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수~액" 관객 스웨그에 배우도 들썩..흥 주고받는 '싱얼롱' 뮤지컬
[경향신문] ㆍ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싱얼롱 데이 직접 가보니…
ㆍ공연 전 배우들과 ‘삽입곡’ 예습, 작품 속에 합류해 시조·랩 합창
ㆍ“신나서 가만히 보는 게 힘들어”…‘리틀잭’도 커튼콜 활용 이벤트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작품 속의 명곡들을 따라 부르면서 즐기는 ‘싱얼롱(Singalong)’ 관람을 대중화시켰다. 올여름 뮤지컬 무대에도 싱얼롱 관람이 심심찮게 보인다. 그렇다고 ‘뮤지컬도 싱얼롱이다’라고 말하면 곤란하다. 이전부터 뮤지컬계에선 싱얼롱 이벤트가 종종 있었던 데다, 배우들이 현장에서 직접 노래하는 ‘뮤지컬이야말로’ 관객이 함께 부르며 즐기기에 적합한 장르이기 때문이다.
지난 1일 두산아트센터에서 그 진가를 보여주는 공연이 열렸다. 단지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을 넘어 관객을 작품 속 세계의 한 부분으로 끌어들인 무대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 외쳐, 조선!>(스웨그에이지)의 싱얼롱 데이를 직접 찾아가 봤다.
“이 자리를 ‘주부가요교실’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양희준, 김수연 배우가 싱얼롱 안내원으로 오셨습니다. ‘놀아보세’를 연습하도록 하겠습니다. 여기, 이 부분을 따라하시는 겁니다.”
공연 30분 전, 평소 같으면 담소를 나누며 막이 열리길 기다릴 관객들 앞에 세 명의 싱얼롱 안내원들이 섰다. 작품에 등장하는 주요 넘버(뮤지컬 삽입곡)들을 관객들과 함께 예습하기 위해서다. 가사는 미리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공지한 상태. 객석에서 하나둘 목소리들이 겹쳐지며 합창이 시작됐다.
작품은 ‘시조’가 국가 이념인 상상의 나라 조선에서 시조를 금지당한 백성들이 비밀시조단 ‘골빈당’과 함께 자유로운 세상을 만드는 여정을 담는다. 양반들의 평시조에 대항하는 백성들의 사설시조, 여기에서 한 번 더 형식을 파괴한 ‘랩’이 등장하는 무대다. 힙합 ‘스웨그’에 빗댄 ‘조선 수액’ ‘비트 주세요’를 비튼 ‘장단 주세요’ 등 전통과 현대를 넘나드는 언어유희가 쉴 새 없이 터진다.
이날 무대는 ‘작은 외침이 모여 세상을 바꾼다’는 핵심 메시지를 전달할 백성 역에 관객들을 합류시켰다. “틀에 박힌 건 지루하고 재미없잖아/ 이게 바로 조선 수액!” “오에오/ 백성들의 세상/ 오에오/ 자유롭게 외쳐.” 자유와 희망을 노래하는 대목마다 객석의 목소리가 합쳐지며 힘을 실었다. 관객들의 ‘스웨그’가 흥을 돋우고, 그 흥을 담뿍 받은 배우들의 열연이 다시 객석을 들썩이게 했다.
직접 ‘백성’이 돼 본 관객 박모씨(28)는 “그냥 볼 때보다 훨씬 흥이 넘쳤다”고 했다. 이미 공연을 한 번 봤지만, 싱얼롱 데이에 맞춰 다시 극장을 찾았다. “연습을 많이 못해와서 필수 곡들만 따라 했는데, 사람들과 같이 부르며 관람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전에 공연을 봤을 때도 넘버들이 신나서 가만히 지켜보는 게 힘들었거든요.”
싱얼롱 예습을 직접 진행한 뮤지컬 제작사 겸 마케팅대행사 ‘랑’의 안영수 대표는 “다른 공연에서도 싱얼롱 이벤트를 진행해봤는데 관객들의 호응과 마음을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서 배우들이 더 기뻐하더라”며 “공연계에 이런 기회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오는 25일 막을 내리는 <스웨그에이지>는 지난 4일로 세 번의 싱얼롱 데이를 마무리했다. 다만 관객들 호응을 반영해, 공연을 마친 후 관객들이 흥을 분출할 수 있는 커튼콜 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지난 13일 개막한 뮤지컬 <리틀잭>도 커튼콜을 활용한 싱얼롱 데이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다. 1967년 영국의 한 밴드인 ‘리틀잭’ 보컬이 첫사랑에 대한 기억을 노래하는 작품이다. 밴드 보컬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콘서트형 뮤지컬’이라 관객들이 밴드의 스탠딩 공연장에서 ‘떼창’ 하는 기분을 맛볼 수 있다. 커튼콜에서 주요 넘버 3곡을 함께 부르는데, 미리 야광봉과 가사지를 제공하고 배우들이 관객들에게 노래를 알려주는 시간을 갖는다. 오는 9월8일 폐막 전까지 8월10일과 16일 두 차례의 싱얼롱 이벤트가 남아 있다.
글·사진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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