열"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비엔날레·트리엔날레는 동시대 미술의 흐름을 보여주는 차원을 넘어 다양한 정치·사회 현안을 다루고 새로운 담론을 만들어가는 국제적인 장이다. 지난 5월 개막한 베네치아비엔날레에 기후변화, 이민·이주 등을 다룬 작품이 대거 출품된 것이 이를 보여준다.
그러나 아이치 트리엔날레 측은 일본 정부 압박과 우익 세력 항의 끝에 기획전을 폐쇄, 전시 제목대로 "일본 스스로 '표현의 부자유'를 선언한"('소녀상'의 김운성 조각가) 셈이 됐다.
우리 정부 당국자는 5일 연합뉴스에 "이러한 야만적인 행태는 현대미술은 물론, 세계 역사를 후퇴시키는 것으로 일본 국민에게도 치욕적"이라면서 "아이치 트리엔날레는 국제예술제로서 생명을 다했다고 봐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지난 3일 전시장에서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에 응한 일본 매체 기자도 "공금(세금)을 왜 이렇게 불쾌한 전시에 쓰냐고들 항의하는데 불쾌한지 어떠한지 함께 보고 논의하려면 이러한 공공의 장이 오히려 필요한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문화예술인들은 친일·반일 프레임을 넘어, 가장 자유로워야 할 공론의 장에서 예술과 표현의 자유가 짓밟혔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본다.
아이치 트리엔날레 전시 현장을 이틀간 둘러본 국내 중견 기획자는 "트리엔날레 측이 '앗, 뜨거워' 하고 바로 물러난 것이나 다름없다"라면서 "안전 문제를 이유로 들었지만, 사실상 명백한 검열이라고 봐야 한다"라고 비판했다.
어떠한 사전 협의도 없이 전시 중단 통보를 받은 참여 작가들 반발도 거세다.
기획전에 참가한 일본 작가 나카가키 가쓰히사(中垣克久)는 도쿄신문 인터뷰에서 "민주주의 국가에서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라면서 "소란을 피우면 전시회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선례를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일로 전시를 닫도록 한 일본 정부를 겨눠야지, 일본 사회 전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식으로 안 된다는 게 중론이다.
지난 주말 지켜본 전시장에서도 진지하게 작품을 감상하거나 하는 일본인이 대다수였다. 지역 대학교수로 재직 중인 일본인 중년 남성은 이틀째 전시장을 찾아 둘러본 뒤 "기획전을 응원하기 위해 왔다"라고 말했다.
air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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