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내년 2월 반도체 3종 탈일본..日기업 '아베 파산' 맞을 것"

장정훈 입력 2019. 8. 6. 00:02 수정 2019. 8. 6.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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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 인터뷰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은 "삼성이나 SK가 이달 말이면 일본이 수출 규제한 핵심소재 3종에 대한 양산 테스트를 마무리할 것"이라며 "일본 공급사들이 되레 최대 수요처를 잃게 돼 경영상의 위협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이 지난 4일 한양대 연구실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우상조 기자

"내년 2월쯤이면 일본 기업은 공급 중단의 부메랑을 맞고 경영난에 봉착할 것이다. 이달 말이면 반도체 소재 3종의 대체 테스트가 끝나고, 순차적으로 '탈일본'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3종에 대한 수출 규제가 시작된 이후 한 달간 국내 업체의 준비상황을 지켜본 박재근 한국 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교수)의 분석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일본의 수출 규제 직후 반도체 양산 라인에서 고순도 불화수소(불산)와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를 테스트하며 탈일본에 착수했다.

박 회장은 "2일 일본 정부의 한국 화이트 리스트 배제로 반도체 업계는 다시 마스크 기판 등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며 "하지만 미리 확보한 재고와 싱가포르 등에서 대체재를 찾을 수 있어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라인 구축에 참여했고, 국내 소재·장비업체와의 포럼을 이끄는 등 현장을 꿰뚫고 있는 전문가다. 박 회장을 지난 4일 만났다.


8월 말이면 3개 핵심소재 대체 마무리돼

Q : 핵심 소재 3종의 테스트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
A : "시차는 있지만 두 회사 모두 이달 말쯤이면 테스트가 마무리된다고 한다. 우리가 세계 1등 반도체 국가가 된 건 지난 30여년간 숱한 위기를 극복한 결과다. 소재 공급 중단은 물론 커다란 위기다. 하지만 이보다 더 큰 위기도 모두 넘어왔다. 사실은 기업들이 일본의 수출 규제에 대비해 훨씬 전부터 재고를 확보하고 해외 공급망 물색에 나선 게 효과를 내고 있다고 본다."

Q : 고순도 불산을 구하는 게 쉽지 않다고 했는데
A :"불산(액체)은 중국에서 무수불산이나 저순도의 불산을 들여와 국내서 정제했다. 불산 가스(에칭 가스·고순도 불화수소)도 비슷한 방식으로 확보했다. D램이나 낸드플래시는 완제품 생산에 60~90일이 걸린다. 그래서 국내 업체는 시간 단축을 위해 단계별로 투입하는 방식의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불산이 들어가는 공정이 10번이라면 1~8번째는 일본서 들여온 재고분을, 10번째와 9번째는 새로 구한 불산을 투입하는 식이다. 이런 방식으로 이미 5~6단계까지 투입했는데 아무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불산 양산테스트와 동시에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필요한 만큼의 생산 시설도 9월쯤 구축된다.)
반도체 3종 소재 공급선 다변화 상황.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Q : EUV(극자외선)용 포토레지스트도 국산화가 진행중인가.
A : "어려운 게 사실이다. 특히 EUV용 포톨레지스트는 삼성전자의 7nm급 파운드리 사업이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칩 생산에 꼭 필요하다. SK하이닉스는 연구 단계다. 두 곳 모두 생산라인에서 아직 많이 쓰진 않는다. 두 회사 모두 수개월 치의 충분한 재고를 확보한 것으로 안다."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벨기에 등에서 6~10개월 치의 재고를 확보했고, T·D사 등 국내 업체의 국산화도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 중이다.)

Q : 플루오린 폴리이미드는 어떤가.
A : "반도체와는 직접 관련은 없고 갤럭시 폴드를 만들 때 필요하다. 일단 사용량이 많지 않고 국내 대체가 가능해졌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학회장은 "삼성이나 SK는 2개 국가 이상의 공급망을 확보해야 한다"며 "국내 소재업체 육성을 위해서는 정부는 지원하고 대기업은 일정량을 사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상조 기자


'탈 일본' 성공해도 독자 기술 확보는 1년 이상 걸려

Q : 그렇다면 3종의 소재를 일본에 더 의존하지 않아도 되나.
A : "반도체 생산 라인이 한두 번 더 돌아가는 내년 2월쯤부터는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본 소재를 안 써도 된다. 일본 업체는 일본 정부 때문에 이번에 글로벌 시장에서 신뢰를 상실했다. 앞으로 일본 업체는 글로벌 공급 체인에서 소외되고 최대 수요처를 잃게 돼 경영난에 봉착해 이른바 '아베(로 인한) 파산'이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불산이나 EUV용 포토레지스트는 기술 난이도가 높아 완전한 국산화까지는 1년 이상 소요된다. 자만할 때는 아니다. "

Q : 급한 불은 껐어도 화이트 리스트 배제 문제가 추가됐는데.
A : "반도체 쪽은 반도체 장비와 마스크 기판, 실리콘 웨이퍼 등이 문제가 될 수 있다. 특히 일본서 거의 전량을 수입하는 마스크 기판이 문제다. 하지만 기업들은 일본 외에 싱가포르 등에서 공급받는 방안, 고 단결정 유리를 만드는 국내 업체나 미국 코닝과 협력 방안 등을 모색 중인 걸로 알고 있다."


삼성·SK, 2개 국가 이상의 공급선 다변화해야

Q : 이번에 일본 의존도를 낮출 근본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나.
A : "그렇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그동안 '일등주의'를 추구해왔다.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부품과 소재를 들여와 세계 최고의 반도체를 제조했다. 하지만 이번에 글로벌 공급망이 쉽게 망가지는 걸 지켜봤다. 기존 글로벌 시장은 자유무역주의 질서가 유지됐다. 하지만 최근 트럼프나 시진핑, 아베 등이 집권하면서 보호무역주의가 기승 중이다. 이젠 우리도 공급망을 짤 때 업체 다변화는 물론 국가 다변화도 염두에 둬야 한다."

Q : 정부 역시 일본에 맞서 100대 소재 육성을 서두르겠다고 한다.
A : "100대 소재 기업을 육성하겠다는데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업계에선 세계 최고 기술이 아니면 못 쓴다. 어떤 기업을 100개 육성한다는 건지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모든 소재나 부품의 국산화는 불가능하다. 그러니 꼭 필요한 소재나 부품 리스트부터 짜야 한다. 그래서 그 소재나 부품 공급은 2개 국가 이상의 다변화를 하고, 1개국은 국산화를 추진해야 한다."


정부는 소재 독립 지원하고, 대기업은 일정량 사용해야

Q : 대기업은 어떤 역할을 해야 하나.
A : "정부는 소재산업 육성을 위해 중소기업을 지원하고 대기업의 협조를 구한다고 했다. 지난 20년간 이러다가 국산화가 안 됐다. 소재부품특별법상의 경쟁력위원회를 상설화해 부처나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도 참여시켜야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을 지원해 소재 국산화를 돕고, 대기업은 일정량을 사는 식의 상생이 필요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뿐 아니라 글로벌 1등인 소재·부품업체도 많이 나와야 한국이 진정한 반도체 강국이 된다."
장정훈 기자 cc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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