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단독]곽상도 의원 '문 대통령은 친일파' 주장 핵심 근거인 상속세 소송 판결문 보니..

이혜리 기자 2019. 8.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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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곽상도 자유한국당 의원이 “문재인 대통령은 친일 토착왜구”라는 주장을 6개월째 계속하고 있다. 친일파인 부일장학회(현 정수장학회) 설립자 고 김지태씨의 재산은 국가에 귀속돼야 하는데, 문 대통령이 재산을 되찾아줬기 때문에 친일파라고 주장한다. 곽 의원은 문 대통령이 30여년 전 김씨 유족들의 상속세와 법인세 소송에서 유족들을 대리하며 허위서류를 법원에 냈다고도 했다.

청와대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유족 측은 곽 의원과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 등을 사자 명예훼손 혐의로 형사고소하겠다고 나섰다. 지난 6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는 곽 의원과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이 이를 두고 설전을 벌였다. 쟁점은 상속세와 법인세 소송에서 문 대통령이 실제로 유족을 대리했는지, 김씨가 친일파라는 근거가 있는지다. 곽 의원 주장이 사실인지를 확인해봤다.

7일 경향신문이 입수한 대구고등법원 특별2부의 1986년 상속세 소송 판결문을 보면, 원고인 유족의 소송대리인을 기재하는 난에 ‘변호사 노무현’이라고 적혔다. ‘변호사 문재인’은 없다. 원고에 포함된 김씨의 5남 김영철씨는 “문 대통령이 대리인이었다면 판결문에 분명 기재됐을 것”이라며 “노 전 대통령이 이 사건을 했다고 들어본 적이 있어도 문 대통령이 대리인으로 참여했다고 들어본 적은 없다”고 말했다. 김영철씨의 아내 이명선씨는 “문 대통령과 한번도 개인적으로 전화 통화를 하거나 만난 적이 없다”고 했다.

김씨 3남으로 변호사 선임 실무를 맡은, 주식회사 삼화 전 회장인 김영주씨도 “문 대통령을 상속세 소송에서 변호사로 선임한 사실이 없다”며 “상속세 소송은 노 전 대통령이 한 것으로 기억하고, 문 대통령은 내용도 잘 모를 것”이라고 했다.

노 비서실장은 국회 운영위에서 “(문 대통령이 상속세 소송과 관련해) 공동소송 이야기를 했지만 깊게 관여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판결문에 대리인으로 기재돼 있지 않더라도 당시 노 전 대통령 업무를 문 대통령이 도왔을 가능성이 있다. “깊이 관여하지 않았다”는 노 비서실장의 국회 발언은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곽 의원은 2010년 유족 간 재산분쟁 소송에서 1986년 상속세 소송 때 제출된 유언증서가 조작됐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유족을 대리한 문 대통령에게도 ‘소송사기’의 책임이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유언증서 검인 심판서 작성 과정에 관여한 변호사는 이모 변호사라는 다른 사람이었고, 상속세 소송이 시작된 때는 그로부터 2년 뒤다. 이씨는 “유족들도 가짜 유언장인지를 당시에 몰랐기 때문에 노 전 대통령도 그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법인세 소송에는 대리인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곽 의원은 상속세 소송과 법인세 소송이 “연결돼 있고, 같은 사건”이라는 논리도 댄다. 엄밀히 따지면 두 소송은 원고가 다르다. 상속세 소송 원고는 김지태씨 유족 전부였고, 법인세 소송 원고는 일부 유족만 주주로 참여한 삼화 등 회사였다. 김영철씨 부부는 “법인세 소송은 당시 상장회사였던 주식회사 삼화가 소송의 주체였다”며 “상속세 소송과는 별개의 사건”이라고 설명했다.

곽 의원은 김지태씨가 일제강점기 동양척식주식회사 하급직원으로 5년간 일한 것을 두고 친일파라고 규정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은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에서 2005~2009년 3차례에 걸쳐 발표한 친일 명단에 김씨가 포함된 사실은 없다”며 “유신정권의 과거사 피해자인 김씨를 모욕해 정쟁에서 우위를 차지하려는 것”이라고 했다. 2012년 대선 때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강탈한 부일장학회를 박근혜 전 대통령이 운영한 게 논란이 됐다. 김영주씨는 “해방 이후 한번도 (선친이) 친일파로 분류된 적이 없는데 곽 의원이 자꾸 친일파라고 주장하는 것은 명백한 명예훼손의 의도”라고 했고, 김영철씨는 “서글프다. 죽기 전에 정수장학회 문제가 해결돼 한을 풀었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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