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역전쟁 화두 농산물.."트럼프, 수출불발 보고받자 바로 관세"(종합)

입력 2019.08.05.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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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앞 표밭관리 모드..보좌진 집단반대에도 中관세 관철
"中, 국유기업에 수입중단령"..백악관에선 '장기전 가자' 목소리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유세에서 성과로 내세울 수 있는 중국의 미국 농산물 수입확대 약속이 무역협상에서 도출되지 않자 바로 추가관세를 지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최근 열린 오하이오 유세 장면.[EPA=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김치연 기자 =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수입이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 격화 여부를 좌우할 새 화두로 떠올랐다.

대통령 선거를 앞둔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협상 초점이 애초 기치로 내세운 중국 산업·통상정책 개혁에서 표밭 관리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산 농산물의 중국 수출이 불발됐다는 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바로 대중 추가관세를 지시했다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백악관 참모진과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마치고 돌아온 협상단을 대통령 집무실에서 만났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협상단 대표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협상 경과를 보고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를 물리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오하이오 유세를 통해 농민들에게 무역협상의 결과로 최소한 미국산 농산물 수출 확대에 대한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냈다고 확언하기를 원했다고 WSJ은 설명했다.

작년부터 시작된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미국이 가장 큰 타격을 받는 곳으로는 농장지대가 거론된다.

중국이 대두(메주콩), 옥수수, 돼지고기 등 농축산물 수입을 축소함에 따라 농장지대 주민들은 판로를 잃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농장지대는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의 주요 표밭으로 중국이 무역보복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표적으로 삼은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은 내년 대통령 선거가 가까워지면서 부쩍 중국에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미국 텍사스대 중국 공공정책센터의 대표인 데이비드 파이어스타인은 최근 CNBC방송 인터뷰에서 대중국 관세가 농장지대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 때 누린 근소한 우위를 내년 대선에서는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고 관측했다.

재선 도전에 나서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표밭인 팜 벨트(농장지대)에 각별히 신경을 쏟고 있다. 사진은 백악관에서 취재진에 대중 추가관세 계획을 설명하는 트럼프 대통령.[AFP=연합뉴스 자료사진]

중국은 미국 농산물 수입의 전략적 의미를 아는 만큼 이를 이미 무역협상에서 카드로 활용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 정부가 국유기업들에 미국 농산물에 대한 수입을 중단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고 이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들은 이들 농업 기업이 미국산 농산물의 수입을 멈추고 무역협상이 어떻게 진전되는지 관망하고 있다고 상황을 전했다.

지난 1일 백악관 회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추가관세에 대한 참모들의 집단적 반대를 억누른 것으로 전해졌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찬동하는 관리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밖에 없었다고 보도했다.

므누신 장관과 라이트하이저 대표뿐만 아니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 래리 커들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믹 멀베이니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 대행 등도 추가관세안에 단호히 반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참모진에게 자신의 인내심이 약해졌으며 관세가 가장 좋은 방식의 지렛대라는 입장을 고수했다고 소식통들은 전했다.

추가관세에 반대하던 관리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두 시간 가까이 설전을 벌인 끝에 결국 대통령의 뜻을 따르기로 했다.

참모진은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 달 1일부터 3천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10% 관세 부과를 경고하는 트윗 초안 작성을 도왔다.

미국과 중국은 지난달 30∼31일 중국 상하이에서 고위급 무역협상을 벌였으나 9월 협상 재개만 약속한 채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역적자로 인해 미국 산업이 황폐화하고 일자리가 줄어든다고 보며 이를 해결할 수단으로 관세를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자신을 '관세맨'으로 부를 만큼 관세 그 자체에 강한 집착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정연주 제작] 일러스트

트럼프 대통령이 내년 대선 전까지 중국과 무역협상을 마무리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무역협상이 길어져도 미국 경제가 더 견고하기 때문에 협상 우위를 지킬 수 있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으로 해석되고 있다.

같은 맥락에서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때문에 대중 추가관세가 힘을 받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채드 보언 선임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연준이 자신의 무역정책에 부응하기 위해 금리를 낮췄다고 생각할 것"이라며 "금리인하로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관세 부과에 자신감을 얻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모진들은 중국과의 합의를 서두르지 않되 미국 경제와 향후 중국과의 관계를 고려해 추가관세는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전임 백악관 관리와 복수의 소식통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을 비롯한 참모진 일부가 중국과 무역 협상을 보류하고 캐나다·멕시코와의 무역협정 인준, 일본과 무역 협상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중국과 어떤 방식의 합의를 하든 의회 내 민주당 의원들이 너무 약하다고 공격할 가능성이 크고 관세 확전은 결국 경제에 방해물이 될 것이라며 현상 유지를 주장했다.

이번 대중 추가 관세에 유일하게 찬성한 것으로 알려진 나바로 국장은 이날 '폭스뉴스 선데이'에서 관세가 아닌 연준이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바로 국장은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무역 긴장을 탓하는 것이 역설적"이라며 "사실 파월 의장은 (작년에) 기준 금리를 1%포인트 올리고 양적 긴축 정책을 펼쳐 우리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낮춘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chic@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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