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日 PC 업계, 韓 대응 조치에 위기감 고조

권봉석 기자 2019. 8. 6.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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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차질 불가피..자국 B2B 시장 영향력 감소 우려

(지디넷코리아=권봉석 기자)일본 내 주요 PC 제조사가 한국 정부가 꺼내든 '일본 화이트리스트 배제안'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조치에 맞대응하는 차원에서 대(對) 일본 수출 규제를 검토하며 메모리와 SSD 등 핵심 부품 수급의 차질이 현실화되었기 때문이다.

이들 제조사는 내년 윈도7 단종과 오는 10월 1일 소비세 인상을 앞두고 8월부터 9월까지 2개월간 B2B 부문 PC 교체 수요가 최고치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기면 이들 수요를 충족할 만큼 원활한 생산이 불가능해진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세대 10나노급(1y) DDR5 D램. (사진=SK하이닉스)

이에 따라 현재 각 제조사는 거래선이나 한국 내 법인 등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핵심 부품 수급처를 단시간 안에 교체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일본 정부의 수출 규제가 부메랑처럼 일본 업체에 타격을 주고 있는 셈이다.

■ 韓 대응조치에 日 대형 PC 업체 '위기감'

현재 일본 현지에서 PC를 생산하는 주요 업체는 후지쯔와 NEC, 파나소닉과 샤프, 바이오주식회사 등 총 5개 기업이다.

이 중 후지쯔와 NEC는 중국 업체인 레노버와 자본제휴 관계에 있으며 샤프는 지난해 6월 도시바 PC 사업부를 인수한 상태다. 또 바이오주식회사는 2014년 소니 PC 사업부를 인적·물적 분할해 만들어진 신설 법인이다.

이들 업체가 주로 이용하는 한국산 반도체 제품은 LCD 패널과 메모리, SSD 등이다. 그러나 한국 정부가 일본 정부의 백색 국가(그룹A) 제외 조치에 대응하는 형태로 이들 제품의 수출 우대 조치를 철회하기로 하자 이들도 위기감을 나타내고 있다.

■ "日 업체, '규제 현실화' 염두에 두고 정보 수집중"

실제로 지난 2월 일정 이상의 규모를 갖춘 복수 업체가 DDR3/4 메모리와 SSD, 디스플레이 패널 등 한국 업체 의존률이 높은 부품의 원산지와 한국 이외의 제3국 등 대체 가능 여부 파악에 나선 적이 있다. (☞관련기사: 일본 PC업계 '한국 LCD-메모리대체' 검토했다 )

그러나 6일 한 대형 PC 제조사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업계 관계자 T씨는 "현재 각 제조사가 '시나리오의 현실화'를 염두에 두고 거래선이나 한국 내 법인 등을 통해 정보 수집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정부가 IPS 방식 LCD 패널과 SSD, 메모리 등 주요 부품의 일본 수출을 지연시키면 올 하반기 이어질 PC 교체 수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 겹호재 가로 막는 악재에 '당혹'

일본 정부는 한국의 부가가치세에 해당하는 소비세율을 오는 10월 1일부터 8%에서 10%로 인상할 예정이다. 또 내년 1월 14일자로 마이크로소프트 윈도7 지원이 끝나면서 이에 맞춰 윈도10 PC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요도 있다.

이 때문에 소비세 부담을 줄이면서 대량 교체가 가능한 8-9월에 B2B 부문 PC 수요가 최고치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실제로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지난 7월 이를 지적하며 "올 2분기 일본 PC 시장 성장에 업무용 PC 수요가 큰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일본 PC 시장은 윈도7 단종과 소비세 인상을 앞둔 8-9월 PC 교체 수요가 증가할 전망이다. (사진=지디넷재팬)

그러나 한국 정부의 규제가 현실화되면 PC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제때 확보할 수 없다. 대부분의 제조사는 각종 부품 재고를 최대 1개월치만 가지고 있고 9월부터 한국 정부의 조치가 현실화되면 오는 10월부터 PC 생산에 차질이 생기게 된다.

■ "자국 시장 내 영향력 감소 우려"

일본 PC 제조사가 우려하는 점은 또 있다. 지난 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인텔 프로세서 수급난으로 B2B 시장에서 글로벌 PC 제조사가 점유율을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T씨는 "글로벌 PC 제조사는 프로세서 공급 물량 등 협상에서 일본 업체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어 수급난 영향을 덜 받았고 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원활한 제품 공급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재 일본 B2B 시장에서는 HP가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한국 정부의 규제가 겹치면 HP나 델, 레노버나 에이서, 에이수스 등 글로벌 업체에 자국 PC 시장을 완전히 내주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 "부품 공급사 교체도 쉽지 않아"

그러나 이들 핵심 부품의 수입선 다변화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LCD 패널 공급사를 중국이나 대만으로 교체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교체 절차에 시간이 걸린다. 또 미국 마이크론을 통해 SSD나 메모리를 조달하는 방안은 생산량이나 납기, 제품군 구성 등에서 비현실적이라는 것이 T씨의 설명이다.

지난 6월 말 정전으로 피해를 입은 일본 미에 현 욧카이치 시의 도시바 생산 시설 (사진=WD)

일본 업체인 도시바 메모리 홀딩스를 통해 SSD를 수급하는 것도 어렵다. 지난 6월 말 미에 현 욧카이치 시 소재 공장에 발생한 정전 사태가 수습되지 않아 여전히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권봉석 기자(bskwon@zd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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