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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대북제재 나선 美..방북 기업인, 비자 없이 미국 못 간다

임락근 입력 2019.08.06. 17:39 수정 2019.08.07. 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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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11년 이후 北 방문 3만7000여명 '무비자 입국' 제한
작년 방북 재계 수행원 포함
비자 신청하고 인터뷰 거쳐야

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적이 있는 사람은 앞으로 무비자로 미국에 입국하지 못한다. 지난해 9월 남북한 정상회담에 동행해 평양을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가수 지코 등이 미국에 가기 위해선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아 영어로 인터뷰를 하고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미국이 민간 교류 분야에서 대북 제재를 추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도 퇴임 후 비자 받아야

외교부는 “미국 정부가 5일(현지시간)부터 이 기간(2011년 3월 1일 이후) 북한 방문·체류 이력이 있으면 비자 면제 프로그램(VWP)의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한 무비자 입국을 제한한다고 알려왔다”고 6일 밝혔다. VWP는 관광·상용 목적으로 미국을 최대 90일간 비자 없이 방문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별도 서류심사와 인터뷰 없이 ESTA 홈페이지에서 개인정보와 여행정보 등을 입력하고 미국의 승인을 받는 식으로 입국 절차를 간소화했다. 현재 한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등 38개국이 여기에 가입돼 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11년 3월 1일부터 지난달까지 공무, 민간 교류 등을 목적으로 방북 허가를 받은 한국인은 3만7000여명이다. 이들이 미국에 여행을 가려면 별도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다만 공무 수행을 위해 방북한 공무원은 이를 증명할 서류를 제시하는 조건으로 ESTA를 통한 미국 방문이 가능하다.

공무원의 범위에 대해서는 아직 미국 측과 합의점을 도출해내지 못한 상태다. 만약 선출직 공무원이 예외에 포함되지 않는다면 2011년 3월 이후 북한을 방문한 적이 있는 경우 임기가 끝난 이후부터는 별도로 비자를 받아야 한다. 예컨대 문재인 대통령이 퇴임 후 김정숙 여사와 미국 여행을 가려면 주한 미국대사관을 찾아 영어 인터뷰를 하고 직접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외교부 당국자는 “세부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미국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추가 대북제재라는 평가도

미국의 이번 조치는 사실상의 추가 대북제재로 평가된다. 개성공단, 민간 교류 등으로 북한을 찾았던 민간인들을 잠재적 테러범으로 여기는 징벌적 조치로 해석될 수 있다. 앞으로의 민간 교류를 막는 효과도 예상된다.

만약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등 문재인 정부가 추진하는 남북 경제협력 방안들이 재개되더라도 미국 입국 시 받을 불이익 때문에 적극적인 참여는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이 남북 경협에 의지를 보이는 문재인 정부에 ‘비토’ 신호를 보낸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는 최근의 미·북 관계와 큰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치는 테러 위협 대응을 위한 국내법에 따른 기술·행정적 차원에서 이뤄졌다는 것이다. 2016년 2월부터 ‘비자면제 프로그램 개선 및 테러리스트 이동방지법’에 따라 2011년 3월 이후 이란, 이라크, 수단, 시리아, 리비아, 예멘, 소말리아 등 테러와 관련된 7개 국가를 방문하거나 체류한 이들에 대해 VWP 적용을 제한해 오던 것의 연장선이라는 설명이다. 북한은 2008년 미국의 테러지원국 명단에서 제외됐지만 2017년 11월 재지정됐고, 그간 실무적 준비 절차를 거치느라 실제 적용까지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한국 외 37개 VWP 가입국에도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만 특정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예컨대 2011년 3월 이후 북한을 방문한 프랑스인이 미국에 여행을 가기 위해선 별도 비자가 필요하다.

■비자면제프로그램(VWP)

관광 및 상용 목적에 한해 최장 90일까지 비자 없이 미국을 방문할 수 있게 한 제도. 한국은 2008년 가입했고, 현재 한국을 비롯해 영국 프랑스 독일 등 38개국이 가입하고 있다. 기존 미국 대사관 방문 및 영어 인터뷰 등과 같은 복잡한 절차 없이 전자여행허가제(ESTA)를 통해 온라인으로 등록하면 된다. ESTA 승인을 한 번 받으면 2년간 유효하다.

임락근 기자 rkl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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