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금호석화 '포토레지스트' 일본산 유력 대체재로 검토

류정민 기자,박동해 기자 2019. 8. 8. 06: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EUV 공정 테스트 추진 중, "더 적극적으로 협업"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충남 아산의 삼성전자 온양캠퍼스를 방문해 현장경영에 나섰다. 사진 왼쪽부터 백홍주 TSP총괄 부사장, 김기남 DS부문 대표이사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진교영 메모리사업부장 사장, 정은승 파운드리사업부장 사장, 강인엽 시스템LSI사업부장 사장.(삼성전자 제공)2019.8.6/뉴스1 © News1 박동해 기자

(서울=뉴스1) 류정민 기자,박동해 기자 = 삼성전자가 금호석유화학이 생산하는 포토레지스트를 일본산 대체재 중 하나로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 규제로 일본산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성이 적지 않다고 판단하고 국내 기업들이 제조한 소재 사용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복수의 전자, 화학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극자외선(EUV) 제조공정에서 금호석유화학이 제조한 포토레지스트 샘플 테스트를 추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금호석화가 예전부터 포토레지스트를 생산했지만, 기술력이 높은 일본산 제품에 밀려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의 선택을 받지 못했었다"며 "이번 일본의 수출 규제로 대체 공급선을 찾고 있는 삼성전자가 금호석화의 제품 사용을 테스트하고 있고, 채택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감광제라고도 부르는 포토레지스트는 일본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는 소재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신에츠화학, 스미토모, JSR, TOK 등 일본 기업이 세계 포토레지스트 시장의 90% 이상을 점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포토레지스트가 한국 반도체 기업에 중요한 이유는 반도체 제조 공정에 없어서는 안 될 필수 소재이면서도, 일본과의 기술격차를 감안하면 대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포토레지스트는 웨이퍼에 초미세 회로 패턴을 형성하기 위해 사용하는데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핵심 소재의 품질에 따라 수율이 갈린다.

일본은 이처럼 독점적 위치에 있는 포토레지스트를 한국 경제보복 수단으로 삼았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지난달 4일부터 불화수소, 플루오린 폴리이미드 등과 함께 포토레지스트의 대(對)한국 수출 절차 간소화 우대조치를 폐지했다. 이에 따라 한국 기업들은 통산 90일이 소요되는 일본 경산성 본청의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따르면 일본의 우대조치 폐지 이후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3개 핵심소재의 수출 허가 건수는 아직 한 건도 없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7나노 EUV 공정을 개발하고 양산에 나서고 있어, 포토레지스트는 삼성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소재다. 이번에 일본 정부가 수출 규제 품목으로 지정한 포토레지스트가 1나노 초과 14나노 미만에 해당, 삼성전자를 정조준했다는 해석이 나오면서 당장 대체선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반도체 기업의 일본산 포토레지스트 의존도는 올 1~5월 수입액 기준 각각 91.9%에 달한다.

일본 경제산업성이 지난 7일 한국을 수출관리상 일반포괄허가 대상인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법령 개정안을 공포하며 시행세칙인 '포괄허가취급요령'을 공개했다. 이 '요령'은 1,100여 개의 전략물자 품목 중에 어떤 품목을 개별허가 대상으로 변경할 지 결정하므로 발표내용에 따라 국내기업의 추가 피해가 예상되는 상황 이었으나, 이날 일본정부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기존에 개별허가 대상이 된 고순도 불화수소와 포토레지스트 등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소재 3개 품목외에 추가 품목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은 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딜라이트룸에 전시된 반도체 웨이퍼의 모습. 2019.8.7/뉴스1 © News1 이승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일본의 수출규제 발표 이후 곧장 일본 출장길에 올라 거래처를 점검한 것도 이처럼 포토레지스트의 일본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 19%로 점유율 48%인 대만의 TSMC를 추격하는 위치에 있지만, 포토레지스트를 제때 공급받지 못하면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와 함께 TSMC와의 격차가 더 벌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는 한국 기업을 포함한 대체선 마련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한국 기업 중에서는 금호석유화학을 비롯해 동진쎄미켐, 동우화인켐 등이 포토레지스트 생산능력이 있지만, 품질면에서 일본 제품에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으며 핵심공정에서 아직 밀려나 있다.

금호석유화학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협업한 지는 꽤 오래됐지만 예전보다 더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우리도 삼성전자와 거래를 확대해야 하므로 테스트는 계속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번에 테스트에 나섰지만 금호석화의 EUV용 포토레지스트가 실제 공정에 투입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금호석화 관계자는 전날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에 대한 과학기술계 대응 방안' 토론회에서 "일본과의 기술격차 극복에는 연구 인력과 장비 인프라, 고객사와의 협업이 이뤄진다는 전제로 했을 때 아르곤플로라이드(ArF) 이머전은 1~2년, EUV 포토레지스트는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여러 소재를 테스트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금호석화의 포토레지스트 테스트 여부에 관해서는 확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ryupd01@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