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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과 겹치는 산업 육성 안돼"..'야쓰기 안'에 담긴 일 속내

이호진 입력 2019. 08. 05. 20:56 수정 2019. 08. 05.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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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억달러 어디 쓸지 논의한 '한일협력위'..아베 외조부가 회장

방금 보신 리포트에서 생소한 단체가 등장합니다.

바로 한·일협력위원회라는 곳인데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 이후 일본의 8억달러를 어디에 쓸지 공식적으로 논의한 것이 '한·일각료회의'입니다.

그런데 포항제철 사례처럼 민감한 부분을 한·일 정재계 권력자들이 모여서 논의한 곳이 '한·일협력위원회'였습니다.

지금 보시는 것은 1968년 11월 한·일협력위원회를 만들기 위해 한국을 방문한 일본 대표단입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악수를 나누고 있는 인물이 한·일협력위원회의 초대 회장인 기시 노부스케 전 총리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외할아버지로 전쟁 당시 만주국 A급 전범으로 기소돼 실형을 살았던 인물이기도 합니다.

기시 전 총리가 이끌었던 협력위는 한국과 일본의 정치와 경제 문제에 깊숙이 개입했습니다.

취재진이 확인한 한·일협력위원회 문건에는 일본의 속내가 고스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기시 전 총리의 심복이었던 야쓰기 가즈오가 제시했던 경제협력방안, 일명 '야쓰기 시안'을 둘러싼 논의가 대표적입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은 중화학과 같이 일본과 겹치는 산업을 키우면 안 된다는 언급이 나오는 등 한국을 하청기지처럼 보는 시각이 담겨 있었습니다.

1970년 4월 2차 한·일협력위원회 총회를 앞두고 일본 측이 제시한 장기 경제협력방안, 일명 '야쓰기 안'입니다.

한국의 포항 남쪽 공업지역과 일본의 돗토리, 야마구치에서 기타큐슈, 오이타 일부 지역을 포함하는 한·일 협력 경제권을 만들자는 것입니다.

한국에서 관세를 면제해주는 보세 지역과 자유항을 늘리고, 일본 제품을 가공해주는 합작회사를 세우자는 것입니다.

일본의 기술력과 한국의 노동력을 결합시켜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시아 '유럽경제공동체'를 만들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도 나옵니다.

하지만 비슷한 시기 열린 일본 측 소위원회에선 우려들이 등장합니다.

한국이 중화학 공업에 주력하면 일본 산업과 경쟁이 우려된다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한국이 석유화학과 같이 기술, 자금이 들어가는 산업에 치중하는 것이 맞냐는 문제도 제기합니다.

당시 한국 측에서도 일본 산업의 하청자본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이 나왔습니다.

또, 일본은 중공업, 한국은 경공업이라는 식의 오래된 분업론을 그대로 적용시키면 안 된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언론에서도 "한국 경제를 일본의 하청계열화 체제로 몰아넣을 위험성이 있어 우리 나름의 방안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최영호/영산대 교수 (국제학연구소장) : 완제품 공장에 대해서 기초 소재를 대주는 일본의 중소기업들이 (한국 공장들과) 연루된 거죠. 하청하는 구조가 1970년대 중반 정도부터 형성됐다.]

[앵커]

저희 뉴스룸은 내일(6일)도 '원조'라는 이름으로 포장돼 온 일본 경제협력 기금 8억 달러에 대한 추적 보도를 이어가겠습니다. 내일은 일본의 전범과 전범 기업 임원으로 구성된 한·일협력위원회의 실체와 함께 이들이 우리 경제에 어떻게 영향을 미쳤는지 전해드리겠습니다.

(화면출처 : 국가기록원)
(영상디자인 : 오은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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