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다시는 못 살 매물"..아시아나 누가 품나

입력 2019.08.06.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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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 포커스]
-에어부산·에어서울까지 ‘통매각’
-하반기 M&A 최대어 두고 애경 등 눈치작전 치열


(사진) 아시아나 항공기가 인천국제공항에서 출발을 기다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경비즈니스=최은석 기자] 올 하반기 인수·합병(M&A) 시장 최대어로 꼽히는 몸값 1조5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동안 공개적으로 인수 희망 의사를 밝힌 애경그룹을 비롯해 잠재적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는 SK·한화·CJ 등의 눈치작전이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현재 애경을 제외하고는 인수가가 올라갈 것을 우려해 “관심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매각 공고를 계기로 물밑에서 인수를 준비해 온 기업들이 점차 수면 위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대한항공에 이은 국내 2위 항공사다. 22개국 64개 도시에 76개 노선을 운항 중이다. 취득이 까다로운 항공운송 사업 면허 등을 감안하면 항공업 진출을 노리는 기업에는 매력적인 매물일 수밖에 없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은 7월 23일 열린 한 공식 행사에서 “서울 강남 아파트는 이번에 못 사면 또 다른 매물이 나오겠지만 아시아나항공은 이번이 아니면 다시는 못 산다”고 말하며 아시아나항공 매각 성공에 힘을 실었다.

◆이르면 8월 말 유력 인수 후보 떠오를 전망

아시아나항공의 최대 주주인 금호산업은 7월 25일 매각 주간사회사인 크레디트스위스증권(CS증권)을 통해 아시아나항공 보유 지분(31.0%)을 매각한다고 공고했다. 금호산업과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의 경쟁력 회복을 위해 올해 안에 새 주인을 찾겠다는 방침이다.

금호가 3세인 박세창 아시아나IDT 사장은 이날 서울 공평동 금호아시아나그룹 본사에서 “그동안 비공식 채널로 인수 관련 문의를 많이 받아 온 만큼 공고를 냈으니 논의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며 “연내 매각을 위해 진정성을 갖고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사장은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의 아들로,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매각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박 사장은 이날 ‘통매각’ 원칙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은 에어부산·에어서울·아시아나IDT·아시아나개발·아시아나세이버·아시아나에어포트 등 6개 자회사를 두고 있다.

박 사장은 “에어부산 등 알짜 자회사도 일괄 매각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아시아나항공의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최적의 인수자를 찾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S증권은 투자자로부터 인수의향서(LOI)를 받아 인수 협상 대상 후보군을 가리는 예비 입찰을 오는 9월까지 마칠 계획이다. 본입찰은 10월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과 현장 실사, 본계약 체결에 이르는 매각 작업은 올 연말까지 마무리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번 매각은 금호산업이 보유 중인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6868만8063주)와 아시아나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증자할 예정인 신주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입찰에 참여하는 투자자는 비밀유지확약서와 500만원의 정보 이용료를 내야 투자 설명서와 예비 입찰 안내서를 받을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 주가(7월 25일 6130원) 기준 금호산업 지분 가치는 4200억원 수준이다. 신주에 경영권 프리미엄(20~30%)을 얹으면 1조원을 웃돌고 자회사 가치까지 더하면 1조5000억원 안팎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통매각’ 연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재계에서는 애경은 물론 SK·한화·CJ가 조만간 물밑 작업을 마무리하고 수면 위로 모습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특히 SK와 한화는 자금 조달 여력과 계열사 간 시너지 측면에서 유력 인수 후보군으로 꼽힌다. SK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면 SK이노베이션의 정유업은 물론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사업 등과도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화는 항공기 엔진 부품을 생산하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레이더 등을 만드는 한화시스템을 계열사로 뒀다. CJ는 물류 업체 대한통운을 보유 중이다. 애경은 저비용 항공사(LCC)업계 1위인 제주항공을 운영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3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지분 11.1%)은 인수전의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도 있다.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자의 손자로 금호석화 지분 10%를 보유 중인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가 중심이 돼 해외 재무적 투자자(FI)와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박 상무는 박인천 창업자의 둘째 아들인 고(故) 박정구 씨의 장남이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전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화 회장의 조카다.

그래픽=윤석표 팀장



아시아나항공에 대한 ‘호남 정서’를 감안해 지역에 뿌리를 둔 중견기업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라는 관측도 꾸준히 나온다. 하림과 호반건설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펀드)가 인수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강성부펀드는 대한항공 의 모기업인 한진칼의 2대 주주(지분 15.98%)다.

다만 이들의 자금 조달 여력과 사업 연관성 등을 고려할 때 무리한 시도를 할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도 있다.

유력 인수 후보군은 입찰 가격을 두고 치열한 눈치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산업 측에서는 구주 매각 대금으로 회사의 채무를 갚아야 하는 만큼 구주 가치를 높게 받기를 희망하는 반면 인수 희망 기업들은 기존 경영자에게 지급되는 돈 대신 신주 인수 비율을 최대한 높이는 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번 인수전에서는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1.0%(구주)를 얼마에 살지와 유상증자를 얼마나 할지(신주 인수) 둘 다 적어내야 한다. 인수 희망 기업이 입찰 가격을 높게 적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총투자 금액 가운데 각각 얼마씩을 신주와 구주 값으로 제시해야 유리할지에 대해 신중히 계산기를 두드려야 하는 셈이다.

한편 금호산업의 아시아나항공 통매각 원칙이 연내 매각을 어렵게 할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과거에 비해 국내 항공 시장 전반의 성장 잠재력이 약해진 데다 인수 시 투입할 자본은 물론 인수 후 추가 투자에 대한 부담 때문에 통매각의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분석이다.

정연승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인수자로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무구조 개선 외에도 노후 항공기 교체를 위한 추가적인 투자가 필수적인 만큼 금호산업의 구주를 인수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식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며 “만약 매각 과정이 길어지면 ‘통매각’ 대신 아시아나항공과 LCC인 에어부산·에어서울을 각기 다른 주체에 매각하는 ‘분리 매각’이 성공 여부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hoies@hankyung.com

[본 기사는 한경비즈니스 제 1236호(2019.08.05 ~ 2019.08.11)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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