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문재인버스' 출발합니다"

정경화 경제부 기자 2019. 8. 8.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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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화 경제부 기자

요즘 주식 관련 온라인 게시판에선 '문재인버스'라는 제목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띈다.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이 나는 '인버스(Inverse)' 펀드와 문재인 대통령의 합성어다. 코스피·코스닥 지수가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급락하면서, 주가가 떨어질 때 수익이 나는 '인버스' 펀드에 투자해야 한다는 뜻이다. 특히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수출 심사 우대국 명단)'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하고, 이에 청와대가 강경 대응을 시사한 지난 2일 '문재인버스'에 올라탔다는 글이 수없이 올라왔다. 국내 주식 시장에 투자하는 인버스 펀드의 최근 한 달 수익률은 평균 7%에 이른다. 문 대통령이 대일 강경 발언을 쏟아낼수록 수익이 난다며, 일부 투자자는 "다가오는 광복절에 문 대통령이 대일 강경 메시지를 내놓으면 주가가 또 폭락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처럼 개미 투자자들마저 한·일 갈등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지만, 청와대만큼은 태평해 보인다. 시장의 위기감을 "과장됐다"는 말로 일축해 버린다. 지난 일주일 새 코스피 2000, 코스닥 600, 달러 환율 1200원 등 시장의 심리적 지지선이 차례로 무너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금융 시장이 극도로 불안하다는 질문에 "구체적으로 어떻기에 극도로 불안하다는 단어를 쓰느냐"고 반문했다. 제2의 IMF 위기가 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엔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우리 금융 또는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20년 전과는 매우 다르다"고 했다. 1997년 IMF 위기가 닥치기 직전에도 한국 정부는 "펀더멘털이 좋다"고 했었다.

정말 한국 경제의 기초체력은 튼튼한데 오로지 대외 악재 때문에 시장이 흔들리는 것일까. 블룸버그통신은 지난달 "한때 아시아의 호랑이(Asian tiger)였던 한국이 이제는 개집(dog house) 신세가 됐다"는 내용의 칼럼을 실었다.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고, 자본 유출도 막기에 늦었다는 지적이었다. 그러면서 한국 경제의 추락에는 "대외 요인이 아니라 내부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짚었다.

한국 코스피는 올 들어 6% 이상 떨어졌다. 하지만 미·중 무역 갈등의 당사국인 미국과 중국 증시는 같은 기간 10% 넘게 올랐다. 우리와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는 일본도 증시가 약 2.5% 올랐다.

금융 시장에서 경제의 기초체력은 곧 우리 기업들의 실적을 말한다. 지금 한국 금융 시장이 요동치는 것은 무엇보다도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인 기업들의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문 대통령은 북한과 손잡고 세계 3위 경제 대국 일본을 따라잡겠다고 한다. 이러니 답답한 투자자들이 문재인버스에 올라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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